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온라인으로 즐기는 인터랙티브 전시 [미술/전시]

일상의 예술, 그림책 전 Picturebook: play and link
글 입력 2021.01.25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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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떠돌다 우연히 이번 전시 <일상의 예술, 그림책 전>을 접했다. 무료에다 온라인으로 하는 전시라 별 기대도 없이, 무작정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림책 작가들 작품 10점이 인터랙티브 형식으로 전시돼 있었다. 온라인 전시인데도 눈과 귀, 손의 감각까지 살아나는 듯했다. 인터넷 망령으로 떠도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시각, 청각까진 그렇다 쳐도 어떻게 촉각도 자극할 수 있었을까(자극된 것처럼 느끼게 할 수 있었을까)? 전시의 큰 줄기가 되는 인터랙티브란 뭘까?

 

‘상호작용하는’이라는 뜻의 인터랙티브(interactive)는 굳이 번역해서 적지 않을 만큼 친숙한 단어가 됐다. 미술에서의 인터랙티브는 작품 감상자의 참여와 반응에 따라, 작품의 형태가 변하여, 보다 능동적으로 작품을 즐길 수 있게 한다. 게임, 영화, 전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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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놀이하듯 마법처럼 서로를 연결하는 그림책의 힘”

 

인터랙티브와 그림책이 만났다. 커가면서 멀리했다가 다시 찾게 되는 그림책.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받고 싶거나, 일상과는 다른 세계로 가고 싶을 때마다 보게 된다. <일상의 예술, 그림책 전>는 ‘인터랙티브 아트’, ‘찾아가는 아뜰리에’, ‘DIY 그림책 키트’로 다양한 방식으로 그림책을 즐길 수 있게 한다.

 

이번 전시의 핵심인 ‘인터랙티브 아트’는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초대 작가 작품을 10선 선보인다. 작품마다 어울리는 소리와 움직임을 첨가해 종이책으로는 느껴보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클릭이나 드래그 행위를 통해 작품과 소통할 수 있다.

 

김지민 <하이드와 나>, 문승연 <노랑, 파랑, 빨강, 세상을 물들여요>, 소윤경 <춤추는 해골>, 이명애 <내일은 맑겠습니다>, 이수지 <선>, 장현정 <맴>, 차정인 , 한병호 <엄마의 섬>, 한샛별 <잠>, 한성민 <조용한 밤>.

 

전시 작품 목록은 위와 같다. 각 작품은 책으로도 출간돼 있다. PC나 모바일 모두 잘 작동하지만, 모바일 화면에서 손가락으로 조종하는 것이 더 몰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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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마음에 든 작품은 장현정 작가의 <맴>(2015)이었다.

 

흰 바탕에 오밀조밀 심어진 나무의 잎부분을 누르면, 새소리가 나면서 잎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나무마다 새 소리가 다른 점도 매력적이다. <맴>은 여유로운 초여름 오후, 정자에 누워 눈을 감고 미적지근한 바람에 슥삭이는 나뭇잎 소리, 사방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는 듯한 느낌이었다.

 

작품 설명처럼 여름의 시작 ‘고요히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느꼈다. 새소리와 초록 잎도 가본 적 없지만, 상상 속에는 존재하는 공간으로 나를 데려갔다. 탁한 도시의 공기가 아니라, 맑고 상쾌한 숲 공기를 마시고 있는 것 같았다. <맴>은 시각, 청각, 촉각을 고루 자극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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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인의 (1997)에도 눈길이 갔다.


조그마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한 집을 선택해서 누르면 그 집은 커지지만 다른 집들은 줄어든다. 돈이 아니라 공간으로 하는 ‘제로섬 게임’ 같았다.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는 상황을 작품으로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씁쓸하긴 해도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온라인 전시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린 작품은 한성민의 <조용한 밤>(2018)이다. 아프리카 초원에 밤이 찾아온 것 같다. 코끼리, 하마, 기린이 각자의 방식으로 밤을 보낸다. 움직임은 앞뒤로 드래그하면 지구본처럼 왔다갔다 하는 것이 다다. 이 작품에서 감상자를 아프리카 초원으로 끌어들이는 힘은 소리다.

 

어둠이 내려앉은 후, 희미하게 여러 소리가 겹친다. 풀벌레 소리, 물소리, 먼 곳의 짐승소리. 어두운 화면과 잔잔한 소리를 통해 동물들이 잠에 빠져들락 말락 하는 순간을 경험하는 듯했다. <조용한 밤>에서는 ASMR로 써도 손색없을 것 같은 초원의 밤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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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소개할 한병호의 <엄마의 섬>은 물기 가득한 바닷소리가 인상적이다.

 

유유히 하늘을 비행하는 갈매기 소리, 육지로 밀려드는 파도 소리, 첨벙대는 물고기 소리, 간간이 울리는 뱃고동 소리. 이런 소리만으로 충만해지는 느낌이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스크롤을 올리고, 내리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하늘 높이 떠 있는 해가 바다 쪽으로 이동한다. 어느 순간 종소리가 들리며 해는 바다로 빠진다. 해와 구름 대신 별들이 하늘을 채운다. 이 작품은 빛에 따라 오묘하게 달라지는 바닷물 색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소리의 질감까지 구현한다. 새벽부터 밤까지 서서히 옷을 갈아입는 섬의 시간을 작품으로 만나보자.


총 4개의 작품을 살폈다. 온전히 내 취향으로 고른 작품들이라 잔잔한 작품들이 꼽혔다. 하지만 이런 작품 외에도, <춤추는 해골>이나 <내일은 맑겠습니다>같이 생기 넘치는 밝은 작품도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취향을 새롭게 발견해보고, 마음에 쏙 든 작품은 책을 구매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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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아뜰리에’ 부문도 알차다. 작가의 작업실에서 예술과 그림책 이야기를 직접 듣는 코너다. 그림책은 어떤 책인지, 그림책 작가는 어떤 사람인지, 그림책에는 어떤 재료가 쓰일지 등 흔히 궁금해할 만한 질문에 대한 답을 작가에게 직접 들을 수 있다.

 

5개의 인터뷰 영상과 2개의 전시작 영상이 준비돼 있다. 10분에서 20분 남짓으로 구성된 인터뷰 영상은 ‘알아 두면 쓸모 있는 신비한 잡학사전’ 같다. 그냥 Q&A 영상으로 치부하기에 아까울 만큼 질이 좋다. 오랜 시간 한 분야를 위해 노력한 장인, 전문가의 통찰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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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예술, 그림책 전>의 스크롤 하단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DIY 그림책 키트’다. 한병호 작가의 아크로바틱 우드 토이와 차정인 작가의 실 한 가닥 키트는 신청 기한이 끝났지만, 팝업 꽃 만들기와 부리 그림책 만들기는 직접 도안을 다운로드해 이용할 수 있다. 설명서까지 빠지지 않고 제공된다.

 

*

 

온라인이라고 무시해선 안 된다. 그림책의 무한한 잠재력과 온라인의 확장성이 만나 특별한 전시가 만들어졌다. 서울특별시가 주최하고 서울디자인재단과 DDP가 주관한 이번 전시는 20년 12월 20일(일)일 시작해, 21년 2월 14일(일)까지 진행된다. 전시가 끝나기 전 꼭 들러 보길 바란다.

 

 



[임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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