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요요로 그려보는 청년 세대의 꿈과 현실, 영화 '요요현상'

어떤 삶도 틀리지 않았다
글 입력 2021.01.16 19:0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모두들 어린 시절 요요를 갖고 놀았던 경험이 한 번 쯤은 있었을 것이다. 고리에 두 번째 손가락 하나를 집어넣어 손에 쥔 몸체를 아래로 떨구면 줄을 따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 내 손바닥을 탁 치고 내려갔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하고 나면 다 올라오지 못하고 중간에서 멈춰 몸체에 다시 줄을 열심히 감아야만 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나에게 요요와 관련된 추억은 이 정도가 전부다. 나에겐 장난감일 뿐이었던 요요로 끝장을 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다섯 명의 ‘요덕’들의 10년의 시간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요요현상>이다.

 

 

메인_포스터.jpg

 

 

영화는 98년 즈음 ‘요요 붐’ 당시의 뉴스 화면으로 시작한다. 나처럼 잠깐 씩 요요를 가지고 노는 어린아이부터 요요 기술을 연마하며 모임을 가지고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까지 국내에서 요요가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당시의 요덕(요요덕후)들은 앰프를 들고 대학로 같은 곳에서 모여 음악을 틀어 놓고 버스킹을 했다고 한다. 프리스타일로 한 명 씩 돌아가면서 요요 기술을 보여주는 식으로 말이다.


고두현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요요는 도시 스포츠의 일종이라 당시 즐기던 사람들이 영상을 촬영해 온라인상에서 공유하는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흐릿한 6mm 테이프 속에서도 현란한 기술을 펼치며 요요를 하는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말간 소년들의 눈이 빛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다섯 명의 요덕들은 ‘요요현상’이라는 팀을 결성해서 본격적으로 공연을 다니기 시작한다. 기존에 프리스타일로 공연을 하던 것을 넘어 포맷을 짜고 중간중간 멘트도 하며 퍼포먼스를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2011년 여름, 다섯 사람은 20대 중반의 나이에 대학 졸업을 앞두고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 더 이상 요요만 해서는 주변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지 않는 나이가 된 것이다. 이들은 세계 최대의 예술 축제인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요요에서 손을 떼기로 하고 에딘버러로 떠난다.

 

 

1.jpg



세계 곳곳에서 모인 사람들 앞에서 그들은 새빨간 옷을 입고 요요 공연을 했다. 요요 기술이 그렇게 다양하고 현란한지조차도 몰랐던 나는 연신 감탄하며 스크린 속에서 펼쳐지는 스펙터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요요 공연을 하는 그들이 정말로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큰 축제에 성공적으로 참여하면서 인생의 한 페이지를 마무리 하는 것, 서사적으로도 완벽한 그림이지 않은가.


하지만 현실은 영화가 아니다. Happily ever after 이후에도 삶은 이어진다. 그들은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마주한다. 그리고 성향, 가치관, 삶의 조건에 따라 이들의 삶은 각기 다르게 펼쳐진다. 좋아하는 일과해야만 하는 일. 취미와 일. 꿈과 현실. 이 사이에서 고민해 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다섯 명의 주인공들의 삶은 이 경계에서 요요를 하듯이 오간다.

 

 

13.jpg

 

 

요요를 취미가 아닌 일로써 이어간 것은 현웅, 대열, 종기 세 사람이다. 대열은 입사하게 된 직장을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하고, 계속 요요를 하고 있던 현웅과 팀 <요요현상>을 듀오로 이어간다. 전문적으로 요요 공연예술가가 된 것이다. 요요로 돈을 벌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이들은 요요로 행사를 다니고 버스킹을 하며 돈을 벌게 된다. 이전보다는 조금은 나이 든 모습으로, 조금은 지쳐 보이는 얼굴로. 하지만 공연을 시작하면 2011년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의 말간 소년의 얼굴이 되었다.

 

언제까지나 함께 요요 공연을 할 줄 알았던 현웅과 대열도 결국에는 다른 길로 향한다. 공연을 계속 만들어가고 싶은 현웅과 달리, 대열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하기에는 요요 공연이 한계가 있다고 느끼게 된다. 대열은 연기를 배우기 위해 프랑스로 떠나며 더 넓은 범위를 아우르는 공연 예술자의 길로 향하게 된다. 현웅은 팀 요요현상이 해체된 이후에도 뚝심 있게 요요 공연을 이어간다.

 

 

11.jpg

 

 

종기는 돈이 없어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함께 가지 못했다. 그는 요요로 코리아 갓 탤런트에 나갔고, 공연이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 요요로 성공하고자 하는 야망을 키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지키기 위해서 힘을 쌓고 판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종기는 작은 요요 매장에서 시작해, 요요를 사러 오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강습을 한다. 그리고 차차 사업을 키워 나가 요요 전문샵 ‘와이제이요요 클럽’이라는 이름의 사업을 열기에 이른다. 몇 번의 고비를 넘기면서도 종기는 계속해서 사업을 이어나가며 한국 요요의 '네임드'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것을 업으로 삼는 것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을 것이다. 가슴이 뛰고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수많은 자기 계발서와 성공한 이야기. 그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된다는 것은, 곧 내가 순수하게 좋아서 했던 취미를 잃게 된다는 말과 같다. 요요를 여전히 사랑하고, 공연하는 것 또한 너무 좋지만, 좋아하는 것도 요요, 잘하는 것도 요요, 돈 버는 것도 요요가 되어 버리니 숨통 트일 만한 곳을 새로 찾아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그리고 돈이 크게 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현실을 외면하고 꿈만 쫓기에는 어려운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무조건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은 조금은 무책임한 말일지 모른다.

 


9.jpg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길을 선택한 두 사람은 어떨까.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이후로 정말로 요요를 관둔 사람은 동건 하나뿐이었다. 대학원을 진학하고 이후 기자가 된 동건은 자신이 형들만큼 요요를 엄청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었으며, 자신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도 요요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말하는 동건의 방 한편에는 에딘버러에서 밝게 웃으며 공연을 하는 사진이 붙어있고, 손때 묻은 낡은 요요가 다른 잡동사니들과 함께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요요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커피와 영양제 없이는 버티기 힘든 직장인의 삶에서 요요와 함께 한 추억이 알게 모르게 그를 지탱해 주는 듯했다. 인생의 어느 페이지에서 여타의 이유 없이 가장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까.

 

동훈은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이 많이 갔던 인물이었다. ‘애초에 요요로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말하던 동훈은 일반 기업으로 취직을 한다. 다른 요요현상 멤버들도 자신과 같이 직장인이 되어 일종의 ‘직장인 공연팀’을 꿈꾸었던 동훈은 대열과 현웅이 전업 공연자로 나서게 되며 공연을 할 수 없게 된다.

 

양복을 챙겨 입고 어색하다며 멋쩍게 웃는 동훈, “어느 우주에는 공연하는 내가 있겠지”라고 말하는 동훈은 에딘버러에서 밝게 웃으며 요요를 돌리던 동훈과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혼자 꾸준히 요요를 연습하기는 하지만, 동훈에게는 어딘가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동훈은 천천히 일과 취미 사이의 밸런스를 찾으며 매년 요요 챔피언십 대회에 나가는 등 꾸준히 취미로서 요요를 이어나가고 있다.


 

“몇 년 전 나는 어느 축제의 거리에서 즐거운 표정으로 요요를 하는 다섯 친구들을 만났다. 줄로 연결된 작은 장난감으로 만드는 지름 3미터의 세계는 무엇보다 가치 있고 아름다워 보였다. 더 이상 삶의 시기마다 삶의 조건을 예비해주지 않는 세상에서, 안정을 대가로 사람들은 삶의 작은 존엄들을 포기해야만 한다. 나는 다섯 친구들이 세상에 맞서 각자가 가진 작은 세계를 어떻게 지켜나갈지 궁금했다.”

 

-고두현 감독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는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질적인 행복의 증가가 아닌, 몰입의 경험이라고 이야기한다. 몰입이란 어떤 활동에 대해 고도로 집중한 상태에서 기쁨과 성취감을 느끼는 무아경의 상태를 이야기한다. 이때 행위자는 행위에 활동에 완벽하게 집중하여 일상과 현실을 잊고, 시간을 잊으며 심지어는 자기 자신조차도 잊게 된다. 그리고 이 행위는 완전한 자기 목적의 경험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조건이 형성이 되면 몰입을 경험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몰입의 상태가 된다면, 그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든지 그 자체로 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며 그 자체로 행복을 이끌어내는 것이 된다.


<요요현상>을 보고 오랜만에 “앞으로 뭐해 먹고살지”가 아니라 내가 최고로 몰입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다. 먹고사는 문제는 너무도 중요하지만, 먹고사는 것만이 우리의 삶을 구성하지는 않을 것이다. ‘먹고사니즘’에 매몰되는 것은 위험하다. <요요현상>의 다섯 인물들처럼 몰입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혹은 몰입해서 무언가를 했던 경험이 있다면, 선택의 순간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든 조금이나마 확신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마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를 요요와 함께 했던 이들처럼 말이다.

 

 

2.jpg

 

 

나를 포함한 많은 청년들이 치열한 고민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될 수 있을까?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도 행복할 수 있을까? 안정적인 삶은 행복을 보장해 줄까? 그리고 <요요현상> 속 다섯 인물들은 각자의 삶을 통해서 이 질문들에 대해 서로 다른 대답을 해주었다. 그들의 삶이 증명하고 있듯이 어떤 삶도 틀리지 않았다.

 

어떤 선택을 하든 우리는 현실의 문제를 외면할 수 없으며, 크든 작든 꿈을 완전히 잃어버리고서 살 수도 없다. 우리 모두는 꿈과 현실 사이를 진동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갈 것이다. 어느 쪽을 향하든 다만 '나'라는 중심을 잃지 않으면 된다. 마치 요요처럼 말이다.



*

 

요요현상
- Loop dreams -
  
 
감독 : 고두현
 

출연

곽동건, 문현웅

윤종기, 이동훈, 이대열

 

장르 : 다큐멘터리

개봉
2021년 01월 14일

등급
전체관람가

상영시간 : 92분
 
 
 

이지현.jpg

 

 



[이지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86307
 
 
 
 

등록번호/등록일 : 경기, 아52475 / 2013.11.20   |   E-Mail :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형주   |   최종편집 : 2021.02.25, 22시
발행소 정보 : 경기도 부천시 부일로205번길 54 824호 / 01093608223
Copyright ⓒ 2013-2021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