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설극장] 너무 비싼 취미 아니냐고요?

공연은 비싸다는 편견에 대하여
글 입력 2021.01.1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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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고 나오면, 추천하고 싶은 친구들이 생각난다. 가끔 추천 의지가 아주 강해지면, 이 공연을 꼭, 반드시 보여주고 말겠다는 불굴의 의지로 바뀐다. 좋아할 것 같아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가지고 있어서, 뮤지컬 넘버가 좋아서, 배우가 멋있어서 등등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선뜻 추천하거나, 같이 보자고 말하기 망설여질 때가 많다. 가격 때문이다. 정확히는, 가격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친구들에게 여러 차례의 러브콜을 보내본 결과, "공연은 비싸다."는 선입견에서 오는 거부반응이 상당했다. 그들에게 공연을 보러 가자고 제안하는 건, 거절당할 각오를 하고 묻는 것과 같은 일이었고, 점차 주저하게 되었다. 영 이해가 안 가는 반응도 아니긴 했다.

 

결국, 꼭 보여줘야겠다고 판단한 공연들은 직접 내 돈으로 티켓을 사서 함께 관람했다. 생일 선물, 종강 선물, 졸업 선물 등등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각종 핑계를 대가며 티켓을 선물했는데, 역시나 나의 선택은 늘 옳았다. 좋아하는 모습에 무척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여러 친구와 다년간 함께 공연을 관람한 결과, 생각보다 뮤지컬을 한 번도 안 봤던 친구들이 많았다. 연극은 학창 시절 학교에서 단체관람을 가거나 데이트를 목적으로 본 경우가 많았는데, 뮤지컬은 10명 중 9명은 처음 본다고 했다. 뮤지컬의 낮은 접근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뮤지컬 = 대극장 라이센스 공연 ?



생각해보면, 나 역시 공연에 완전히 빠지기 전까지 내 돈으로 공연을 굳이 봐야겠다는 생각을 안 해본 것 같다. 어린 내가 봤던 뮤지컬은 <지킬앤하이드>, <레베카>, <빌리엘리어트> 등의 대극장 라이센스 뮤지컬뿐이었고, 자연스럽게 "뮤지컬=대극장"이란 편견이 생겼었다. 내가 소비할 수 있는 문화는 아니란 생각에 거리를 뒀던 것 같다.

 

뮤지컬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친구들에게 아는 뮤지컬이 있는지 물었을 때의 답변은 "뮤지컬=대극장" 공식을 다시금 불러일으켰다. 지금의 나조차 보기 전 엄청난 망설임 끝에 볼 것 같은 비싼 대극장 뮤지컬들만이 대답으로 돌아왔다. 당연한 대답이었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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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알려진 라이센스 뮤지컬 외에도 다양한 창작 뮤지컬들이 있다. 참신한 스토리와 탄탄한 완성도, 그리고 저렴한 가격까지 갖춘 중소극장 뮤지컬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쉽지 않다. 대극장처럼 화려하고 웅장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중소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담백하고 소소한 매력이 있다. 라이센스 뮤지컬들과는 다른, 어쩌면 조금 더 정서에 맞는 공연을 찾을 수도 있다.

 

보통 중소극장 뮤지컬은 4~7만 원 사이의 가격대에 관람할 수 있는데, 6만 원~20만 원 사이에서 관람하게 되는 대극장 뮤지컬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점점 창작 뮤지컬의 가격이 오르는 추세이긴 하지만, 그래도 라이센스 뮤지컬에 비하면 부담이 적고, 더불어 훨씬 다양한 할인제도를 갖고 있다.

 

 

 

정가 구매 = 최후의 수단 !



정가를 지불하고 본 공연은 몇 개 되지 않는다. 간혹 할인이 하나도 없는 공연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공연은 다양한 할인 제도를 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개막 첫 주에 진행되는 '프리뷰 할인', 낮 공연에 적용되는 '마티네 할인', 공연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학생 할인', '청소년 할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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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킬레스> 할인 정보 일부

 

 

위의 <아킬레스>처럼, 같은 기획사의 다른 공연 티켓을 가지고 가거나, 특정 기간의 아무 공연 티켓이나 가지고 가면 할인해주는 경우도 있다. 뮤지컬 <배니싱>의 '네오 유로티켓 소지자 할인'과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새로운 세상 할인' 역시 이에 해당한다. 공연 특성에 따라 특별한 할인이 있을 때가 많아서, 잘 알아보면 훨씬 할인된 금액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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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대학교 학생증으로 '학생 할인'을 많이 받아 보는데, '학생 할인'은 2층 이상부터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서 의도치 않게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관람하곤 한다. 정가로 1층에서 관람하느니 조금 덜 보이더라도 할인가 적용해서 보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 공연이 너무 좋았을 경우, '재관람 할인'을 받아서 1층으로 갈 때도 많다.

 

폐막이 다가오면 타임세일이나 이벤트성 할인을 많이 하는데, 가격 때문에 망설이던 공연 을 보러 갈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간혹 "S석 20,000원"과 같은 파격적인 할인가가 제시될 때도 있다. 2만원이면 거의 치킨 한 마리 정도의 가격인데, 양질의 공연을 2만 원에 볼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렇다면 공연 관람, 대체 얼마짜리 취미일까?


 

나는 2020년 1년간 약 50편의 공연을 관람했는데, 유료 공연을 전부 평균 낸 결과, 단가는 약 35,200원이었다. 내가 계산 하고도 놀랐는데, 생각보다 가성비 있는 소비를 해왔나 보다. 3만 5천 원이면, 한 번에 지출하기엔 큰돈일 수 있지만, 공연 가격치고 비싼 값은 절대 아니다.

 

당연히 관람했던 공연 중엔 대극장 공연도 있고, 1층에서 관람한 공연도 있고, 정가 내고 본 공연도 있다. 초특가로 구매한 공연들이 평균값을 낮춰준 것 같다. 나는 보통 5만 원이 넘어가는 공연들은 볼 값어치가 있는지 고민을 하기 시작하는데, 평균값이 3만 원 선에서 나왔다니 합리적인 선택들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함께 공연을 본 친구들에게 "이거 22,000원짜리 뮤지컬이야."라고 하면 화들짝 놀라곤 한다. 그리고 어느 날 "나 재관람하고 왔어!"라며 연락을 주기도 하는데, 그땐 정말 뿌듯하다. 역시 공연 가격에 대한 편견은 빨리 사라져야 한다.

 

조금만 찾아보면 훌륭한 작품들을 합리적인 가격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문제는 이 "조금만 찾아보면"이 공연을 접해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아예 공연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지불 의사 가격 역시 훨씬 낮을 것이므로, 3-4만 원 역시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비싸서"라는 이유 하나로 관극을 시도하지 않고 있는 거라면, 한 번만 예매처 사이트에 들어가 보길 바란다. 나는 뮤지컬, 연극을 한번 보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절대 비싼 공연부터 시작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최대한 할인 받아서 싼값에 좋은 공연을 만나고, 조금씩 조금씩 가격을 높여갈 것을 추천한다. 나도 첫 뮤지컬은 2만 원에 시작했다.

 

이 정도면 너무 비싼 취미는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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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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