[Review] 왜 벌써부터 중년을 겁먹었을까 - 우리는 중년의 삶이 재밌습니다

글 입력 2021.02.08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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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인생. 인간의 수명이 너무 길어져서 진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같은 불치병이 아니고서야 이제는 일찍 타계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고들 얘기한다. 유병장수로 살아야된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많이 얘기하는데, 의사들도 이렇게 말을 하니 거진 다 진담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직 20대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노후가 걱정이다. 건강도, 재력도 모든 것이. 왜 사람은 갈 수록 수명이 늘어나는데 정년 퇴직 나이는 짧아져가고 물가는 계속 오르는 것인가. 인서울 4년제 대학 나와도 대기업은 커녕 중소기업 인턴 하나 붙기 어려운 세상 궁시렁궁시렁.. 그러다보니 대학만 나오면 취업 가능, 은행 이자만으로도 돈이 불어나던 부모님 세대가 가끔은 부럽기도 하다. (그때가 그렇다고 사는게 윤택하단 뜻은 아니다. 한 부분만 보았을 때 좋았겠단 의미.)


또 나이듦 하면 옛날부터 그런 걱정도 많았다. 나는 지금도 초라한데 나이를 먹으면 더 볼품없어 질 것 같단 생각들. 외모에 대한 걱정도 많이 든다. ('외모에서 나오는 권력', 나는 이 말을 굉장히 싫어하지만, 이미 현대 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버린 터라 신경쓰고 싶지 않고 타파하고 싶어도 전혀 쉽지가 않다.) 외모 뿐만 아니라 그냥 모든 면에서 외적인 형태가 지금과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게 두렵기도 하다.


부모님을 보면 내가 그렇게까지 걱정하는 모습이지는 않는데, 그래도 부모님은 부모님이고 나는 나니까 걱정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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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알게된 <우리는 중년의 삶이 재밌습니다>. 2-30대의 젊은 나이가 아닌 5-60대에 배우를 시작하게 된 분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중년의 이야기가 아닌 배우라는 한정적인 직업을 가진 분들인데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이게 바로 연륜이란걸까?


보통 50대 60대가 되면 무언가를 시작한다기 보다는 이전 나이에 이뤄놓은 것들을 조금씩 누리며 살아가는 나이라는 인식이 높다. 배우란 일이 쉬운게 아닌데도 그들은 새로운 길을 도전했다. 오히려 자식들이 모두 커서 이제서야 자신의 삶을 누리는 듯한 모습도 많이 보였다. 인생 2회차 느낌. 그들의 일생 일대기를 모두 아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 이렇게 배우로 활동하시는 순간이 행복해 보인다는 건 잘 알 것 같다. (마치 배우란 직업이 사람을 긍정적으로 바꾸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느낌이다.)


어쩌면, 오히려 세상을 많이 살아본 그들이기에 연기에 더 능통하기도 하고 소질이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못 해본 경험을 그들은 나보다 더 오래 살면서 한 번쯤은 해봤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얼마 못 살아본 우리는 못 한다는 건 아니고!) 이래서 다들 '경험'이란 단어를 외치는 게 아닐까 싶다. 중년, 우리한테는 어르신인 그들이 하나 같이 목 놓아 외치는 말이 '살면서 한 번 쯤 도전해봐라' 라는 말이니까.

 

책을 읽고 나니 중년의 삶이 그렇게 퍽퍽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무서운 일 투성이라는 것도 편견이라는 걸 잘 알게 되었다. 나는 왜 벌써부터 중년의 나이에 대해 겁을 먹었을까. 아직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느낌이어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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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는 이야기 했지만, 아직도 나이 먹고 나면 내 삶은 어떻게 되고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기도 하면서 무섭다. 늘 바라는 것은 제발 곱게 늙자인데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대중교통에서 뻔뻔하게 사람들 치고다니는 사람들처럼 막무가내인, 속된 말로 '개저씨', '개줌마'와 같은 사람만은 되고 싶지 않다. 어쩌면 이 사람들이 너무 싫어서 겁을 먹은 진짜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우리는 중년의 삶이 재밌습니다>를 읽어보고 나니, 그렇게까지 두려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지금부터 운동만이라도 꾸준히 한다면 중년의 나이쯤 된다고 해서 내가 겁 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내 나이대 사람들과 계속해서 만난다면, 그건 또 그거대로 "라떼는 말이야" 하면서 재미나게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직, 중년의 분들에게는 내가 마냥 어리게만 보이시겠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겁을 먹는 것을 이제는 조금 줄여볼 나이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중년의 삶_표지입체.jpg

 

 

지은이

김영희, 마기원, 안은영

윤현정, 정호정, 최상옥, 최정주

 

발행일

2021년 01월 15일

 

ISBN

979-11-89533-53-3 03800

 

페이지

252쪽

 

규격

140×205, 무선제본

 

정가

14,000원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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