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것일까? [사람]

글 입력 2021.01.1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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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것일까?


어렸을 땐 막연히 어른이 되고 싶었다. 성인이 되면 대학교에서 듣고 싶은 강의만 듣고, 수학이나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을 안 다녀도 되고, 마음껏 술도 마실 수 있고,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막상 성인이 되어 보니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대학교에서 듣기 싫은 필수 교양이나 필수 전공을 들어야 했고, 토익을 따기 위해 외국어 학원도 다녀야 했다. 술을 마시는 멋진 어른은커녕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가 거나하게 취해 길거리 한구석에서 토를 뱉어내는 아주 평범한 20대 철부지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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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가 아직 어린아이라고 느끼지만 점점 아이라는 지표에서부터 멀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몇 가지 관문들이 존재했다.


첫 번째는 사랑니다. 재작년 그러니까 2019년에 사랑니를 뽑았다. 몇년간 통증과 함께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던 위에 사랑니는 어느덧 본모습을 다 드러내고 있었고, 아래 사랑니는 매복 사랑니여서 대학 병원에 가 수술을 했다. 사랑니를 뽑는 건 아픈 일이고 끔찍한 일이지만, 동시에 어른이 되는 통과의례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사랑니를 다 뽑고 나면, 이제 나는 더는 뽑을 이가 없기 때문이다. 어렸을 땐 유치를 뽑고, 학생 땐 교정을 위해 이를 뽑았다. 성인이 되어선 사랑니를 뽑는다. 공식적으로 이를 뽑는 일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모든 성장통을 끝낸 어른이 되는 것이다.

 

나중에 내가 이를 뽑는다면 나이가 들어 임플란트를 하기 위해 다 시들어버린 이를 뽑는 일 밖에 없을 것이다. 씁쓸한 감정도 들었다. 사랑니를 뽑고 나면 성장이 아닌 쇠락의 길을 맞게 되는 것이다.


마취 주사를 맞고 얼얼해진 볼이 느껴졌다. 사랑니가 두둑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수술은 30분 정도 지속되었고 수술이 끝나자 절개 부위를 꿰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사랑니를 뽑고 "신체적으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

 

내가 매번 나이를 들었다고 한탄하면 부모님은 “네 나이가 제일 젊을 때야”라고 말씀하신다.

 

그렇다. 24살, 가장 젊을 때인데 나는 그 말이 현재가 절정이니 그 후에는 낙하할 수밖에 없다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 어떤 것의 최고점 뒤에는 하락의 길밖에 없으니 말이다. 물론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하락을 의미하진 않는다. 임플란트를 할 때쯤 난 내가 그토록 바라던 현명한 어른이 되어있을 수도 있다.

 

나는 내 마지막 성장통을 기억하기 위해 사랑니를 치과에서 받아왔다. 사랑니는 지금도 내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 있다. 임플란트를 할 때쯤 되어서 퀘퀘묵은 사랑니를 본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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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2021년 오늘은 운전면허를 땄다. 성인이 되어야지만 응시할 수 있는 시험이기에 이 또한 통과의례와 비슷했다. 나는 운전면허가 있으니 이제 운전도 할 수 있는 어른이다!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학원으로 향하는 길, 꽉 막힌 차도를 보면서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운전면허를 땄구나 생각했다. 그들도 처음에는 운전하는 게 어려웠겠지만, 통과의례를 잘 거쳤을 것이다.

 

운전이라는 통과의례를 막 거친 나는, "이젠 차도 몰 줄 아는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

 

그럼 내 성장은 끝이 난 걸까?

 

성장과는 별개로, 나이가 들면서 점점 나에게 큰 책임이 부과되는 걸 느끼고 있다. 예를 들면 나는 대학교 강의 시간표를 스스로 짜고, 신청하고, 알아서 과제를 내고, 취업 준비도 알아서 해야 한다. 고등학생 때 정해진 시간표를 그대로 듣거나, 공부하라고 닦달하는 선생님들도 없다. 알아서 해야 한다.

 

나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내 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는다. 나는 차근차근 그 길을 밟고 있으나 아직도 어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책임을 감당할 줄은 알지만, 나의 일을 해내는 데 정신이 없다.


나는 아직도 친구들과 만나면 중학생 때 놀이터에서 뛰어놀던 이야기를 하고, 말도 안 되는 게임을 하고, 서로를 놀려 먹는다. 집에서 혼자 있을 땐 영화를 보며 뒹굴뒹굴하고 부모님에게 앙탈을 부리기도 한다. 엊그제는 펑펑 내리는 눈을 보고 아이처럼 신나서 눈사람을 만들러 나갔다. 썰매를 타고 있는 어린아이들이 부럽기까지 했다.

 

아직도 아이같은 내가 20대 중반에 들어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도 않는다.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26살 이후로 나이도 안 세. 마음도 젊을 때 그대로야.”

 

 

어쩌면 어른이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닐까? 누구나 어린 시절과 청춘의 마음으로 평생을 계속 살아갈 것이다. 그저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과 부양해야 할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해내고자 하는 사람이 어른처럼 행동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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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어진다.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이런 일은 안 하고 있겠지? 이렇게는 안 놀고 있겠지? 어린 아이 같은 생각은 하지 않겠지? 싶었던 적이 있다. 좋은 사람을 보는 눈도, 부모님과 잘 대화하는 법도, 싸움을 피하지 않고 대화로 갈등을 해소해나가는 방법들도.

 

나는 그 어려웠던 일들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얻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나이에 따라 경험이 생기고 성숙해지긴 하지만, 자연스레 얻어지는 결과는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서 당연히 바뀌는 건 없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현명해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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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나는 내가 더 성장했다는 생각을, 완전한 어른이 된 게 아닐까 생각할 일이 많을 것이다. 대학교를 졸업하면 이젠 더 이상 졸업해야 할 학교가 없음에(대학원을 가지 않는다면 말이다), 취직하면 사회인이 된 것에, 결혼하면 가정을 꾸린 것에 등등. 계속해서 통과의례를 거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내 옆에 책임과 의무가 하나씩 더 불어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부담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보람을 느낄 수도 있다. 그렇게 계속 달리다 보면 언젠간 어린아이지만 현명한 선택을 내릴 수 있다고 느끼지 않을까?


나는 미래에 내가 어른-아이가 되길 바란다. 현명한 어른이면서 순수한 아이기도한 그런 사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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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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