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더 필름, 더 푸드 [영화]

작은 행복이 담긴 영화들
글 입력 2021.02.1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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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소재는 관객들이 영화를 고르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소재는 장르를 상징하기도, 감정을 상징하기도 한다. 어떤 소재를 활용했느냐로 영화의 매력이 달라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영화 '인사이드 르윈'에서 고양이가 나오지 않았다면, 주인공 르윈의 상황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고양이는 르윈을 상징하기도, 르윈이 바라는 삶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고양이의 귀여움도 영화의 매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번엔 영화의 소재이자, 주제로도 활용되고, 하나의 장르로서의 힘을 가진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음식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존재다.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표현되어왔고, 수많은 영화에서도 주인공으로서 매력을 뽐내왔다.

 

그런 의미에서 음식으로 마음을 전하고, 음식에 삶이 담겨있는 2편의 영화를 선별해봤다.

 

 

 

남극의 쉐프


 

영화의 제목을 보면 나만의 이미지를 그리게 된다. 영화의 실제 분위기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영화의 제목과 포스터를 보는 순간은 첫인사와 다를 바 없기에 그때의 감정과 이미지는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남극의 쉐프'는 정말 인상 깊은 제목을 가졌다. 비유적이지 않고 직관적인 제목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상황이 그려지질 않았다.

 

남극이 음식과 어울리는 공간인가..? 어떠한 식자재도 구하기 힘들 것 같은 공간에서 쉐프라니, 포스터만 아니었으면 남극의 포식자인 바다표범이나 범고래에 대한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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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배경은 남극, 시대는 1997년이다. 8명의 아저씨들이 1년이라는 기간 동안 남극기지에서 지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모두가 주인공이지만 조리를 담당하고 있는 남극의 쉐프 '니시무라'의 요리로 폐쇄적이고 외로운 남극에서의 삶을 위로와 응원을 받는 내용이다.

 

1년, 삼시세끼를 책임지다 보니 수많은 니시무라의 요리를 볼 수 있다. 평소에 음식 영화를 이야기하고 떠올린다면 미슐랭 스타와 같은 요리사의 화려한 결과물이 생각난다. 고급스러운 식자재와 창의적인 플레이팅, 아무래도 예술의 영역에 다다른 모습들이 매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남극의 쉐프'를 보고 나서 인상 깊었던 음식을 말하라면, 의외로 정갈한 고등어 정식이 기억에 남는다. 1인분씩 정성스럽게 차려져 있는 테이블엔 쉐프라는 역할에 담긴 책임감과 아름당다운 헌신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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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은 대표적인 오지다. 대원들은 가족들과 통화 한 번 하기 힘들고, 마음껏 햇볕을 쬐지도 못한다. 의식주에 필요한 것들이 모두 갖춰져 있다고 하더라도 평생을 살아온 지역과 너무나도 먼 남극에서의 삶은 개인의 의지를 조금씩 누그러트리기 충분하다.

 

군대를 다녀온 분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훈련을 나가서 밥, 국, 반찬, 후식까지 모두 챙겨 먹지는 못한다. 적당히 봉지에 넣고 주먹밥 인듯 비빔밥 같은 음식을 먹곤 한다. 그게 이상하단 것은 아니다. 현실이고 나름의 최선이다.

 

니시무라의 음식은 나물무침부터 새우튀김까지 먹는 사람의 행복을 위한 마음이 담겨있다. 영화는 남극에서의 일상적인 삶과 대화가 담겨있다. 특별한 기승전결도, 흥미진진한 전개를 기대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음식 한 끼, 하나의 반찬에서 느껴지는 그 특별한 감정엔 진심 어린 마음이 가득하게 담겨있다.

 

음식으로 전개되는 사소한 에피소드들이 그렇게 반갑고 귀엽게 느껴진다. 8명의 아저씨들의 일상이 뭐가 그렇게 재밌을까 싶겠지만, 남극의 눈밭에서 슬러시를 만들어 먹는 모습을 보면 정겹기도 하고 라면이 떨어지자 떼를 쓰는 모습을 보면서 이유 모를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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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일본 영화를 좋아하게 된 계기를 말하자면 역시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향이 크다.

 

나는 일본영화는 '과하다'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어렸을 때 무슨 영화를 본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원인 모를 거부감을 갖고 있었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영화를 본 이후론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하고 솔직한 표현방법에 애정을 느끼게 되었다.

 

'어느 가족', '바닷마을 다이어리', '우드 잡' 등의 영화를 애정해오며 만난 영화는 바로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이었다. 누군가가 내린, 누군가를 위한 커피 한 잔이 이렇게나 따뜻하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그 어떤 음식보다 친근한 존재인 커피가 완벽한 타인에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며 커피를 통해 인간관계의 본질적인 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커피는 단순한 수단이다. 원두를 고르고 내리면서, 아메리카노나 라떼가 되는 과정을 통해서 커피를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의 기다림을 응원하는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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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커피라는 음료를 상당히 단편적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너무나 친근하고 익숙한 음료고, 그 어떤 음료, 음식보다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원두인지, 어떻게 로스팅과 블렌딩을 하는지, 우유와의 비율을 어떻게 맞추는지에 따라서 다른 결과물이 탄생한다. 영화엔 그런 과정과 세심한 노력, 그리고 커피를 마실 누군가를 향한 주인공의 설렘이 담겨있다.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매력적인 메타포, 이중 삼중의 복선, 참신한 반전 스토리, 그러한 것들이 아닌 잔잔한 커피 향과 같은 깊은 고요함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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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아버지의 빚과 함께 해변가의 작은 창고를 상속받기로 결정한 주인공. 주인공은 창고를 카페로 만든다.

 

그 옆 민박집엔 집 없이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어린 남매가 있다. 엄마는 일주일씩 일을 하러 나가야 하고 어린 남매는 가난이라는 어둠 속을 홀로 걷다 주인공의 카페를 발견한다. 남매는 카페에서 머물며 자신들을 향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홀로 남매를 키우는 엄마도 카페를 방문하게 되면서 아픔을 나누기 시작한다.

 

영화는 주인공의 아픔을 어렴풋이 느끼며 시작한다. 그리고 타인의 아픔을 보듬어 주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부드러운 커피 향을 느끼게 된다. 영화의 색감에 감탄한 적은 적지 않지만, 향기가 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영화는 드물었다. 아니 처음이었던 것 같다.

 

이 영화를 본 이후로 나의 감각을 깨우려 노력했다. 영화를 볼 때마다 잊고 있었던 감각을 깨워준 영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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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나오는 장소나 배경을 보면서 선망한 적이 많았다.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면서 파리에 대한 낭만이 없었음에도 '벨 에포크'의 낭만이 그리워졌고 비포 선라이즈를 보면서 오스트리아의 오래된 LP바를 가보고만 싶어졌다.

 

이 영화를 보면서는 주인공의 카페를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닷가 해변에 한적하게 놓인 카페라니, 누군가의 동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찾아보니 '요다카 커피'라는 동명의 카페가 일본 도쿄에 있다고 한다. 주연배우인 '나가사쿠 히로미'가 직접 문을 열었다고 한다.

 

또다시 코로나가 원망스러워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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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 FILM


 

어쩌다 보니 일본영화 2편을 선정하게 되었다. 영화의 국적에 있어서는 의도한 바가 없지만 나름대로 나만의 취향이 반영된 잔잔한 것들의 조합인 듯싶다. 애정하는 다른 음식영화들도 무척이나 많다. '더 셰프', '아메리칸 셰프', '심야식당'도 있고 국내 영화 중엔 '밥정'이 기억에 남는다.

 

사실 그 모든 영화들에서 잊히지 않는 여운이 남는다. 음식영화의 매력은 음식에서 오기도 하지만,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진심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무엇인가에 몰두하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수많은 행위 중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를 하는 사람의 모습은 무엇보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다.

 

영화를 만들 때 음식이 소재인 영화는 제작하기 무척이나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맛이 좋은 것보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위의 두 영화들은 음식의 형태가 아닌 의미에 집중한 영화들이라고 느껴진다.

 

어느 시대가 되었든 외롭고 쓸쓸한 이들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그런 선한 영향력의 영화다. 나에겐 '음식'영화라서 두 영화를 애정한다기 보단, '음식의 의미가 담긴' 영화라고 애정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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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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