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생긴 일] 영화 '소울', 삶의 의미는 성취에 있지 않다

취업준비생이 본 영화 <소울>
글 입력 2021.01.2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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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울>의

줄거리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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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울>은 중학교 밴드 교사 ‘조 가드너’가 혼수상태에 빠져 인간이 태어나기 전 영혼들이 거치는 세계를 경험하는 이야기다. 조는 연금과 보험을 보장받는 정규직 교사 자리를 제안받지만, 오로지 재즈 연주자로서 성공하는 것이 자기 삶의 목표라 여기며 떨떠름하게 반응한다. 옛 제자의 도움으로 뉴욕의 유명 재즈 바에서 꿈에 그리던 뮤지션 ‘도로시아 윌리엄스’ 와의 첫 협연을 앞둔 인생 최고의 날, 조는 맨홀에 발을 헛디뎌 지구 바깥의 추상의 세계로 떨어지게 된다.

 

조의 영혼은 사후세계를 헤매다 자기 죽음을 부정하며 도망친다. 그러던 중 다시 발을 헛디뎌 사후세계가 아닌, 영혼들이 지구로 떨어지기 전에 성격을 부여받는 ‘유 세미나(You Seminar)’에 도달한다.

 

‘유 세미나’에서 영혼을 교육하는 존재인 ‘제리’는 조의 영혼이 어린 영혼이 지구로 가는 것을 돕는 ‘멘토’라고 착각하고, 오랫동안 지구로 갈 자격을 갖추지 못했던 영혼 ‘22’를 조에게 맡긴다. 다른 영혼들이 최소한 천억 번 대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22는 유 세미나에서 오랜 시간을 살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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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세미나의 모든 영혼은 6가지 성격 특성을 부여받은 후, 멘토의 도움으로 불꽃(Spark)을 찾으면 지구 통행증을 발급받는다. 영혼의 불꽃은 축구, 브레이크 댄스, 요리, 음악 등 다양한 것이 있는데, 그간 마하트마 간디, 테레사 수녀, 칼 융, 코페르니쿠스 등 수많은 멘토가 22의 불꽃을 찾아주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처럼 불꽃은 영화 초반부에 사람들이 타고 태어나는 재능인 것처럼 묘사된다.

 

조는 22가 그간 만나 온 멘토들과 달리,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무의미한, 실패한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도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조를 보며 22는 지구에서의 삶에 호기심을 갖게 되고, 길 잃은 영혼을 돕는 항해사 ‘문윈드’의 도움으로 조와 함께 지구에 떨어진다.

 

그러나 조의 몸은 하나고, 영혼은 둘이었기에 조의 몸에는 22가, 병실에 조와 함께 있던 고양이의 몸에 조의 영혼이 들어가게 된다. 둘은 조가 연주를 할 수 있도록 단장을 하고, 연주 리허설 전에 영혼을 되돌리기 위해 애를 쓴다.

 

픽사를 대표하는 피트 닥터 감독의 작품답게, <소울>은 전 연령층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줄거리로도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런데도 이 영화의 메시지가 가장 와 닿을 만한 사람은 세상의 모든 ‘지망생’과 ‘준비생’들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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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조와 22를 통해 두 가지의 이야기를 전한다. 하나는 우리가 태어난 이유가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고 뛰어난 성취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삶을 즐기며 살아갈 준비가 되어서라는 것이다. 조가 그랬듯 나 역시도 특정 분야에서의 ‘1등’을 해내지 못했기에 실패한 인생이고, 그렇기에 더는 살아갈 의미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삶의 의미는 정점에 이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고 영화는 말한다.

다른 하나는 바로 삶의 무의미함에 관한 것이다. 아무리 대단한 성과를 내더라도 영원한 행복에 이를 수 없고, 더욱이 그 성과는 죽은 후에는 모든 의미를 잃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끝없이 작은 행복을 음미하며 삶이라는 쳇바퀴를 굴러야 한다. 조의 마지막 대사처럼 매 순간을 살지 않으면 삶의 허무함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졸업을 앞두고 자기소개서를 쓰기 시작했다. 조처럼 나 역시도 지난 삶을 돌아보니 무의미한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울컥 치밀어 오른다. 스펙이나 재능은커녕 열정을 다했던 경험도, 어려운 일을 극복했던 경험도 없는 것 같아 허탈하고, 범접할 수 없는 성과로 가득한 다른 이들의 자기소개서를 보면 절로 초래해진다.

 

더욱이 코로나 19로 취업의 문이 매우 좁아졌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무기력하고 우울한 기분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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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셜 네트워크> 중,

'최연소 억만장자'가 된 후에도

불행해하는 마크 주커버그

 

 

그런데 과연 취업이라는 문을 통과하면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원하던 학교에서 바라던 전공을 공부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으면서도 상상한 만큼 대학생활이 즐겁지 않았던 것을 보면,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대학에만 가면 고통을 보상받을, 완전한 행복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진 데 대한 좌절감이 더욱 컸다.

 

영화를 보며 내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의 나는 대기업 서류전형을 ‘프리패스’할 좋은 이력서가 없고, 면접관을 사로잡을 화려한 언변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없으니 불행하다고 스스로 되뇌고 있었다. 지금 나는 그야말로 ‘미생’이고, 어디든 취업을 하면 진정한 삶이 펼쳐질 것이며, 그때가 되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유 세미나에서 부여받은 불꽃은 특정한 직업과 적성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전히 나의 이력서에는 공백이 많고, 취업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그러나 전보다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방법은 조금 알 것 같다. 분명한 건 여느 영화에서처럼 학위가, 대기업 취업이, 운명의 상대와의 만남이 나를 갑자기 행복하게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소울>은 ‘영화답지 않은 순간’을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사실이 지금의 나를 잘 돌보고 사랑하며, 영원히 무의미하기만 할 삶을 살아갈 힘을 준다.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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