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을 읽어도 남는 게 없다고 느껴지는 당신에게 - 탐독가들 [도서]

독서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간 조선의 선비들이 말한다.
글 입력 2021.01.2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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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좋은 점을 줄줄이 열거하라면 A4용지 10장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 독서의 효용은 무궁무진하다.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오락거리로 좋은 취미가 되어주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지식과 통찰을 선물해 주기도 한다. 이제는 단순 취미를 넘어 자기계발의 대표격으로, 여러 사람에게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가져다주는 독서. 하지만 어떤 사람은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독서가 좋은 건 알겠는데... 읽어도 남는 게 없는 것 같아. 한 주만 지나도 다 까먹어. 읽어도 내 인생이 크게 바뀌지도 않는 것 같아. 독서를 통해 자신의 삶을 멋지게 변화시킨 사람들이 많던데... 왜 나는 그럴 수 없는 걸까?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솔직히 고백하자면, 내가 그랬다. 책을 읽어도 머릿속에 남는 게 없는 것 같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지 일주일만 지나도 책 내용이 가물가물했다. 소위 명저라고 불리는 책을 사서 열심히 읽었지만, 내 삶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책이 문제였을까. 책을 읽는 내가 문제였을까. 바로 이러한 고민의 해답을 조선 시대 최고의 학식을 자랑한 선비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탐독가들'에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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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대로 된 독서 행위를 통해 지식과 삶을 일치시키면서 가혹한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나간 고전 탐독가들에 관한 글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맹목적으로 빠져 읽거나, 오로지 출세를 위해 읽거나, 읽기를 위한 읽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어떤 지식인들은 독서를 통해 나를 발견하고, 세상을 이해하고, 우주의 이치를 깨달아갔다. 그리하여 좋은 독서를 한 지식인들이 나와 세계를 어떻게 바꾸고 현실에 맞서 갔는지를 들려주고자 했다.


- 탐독가들, p6

 

 

이덕무, 김득신, 세종대왕, 다산 정약용, 홍길주, 담헌 홍대용, 성호 이익, 충무공 이순신, 율곡 이이, 교산 허균, 박지원, 정조, 백수 양응수.

 

책에는 당대에 뛰어난 학식과 덕망을 갖춘 선비부터 조선의 임금까지, 다양한 탐독가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어떻게 독서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갔으며, 어떻게 책을 읽었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이곳에 담겨 있다. 책을 통해 직접 탐독가를 만나, 그들의 생생한 독서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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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무엇이 독서의 질적인 차이를 만든 것일까?

 

세상에 책을 읽는 사람들은 많지만, 모두가 독서를 통해 자신의 삶에서 성장과 발전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소수의 사람이 책을 통해 위대한 성취로 나아간다. 이것은 조선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책을 읽는 수많은 선비와 양반 그리고 왕이 있었지만, 그중 뛰어난 학식과 견문을 갖추고 오랫동안 존경받는 사람은 드물다.

 

그 이유가 대부분 사람들이 책을 읽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일까? 개인적으로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 권의 좋은 책을 온전히 이해하고 소화할 때까지 반복해서 여러 번 읽기, 온 신경을 집중하고 몰입해서 읽기, 선입견을 배제하며 읽기, 글쓴이의 마음을 헤아리며 읽기, 요약하며 읽기, 중요한 부분을 발췌하며 읽기, 깊이 생각하고 음미하며 읽기,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읽기, 의문을 품고 치열하게 토론하며 읽기,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골고루 읽기 등. 좋은 독서법은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의 공유가 빠르게 일어나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인터넷에 '독서법'이라는 키워드로 검색 한 번만 해봐도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이며, 이미 독서법에 관한 수많은 책이 시중에 나와 있다. 그렇기에 좋은 독서법을 몰라서, 독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좋은 독서법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직접 실천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귀찮고 힘들다는 이유로 책을 대충 읽다 보면 맹목적으로 빠져서 읽기도 하고, 혹은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마지막 장을 덮게 된다. 또한, 다른 목적과 의도로 욕심을 내면서 읽기 때문에 우리의 삶을 성장시키고 변화시키는 독서로 나아가기 어려웠던 게 아닐까.

 

결국, 독서의 질적인 차이를 만드는 관건은 책을 읽을 때 얼마나 정성과 마음을 쏟는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정성과 마음의 크기가 얼마나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지 몸소 느끼게 해준 것이 바로 책 '탐독가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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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독서에 쏟은 마음의 크기


 

책 탐독가들에서도 훌륭한 독서법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독서법도 위에 열거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이 시중에 있는 독서법에 관한 책과 다른 점은 좋은 독서법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조선 최고의 독서 달인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은 것에 있다. 책에 담긴 지혜와 지식을 각자 저마다 자신의 삶에서 어떻게 적용하였으며, 그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았는지, 그 노력의 크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효용이라 생각한다.

 

머리가 나쁘고 둔하여 남들보다 한참 뒤처졌지만 수백 수천 번의 반복 읽기로 자신의 삶을 개척한 김득신. 책을 읽으며 작은 의문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뿌리까지 탐구하는 정독의 읽기를 통해, 여러 발명품과 훌륭한 저서를 남기고 최고의 학자로 거듭난 다산 정약용. 그리고 신하들의 스승이라 불릴 만큼 뛰어난 학식을 자랑했던 정조. 특히 정조는 책을 읽고 필요한 내용을 간추려서 뽑아 정리하는 초록을 매우 강조했다. 그 외에도 독서를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옛 선비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책에 등장한다.

 

책은 내가 가진 독서 태도와 마음가짐을 깊이 성찰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나는 얼마나 책을 대충 읽고 있었는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였다. 좋은 책은 여러 번 반복해서 읽으면 좋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책을 읽을 때는 대충 읽어서는 안 되며, 항상 의문을 품고 탐구하는 자세로 읽는 것이 좋다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중요한 부분을 발췌하고 직접 나의 언어로 요약해보는 것이 좋다는 것도 물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나는 직접 실천하지 않았을까. 독서를 통해서 나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개척하기를 바라면서, 그만한 정성은 쏟지 않았다. 그저 책에 담긴 지식과 통찰이 빨리 내 것이 되기만을 바랐다.

 

책을 읽어도 남는 게 없다고 느껴졌던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나에게 있었다. 겨우 한 번 읽고 책 내용이 머릿속에 오래가길 바라는 것 자체가 애초에 욕심이었다. 당대 천재라 불리던 뛰어난 선비들도 수백 수천 번을 다시 읽었으며, 읽은 내용을 요약하기도 하고, 읽고 난 후에 열띤 토론의 장을 열기도 하고, 세세한 내용까지 깊게 탐구하면서 읽기도 하였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자신과 세상을 바꾸는 훌륭한 독서로 나아갈 수 있었다.

 

책 한 권을 읽더라도 온 마음의 정성을 담아 읽은 것이다. 당연히 독서의 질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 남는 독서를 하고 싶다면, 답은 간단했다. 그만큼 더 정성을 쏟으면 될 일이었다. 책 '탐독가들'을 읽으며 내가 느낀 것은, 훌륭한 선비들의 책을 읽는 태도와 마음가짐이었다. 독서에 마음을 쏟는 정성의 크기가 큰 울림을 주었다. 앞으로 나의 독서에서 책에 담긴 수많은 탐독가들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기억할 것이다.

 

독서에 온 마음과 정성을 쏟았던 그들의 이야기는 독서를 통해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꿈꾸는 사람에게 큰 영감과 자극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그들의 치열한 독서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감동과 울림을 받고 자신의 독서를 반추해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속에서 자신의 독서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기회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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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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