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포스트맨은 왜 벨을 두 번 울렸을까? [도서]

글 입력 2021.01.2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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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맨은 왜 벨을 두 번 울렸을까.

 

책이 결말을 향해 치닫을 때도 나는 제목의 의미를 이해하기는 커녕 어떤 의미에서 이렇게 지었는지 유추조차 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는 물음표만 가득했다. 작품이 끝났을 때에는? 똑같이 오리무중이었다.

 

작품 속 그 어디에도 포스트맨이 등장하지 않았고, 벨이 두 번 울리는 것의 의미 역시 그랬다. 책 끝에 달려있는 작품 해설이 없었다면 나는 아리송한 제목을 달아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든 작가 제임스 케인은 원망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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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트 스나이더

 

 

제목의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1927년 3월 19일에 주목해야 한다.

 

이 날, 잡지 편집자 앨버트 스나이더가 자신의 아내인 루스 스나이더와 그녀의 애인이자 코르셋 외판원인 저드 그레이에게 뉴욕 롱아일랜드의 자택에서 살해된다.

 

살인 사건 이후 이들의 재판이 롱아일랜드 대법원에서 나흘간 진행되었다. 퀸즈 자치구 검찰총장인 리처드 사빌 뉴컴이 직접 기소를 담당하고 쉰여덟 명의 증인을 소환했다. 재판은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고, 132개 신문사에서 온 기자들이 법원에 설치된 50대의 전화를 이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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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에 카메라를 숨겨 사형집행장에 들어갔던

<뉴욕 데일리 뉴스>의 톰 하워드 기자

 

 

<뉴욕 데일리 뉴스>의 몰래카메라에 촬영된 1928년 1월 12일 싱싱 교도소 전기의자에서 집행된 루스 스나이더의 사형 장면은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보도사진이 되었다.

 

이 사건이 선정적 뉴스의 대상이 된 이유는 살인자들이 무척 서툴었다는 점이다. 저드 그레이는 너무 유별나게 행동한 나머지 사건 현장 부근에 있던 거의 모든 증인들에게 목격이 되었었고, 명백한 실마리가 곳곳에 널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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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이들의 어수룩함이 결정적으로 드러난 점이 바로 '보험 가입'이었다. 남편인 앨버트를 살해하기 전, 루스는 남편 몰래 그의 명의로 5만 달러의 개인 상해보험에 가입했었고 남편의 사망시 두 배로 보상받는 배액 보상 조항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우편배달부에게 보험 지급증서를 자신에게 직접 배달하라고 지시했으며 초인종을 두 번 울리는 것이 신호였다.

 

루스 스나이더와 저드 그레이는 그들의 사랑의 걸림돌이 남편이라고 생각했고, 남편만 없애버리면 본인들의 사랑이 지켜질 수 있을거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결론은 어땠나. 둘다 사형을 당하는 것으로 끝났다.

 

앨버트 스나이더가 이 둘에게 살해당한 스나이더-그레이 소송은, 제임스 케인에게도 꽤 인상깊게 다가왔던 모양이다. 누군가에게서 이 소송 이야기를 전해 들은 케인은 사건에 기초해 그의 첫번째 소설인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를 집필한다.

 

케인은 친구 작가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때문에 그런 애기에 대해 내가 갖고 있던 생각을 굳혔어. 도덕적으로는 충분히 끔찍하지만 살인이 사랑 얘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멍청한 남녀가 있고, 그런데 일단 저지른 다음 정신 차리고 보면 어떤 두 사람도 그렇게 끔찍한 비밀을 공유하고는 같은 지구에서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는 얘기야. 그들은 저드와 루스가 그랬던 것처럼 서로 맞서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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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하기 짝이 없는 주인공들을 보며 이 소설은 내가 원래 읽던 범죄 소설들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이 소설은 최근 유퀴즈 프로그램에서 출연한 정세랑 작가가 추천한 책인 <0시를 향하여>를 쓴 영국의 대표적인 추리 소설 작가인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들과는 방향을 달리한다.

 

그런 의미에서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는 최대한 감정을 덜어낸 문체와, 완벽한 살인 계획이라고 스스로만 자부하고 있는 부랑자의 1인칭 시점 서술이라는 점이 더해져서 자극적이면서도 허무함이 묻어나는 하드보일드 소설이다.

 

본능만을 따라가며 본인의 행위를 정당화하다가 결국엔 파멸로 이르는 주인공들을 지켜보는 과정이 흡입력있게 진행되는 이 소설은, 알베르 카뮈가 <이방인>의 영감을 얻은 소설이기도 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하드보일드 소설

실제 사건 모티브

<이방인>에게 영감을 준 책

흡입력 있는 문체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의 흥미로운 점들을 짧게 정리해보니 네 가지로 추려진다. 내가 이 책의 편집자였다면 책 띠지 고민 하느라 힘들었을 것 같다. 마케팅 포인트가 한 두개가 아니라서 위의 네 가지 중 어떤걸 내세워서 홍보할지, 즐거운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최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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