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는 중년의 삶이 재밌습니다

브라보 세컨 스테이지
글 입력 2021.01.3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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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나이 55세, 첫 무대에 오른 늦깎이 배우들의 이야기’


‘리틀 포레스트의 김태리 배우를 보면서 ‘연기’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항상 극단적인, 특별한 감정을 인위적으로 표현해 내는 것이 연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 속 그녀의 연기는, 내 기존의 생각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일상을 표현했다.

 

자연, 음식, 환경 속에 녹아들면서 영화의 생동감을 살리는 연기. 리틀 포레스트의 자연, 음식 자체가 힐링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극의 분위기를 이끌어 나갔던 김태리의 연기가 이 작품을 대표적인 힐링 영화로 만들었다.

 

배우로 활동하는 것은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인물에 온전히 편입되는 것, 인물의 감정과 생각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 모두. 나라는 자아에서 벗어나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 그 자체가 환상적이고, 어려운 작업이다. 어려운 작업인만큼, 배역을 생생히 표현해 내는 배우들을 보면 멋있다.

 

배우를 중년에 시작한다는 것. 기존의 삶과 연기를 병행한다는 것은 몇 배의 노력이 들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먼저 앞섰다. 하지만 동시에 궁금했다. 과연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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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연극을 통해 성장하고, 삶의 새로운 면을 발굴한 중년 배우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책은 연극의 시작, 과정, 마무리를 순차적으로 서술한다. 첫 번째 장은 공동 저자 7인의 그간의 삶을 서술한다. 각자 다른 삶의 굴곡, 가치관 속에서 그들의 상처를 혹은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누군가는 자신의 업적을 늘어 놓고, 누군가는 자신의 감정을 담아 그간의 삶을 소개했다.

 

두 번째 장은 연극을 시작할 때의 수필들이 담겨 있다. 긴장과 낯섦 속에서, 연극을 하고 싶다는 소망 하에 사람들은 쭈뼛쭈뼛 하면서도 용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세 번째 장은 각각의 저자들이 자신의 배역을 소개한다. 강 여사, 황 간호사, 치매 노인, 박영순, 양 선생, 한 선생. 자신의 인생을 담아, 과거를 반성하면서, 혹은 누군가를 이해하면서 점차 교훈을 얻어 가상의 인물을 이해해 나간다.

 

네 번째 장은 연극의 준비과정, 어려움과 고난을 담았다. 사람들과의 다툼, 의견 불일치, 연극과 생활의 조율. 이러한 과정 속에서 조별과제가 생각나 아찔했다. 다섯, 여섯 번째 장은 무대 상연과 그 후의 변화을 다룬다. 그간의 노력과 고난들이 작품으로 실현되는 순간, 배우들은 삶의 생동감, 벅참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경험은 그 이후의 배우 생활로, 또 다른 도전으로 연결된다.

 

50대, 60대, 70대, 20대인 나에게 중년, 노년의 나이는 가늠이 안 된다. 그 때쯤 나는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지만 중년이 두려운 것은 사실이다. 대부분의 두려움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부터 온다. 나는 무언가를 이루어 놓고 있을까? 건강은 괜찮을까? 너무 외롭지는 않을까? 돈은 부족하지 않을까? 나이가 들어 능력이 뒷걸음치기 시작할 때, 나는 겁 먹지 않을 수 있을까? 내 현재의 입장에서, 이러한 질문들은 너무 막연하다. 사회에 편입되어 본격적으로 삶에 뛰어들지 않았기 때문에 중년, 노년과 관련된 질문들에 대해 답하기 어렵다.

 

두려움은 또한 중년에 대한 거리감에서 생기기도 한다. 청춘과 중년. 겪었던 삶의 시기 혹은 겪게 될 삶의 시기이지만 서로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급격히 변한 기술, 환경, 사회상의 차이로 일치점을 만들기 어렵다. 청춘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중년은 버릇없다고 여기고. 중년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청춘은 철 지난 구식으로 취급한다.

 

이 책은 중년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깨고, 그들을 이해하는 것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간 살아온 삶의 생채기들이 ‘고집’이라 불리는 편견을 만들었다. 내 관점에서는 이해할 수 없었던 행동들이 과거의 아픈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일, 돈, 사람, 사랑, 직업 등등 세월을 겪으면서 이런 저런 일을 겪다 보면 사람은 점점 바뀌어 간다. 그들의 삶을 모두 알거나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중년의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가지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중년도 언제나 마음 먹으면, 기회를 잡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시기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도전과 역경, 성취와 실패는 사실 젊은이들을 나타내는 주요 단어라고 생각했다. 사회는 이러한 과정을 청년들에게 요구하고, 또 청년들은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사회 속에 들어갈 수 있다.

 

중년이 도전하고, 계속 배워 나가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책의 교훈, 메시지는 같은 중년에게도 힘을 줄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중년에 대한 다른 감정을 느끼게 했다. 같은 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동질감, 그리고 성공했으면 좋겠다 하는 응원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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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이 있는 책이라기 보다는, 경험과 추억을 기록한 하나의 기록집이다. 개개인의 특별하고 개성 강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한 사람 한 사람 더 알고 싶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중년의 삶이 막막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발견하고 싶은 사람들, 도전이 두려운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박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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