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디스토피아에서 '행복'을 그리는 것 [전시]

데이비드 자민 : New Journey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글 입력 2021.01.2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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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자민 '블루 내면자화상'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프랑스 화가 데이비드 자민의 개인전 'New Journey'가 진행 중이다. Day1부터 Day4까지 총 네 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고, 적지 않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실 자체도 예쁘게 꾸미어져 있어서,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

데이비드 자민 : New Journey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2021-01-05(화) ~ 2021-01-31(일)

오전10시 ~ 오후7시

월요일 휴관

 

일반(만 19세이상) 12,000원

청소년(만13세-18세) 10,000원

어린이(36개월-12세) 8,000원

 

예약 불필요

사진촬영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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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자민 '카멜리아'

 

 

자민의 그림들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행복의 표현이며, 세상에 대한 역설’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에게는 자민이 전시실에 남긴 한 마디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디스토피아 같은 세상살이에서 불행, 절망, 우울, 냉소, 부정의 미학을 그리기는 오히려 쉽다. 정작 어려운 것은 그 반대를 그리는 일이다.


- 데이비드 자민

 


그렇지 않아도 힘든 일이 많은 세상살이에, 코로나 19라는 악재가 겹쳐있는 상태이다. 실로 디스토피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가는 자주 불행이나 절망, 우울함이나 냉소, 부정적인 감정을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그것은 혁신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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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자민 '다시 야생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에서 비롯한 전통적인 미학적 관점에서 예술은 ‘미메시스’ 즉 ‘현실 세계에 대한 모방’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수많은 현대미술가들에 의해 예술의 지위는 변화하였고, ‘현실 재현의 시도’로 경시되는 경향이 있었던 예술은 새로운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


추상주의나 개념주의 예술가들은 관념을 그려냈다. 대중의 폭력성을 돋군 미래주의 예술 운동은, 예술이 현실로부터 일방적으로 영향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초현실주의 화가들은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을 창작해냈다.

 

현대미술에 이르러 더 이상 예술은 단순한 ‘모방’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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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자민 '카마로그에서의 하루'

 

 

그러나 데이비드 자민의 말 한 마디는 창작자와 감상자를 비롯한 예술 문화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한다. 과연 위의 예술 활동과 현재의 예술 활동이 ‘모방’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을까?


앞서 이야기하였듯, 세상살이가 우울하다. 예술가는 그 우울한 감정을 낚아채는 데에 그 누구보다도 능통한 사람이다. 그리고 예술가는 그 우울함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우울함을 관찰하고, 우울함을 느낀 뒤, 우울함을 그린다. 이것이 모방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예술가들은 예술이 ‘모방’이 아님을 증명하려 했지만, 그러한 예술가들의 시도 역시 예술이 ‘모방’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민의 작품은 다르다. 그는 현실을 모방하지 않는다. 우울함을 관찰하고, 그와 반대되는 행복, 기쁨, 화목함 그리고 다채로움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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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자민 '커피타임'


 

물론 결코 부정적인 감정을 그려내는 예술가들을 비난하려 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 역시 짙은 우울함이 묻어나는 작품들을 사랑한다. 현실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그러한 작품들은 꼭 필요하다.

 

다만 미약하지만 역시나 예술 활동을 하는 입장에서, 필자 자신의 예술 활동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마음을 울리는 말이었기에 언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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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자민 '새 여행자들'


 

이외에도 자민의 그림에서 매력적인 요소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자민은 동물, 특히 새들과 화려한 꽃 그리고 아이들을 많이 그린다. 이러한 그림들은 다채로우면서도 행복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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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자민 '자유롭게', '살아가다'


 

에곤 쉴레의 그림에 등장할 법한 자세와 표정을 한 인물의 그림이 포스터 컬러 물감인 것 같이 보이는 질감의 물감으로 그려져 있다. 유화라고 하기에는 투명하고 수채화라고 하기에는 불투명하다.

 

자민은 거의 모든 그림을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다. 농도에 따라 질감이 크게 달라지는 아크릴 물감의 특성을 정말 잘 활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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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자민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또한, 자민은 그가 존경하는 사람이나 좋아하는 그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기도 했는데, 그가 그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그림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외에도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자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그린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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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자민 '라이브'


 

나아가 자민은 상당한 로맨티스트이다. 어린이들을 제외하자면, 자민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턱에는 점이 있다. 그 점이 의미하는 것은 자민의 평생의 뮤즈이자 애인인 ‘세브린’이다. 그의 아내인 세브린의 턱에는 점이 있고, 자민은 매번 그를 떠올리며 인물의 턱에 점을 그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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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자민 '꽃을 따는 아이'


 

또한, 그의 그림 중 다수에는 ‘별(*)’이 그려져 있기도 하다. 자민의 어머니는 자민이 어렸을 적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자민은 자신의 그림 속에 어머니를 상징하는 별을 그려 넣으며 그의 어머니가 어디선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떠올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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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자민 '블루 테디 베어'


 

한 가지 더, 전시실의 마지막에는 ‘테디 베어’ 그림이 여럿 있다. 그리고 실제로 자민 가족과 긴 세월을 함께한 자민 가족의 ‘테디 베어’ 실물도 놓여 있다. 작가가 직접 한국에 방문하여 관객을 맞이하기 힘든 상황이기에, 자민 가족의 분신과도 같은 ‘테디 베어’를 보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시 해설에 자민이 자신의 테디 베어를 잘 돌보아 줄 것을 부탁하는 편지의 내용이 적혀 있기도 하다. 사람과 동물뿐만 아니라 인형에게까지 섬세한 관심을 쏟는 자민의 고운 마음으로부터 깊은 따뜻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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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자민 '노란 원피스를 입은 아이'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을 소개하며 마치고자 한다. 자민은 그와 세브린의 아이들이 세상에 나온 이후부터 아이들을 많이 그리기 시작하였다.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자민의 그림 속 아이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행복해 보이고 귀엽다.


전시를 보는 내내 따뜻함을 느끼고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충전시켜준 자민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오피니언을 마치고 싶다. 2021년 1월 31일까지 진행되는 전시이니, 흥미가 생긴 독자는 놓치지 말고 꼭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최호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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