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 영화를 오랜 시간 기억하기 위한 애정 어린 시선 : 오늘의 시선 [영화]

1세대 영화 유튜버이자 작가 김시선에게 배우는 수많은 영화를 담는 노하우
글 입력 2021.01.2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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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영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더 생겨나고 있다. 영화 유튜브, 영화 잡지, 영화 책을 통해 해석과 평론을 보는 것에 대한 시간을 들이는 것을 즐거워한다. 수많은 영화를 더 깊이 있게 공부하기 위해 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몇 문단이라도 생각을 끄적여 보고 다른 사람들의 해석을 참고한다. 그럴 때마다 놀라운 것은 누군가는 시대적 배경에 초점을 맞춰 바라보고, 누군가는 주인공의 감정 선에 동요되며 평을 낸다.

 

한 영화에 해석된 여러 갈래의 시각은 영화의 매력에 고속으로 빠지게 만든다. 예전에는 한 영화를 다시 볼 생각조차 안 했지만, 요새는 나의 관점과 다른 사람들의 관점을 분석하며 새롭게 포착되는 장면을 꼭 한 번 더 확인해보려는 꼼꼼함이 생겼다. 그러면 비교적 가볍게 넘어갔던 지점이 진하게 인식되어, 그 영화에 대한 지식을 얻는 희열을 맛볼 수 있다.

 

그런데 영화라는 분야를 폭넓게 알아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다 보니, 한 가지 미리 걱정이 생겼다. 일주일에 적어도 2편 이상의 작품을 마주하고 있는데, 그저 많은 횟수를 관람하는 것을 기준으로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애정이 넘친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작품을 본 감상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기록 해둔 것을 참고하지 않으면 내가 봤었나 싶을 정도로 낯설어질 때가 있다. 혹시 지금 수박 겉핥기로 영화를 가볍게 대하는 건 아닐까? 당황이 밀물 몰려오듯 차오른다. 이런 의문점에 대해 영화를 업으로 삼고 있는 분들이 영화를 대하는 구체적인 태도와 방법을 배워야 했다. 검색한 끝에 김시선 영화 유튜버를 알게 되었고, 이분이 쓰신 도서를 구입해 정독의 첫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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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은 <오늘의 시선>으로 부가적인 설명에는 반전 없는 것이 반전인 김시선의 영화 생활이라고 적혀 있었다. 반전이 없다는 문구에 확 끌렸다. 영화를 사랑한다면 누구나 바로 행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목차를 쭉 훑어보니 내 촉은 틀림없이 맞아떨어졌다. 고요한 방 안에서 책 넘기는 소리는 끊기지 않고, 모든 페이지가 비슷한 속도로 빠르게 넘겨졌다.

 

책을 공책처럼 편하게 대해 밑줄 그으며 읽어 내려가곤 하는데, 순식간에 많은 연필 자국의 흔적이 생겼다. 그중 영화에 대해 깊이 알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설명은 이러했다. 많이 보고, 다시 보고, 감독 이름을 노트에 적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더욱 사랑하게 됩니다.

 

영화와 더 가까운 관계를 맺기 위한 첫 번째 단계인 것 같은데, 다행히도 이미 실행하고 있었다. 화자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애용하고 있다. 여태 본 영화들을 놓치지 않고 꽉 잡고 싶어, 여운이 오래 남는 장면과 대사 그리고 간추린 느낀 점을 담아 차곡차곡 보관하고 있다.

 

계정을 시작한 지 1년 전, 이제 막 영화에 열정이 불타올랐을 때는 감독 이름을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시야가 매우 비좁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스토리에만 온 신경을 쓰며, 내가 지금 제대로 이해한 거 맞지?라는 단편적인 생각 하나에 집작했다. 그런데 시간이 점차 지날수록 감독의 이름을 확인하는 자세가 분명 필요한 별 다섯 개 정도의 중요도를 느꼈다. 그 이유는 자신이 어떤 장르에 관심이 많은지, 어떤 작품을 보고 전율이 느껴지는지 파악할 수 있는 지표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감독이 창조해내는 작품의 스토리는 매번 달라도, 결은 그대로 살아있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그동안 본 영화들을 확인해보라. 그러면 꽤 많이 동일한 감독의 영화를 찾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 그 감독과 독자의 성향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짐 자무쉬 감독의 <커피와 담배>와 <패터슨>을 보면 매우 단조로운 일상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행위들을 작품성 있게 녹여 내리는 지점들을 확인할 수 있다. 매 작품마다 형식의 구조들은 달라도 감독이 수년간 공통으로 녹여내고 있는 가치관을 멀리서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 우리들에게 주어진다. 이는 창작자의 창작 의도는 무엇일까, 그 창작 의도가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은 작은 목소리는 무엇일까에 대한 분석하는 재미를 제공한다. 그러면 김시선 작가가 한 말씀처럼 마치 군주가 되어 영화계의 영토를 하나씩 정복해나가는 맛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영화를 업으로 삼고 있는 김시선 작가는 하루에 2편, 일주일에 10편, 1년이면 700편이 넘는 작품을 보고 있다고 한다. 일반인인 나와 다르게 영화를 기억 속에 잡고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 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래서 택한 방법은 역시나 아무리 힘들고 귀찮아도 써야만 한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이 많은 영화를 어떻게 기록을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를 들려준다.

 

그동안은 공책에 글을 써서 남겼는데, 단점이 순차적으로 생겨났다고 한다. 손으로 글을 쓰면서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다는 좋은 장점이 있지만, 공책을 보관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사할 때마다 사라지고, 먼지가 쌓이고 물에 쉽게 훼손되었기에 다른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했다.

 

그러다 연도별로 글을 분류해 줄 뿐 아니라 검색으로 원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에어테이블(Airtable)'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인터넷판 엑셀로 보이는 에어테이블의 기능으로, 각 항목이 링크되어 자동 연결된다고 한다. (ex. 봉준호 탭을 누르면 영화 리스트가 한눈에 보여, 내가 어떤 영화를 봤는지, 내가 남긴 ’기록‘은 뭐가 있는지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애정이 듬뿍 담긴 분야에 몸담고 있는 분의 책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를 또 깨닫게 되었다. 분명 ‘에어테이블(Airtable)'을 미리 알고 있던 분도 있겠지만, 화자는 이 정보를 처음 접했다. 아직까지는 김시선 작가님처럼 내 안의 영화 목록들이 넘쳐흐르는 상태는 아니기에 긴급하게 사용될 이유는 없지만, 조만간 사용해볼 예정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영화를 기록하는 색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아갔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에필로그를 펼치면 붉은색으로 내 꿈은 영화 잘 아는 할아버지라는 문구가 달려 있다. 이 문구에 자극을 받아 나 또한 고민해 봤다. 내가 영화라는 분야를 통해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뭘까? 이 꿈은 직업적으로 이뤄내고 싶은 업적이 아니라, 단순히 영화를 아끼는 사람으로서 해볼 수 있는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그러다 반짝 떠올랐다. 수많은 영화를 많이 본 후 인사이트를 충분히 쌓아, 그 경험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작은 영화방을 만들고 싶다. 극장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상업영화뿐 아니라, 저예산을 사용해 현실적인 사람들의 진실이 담긴 영화를 틀어놓고 싶다. 그렇게 아직 수면 위로 나오지 못한 영화를 찾아 한 사람에게라도 더 알리고 싶다. 그러다 한 사람이 두 사람이 되고 세 사람까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꿈을 이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생각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다. 언젠가 꼭 그런 날이 오길 기대하며 오늘도 멈춰 있지 않을 예정이다. 새롭게 알게 될 감독들과 배우들을 만나기 위해 영화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기록할 예정이다. 내일엔, 내일모레엔 어떤 영화가 내 두 팔에 닭살을 올리게 만들까 기대하게 되는 오늘 밤이다.

 

 



[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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