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래도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할 이유 - 출판저널 520호

글 입력 2021.01.1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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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에디터에 지원하면서, 최근 가장 중요한 문화예술 이슈 중 하나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등장한 ‘보건교사 안은영’을 꼽은 적 있다. 그 당시 내가 주목했던 건, 모두가 사양산업이라고 말하는 출판의 확장 가능성이었다. 책, 소설이라는 콘텐츠가 사람들을 이끄는 힘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 미래에 우리 사회를 찾아올 새로운 형식의 미디어들은 책을 즐기는 방식을 풍부하게 해주리라는 것. 내가 보건교사 안은영의 성공을 보고 느꼈던, 혹은 꿈꿨던 것은 이런 것이었다.

 

확실히 그 드라마는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넷플릭스의 수많은 콘텐츠 중 메인에 걸리기도 했다. 독특한 OST 역시 많은 사람의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원작에 관한 관심도 돌아왔다. 원래도 꽤 인기 있는 소설이었으나, 영상 콘텐츠의 성공에 더욱 힘입어 소설이 연일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 예쁘게 새로 포장된 리미티드 에디션은 열심히 팔려나갔다. 누군가 책이 고작 예쁜 상품이나 기념품 정도로 소비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그즈음 어디선가 보았다. 나는 무작정 비판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마도 출판사에서 할 수 있었던 최선이었을 거란 데에 출판계의 사정을 속속들이 모르는 나 역시 쉽게 수긍이 갔다.


결국, 콘텐츠의 팬들은 책이라는 어쩌면 조금 멀어졌을 매체로 다시 되돌아왔다. 그것 역시 충분히 유의미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손에 어떻게 다시 책을 들리게 할 수 있을지는 다양한 논의와 시도들이 필요하다. 다른 미디어와의 교류와 협업, 독자의 요구를 파악하는 것은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일 것이다.


영상의 시대다. 이제 사람들은 궁금한 걸 유튜브에 묻는다. 휴식시간은 넷플릭스나 왓챠 플레이와 함께 보낸다. 영상은 가만히 있어도 눈과 귀에 콘텐츠를 들이부어 준다. 그런 시대에 사람들이 눈이 침침하도록 글자를 짚어가며 책을 읽을까?


물론 독서의 형태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나만 해도 종이책보다는 재작년에 구매한 이북 리더기를 활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다. 그마저도 챙겨오지 않은 날이면 지하철에서 전자책 도서관을 켜서 책을 고르기도 한다. 조금 생소했던 오디오북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책을 더욱 쉽게 읽을 수 있게 하기 위한 수많은 고민의 결과들이 시장에도 쏟아지고 있다. 그러니 나는 책이 그렇게 쉽게 사라지고 외면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길을 먼저 걸은 대상이 어쩌면 만화출판 시장일지 모르겠다. 한국 만화 콘텐츠의 많은 흐름이 웹툰 쪽으로 흘러가면서, 웹툰은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했을뿐더러 해외에까지 수출하는 콘텐츠가 되었다. 우리가 만든 콘텐츠에 대한 여러 나라의 수요가 나타날 정도로 양질의 콘텐츠를 갖춘 시장으로 성장한 것이다. 시장은 커졌을 뿐 아니라 그 안에서 훌륭한 작품성을 가진 작품들이 등장하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질적 성장을 갖추었다.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생겨난 형태인 만큼 확산하고 번역되고 전환되기에도 쉽다. 여러모로 유리한 점이 많아 보인다. 변화의 흐름을 맞아가는 우수한 사례로 느껴졌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불행한가, 라고 묻는다면 그건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한 사람을 놓고 묻는 것과는 다르게 책과 멀어지는 사회는 어떤가, 라는 질문이라면 그것은 어떻게든 막고 싶다는 기분부터 듭니다.

 


출판과 책에 대한 순수함을 일을 지속하면서도 지킬 수 있음에 감탄했던 상추쌈 출판사 대표님의 글을 읽으며 밑줄 친 문장이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여전히 넉넉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한 권의 책을 만들어 간다는 꿈같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시에 책이 세상에서 사랑받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든든했던 글이었다.


나에게 책을 지키는 것은 그 하나를 시장에 계속 팔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것에서 더 나아간다. 우리가 즐길 수 있는 것이 다양해지기를, 조금 어렵고 귀찮다고 사라져 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우리가 속도에 발맞춰 숨 가쁘게 달려오다 언젠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도 우리가 맛보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이 여전히 거기에 있는 것. 그런 다양함에 대한 여유와 포용력이 있는 사회를 기대하게 된다.


출판 시장에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요구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변화에는 속도도 요구되고 방향성도 요구된다. 그리고 든든하게도 나보다도 똑똑한 많은 사람이 속도를 잡기 위해, 방향성을 잡기 위해 여러 층위에서 현재에도 노력하고 계실 것이다. 나 역시 소비자로서, 내가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았으면 하는 이기적인 마음에서라도, 출판계의 변화와 동향에 귀 기울이고 반갑게 맛보려 들 것이다. 오랜만에 종이로 된 잡지에 줄도 치고, 내용이 요약된 신간 도서 목록에서 여유롭게 책도 고르며 그런 새로운 다짐을 마음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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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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