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적성 검사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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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논문의 최종 수정본을 제출한 날, 나는 진한 한숨을 내쉬었다.
작가의 삶이란 이런 것일까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한 문장을 두고 밤새 씨름했던 시간들이 끝나긴 하는구나. 그때의 나는 졸업만 하면, 더 이상 문장으로 고생할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학생에서 사회인이 된 나는 너무도 불안했다. 아무리 좋은 대학의 석사 졸업장이라도 내 배를 채워주진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나에게 필요한 시간은 고작 하루였다. 나는 하루만에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며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당연히 나는 우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주로의 여정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수차례의 관문을 뚫어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갑자기 내 자신이 낯설게 느껴졌다. 눈 앞에는 커서만 깜박일 뿐이었다.
수요자는 많은데 공급자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은 불가피하다. 이겨서, 살아남아서 그 희소한 자원의 쟁취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어떠한 경쟁이 주어지더라도 그것을 이겨낼 수 있도록, 경쟁의 참가자들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준비해야 한다.
경쟁의 타당성, 경쟁의 합리성 따위는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 이것이 도대체 우주로 나가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냔 말인가, 의문을 품는 순간 경쟁의 우위에서 한 발자국 멀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저 달려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자꾸만 의문이 든다. 이럴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mind)이 복잡하다.
특히 나는 '인적성 검사' 앞에서 한없는 무력감을 느낀다.
인간에 대해 공부하며 분명하게 배운 것이 있다면, 인간의 역동은 너무나도 복잡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한 번의 평가만으로 나의 역량을 판단한다는 것은 솔직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내가 궁금한 것일까? 그런데 왜, 나라는 사람을 제대로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일까? 차라리 솔직하게 기업과의 fit을 보기 위한 검사라고 명칭을 변경한다면, 오히려 '그렇구나'하고 수긍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 인적성 검사는 이게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인적성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취업이 먼저 떠오른다. 사람이 사람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 인성과 적성 검사를 하는 것이라 배웠었는데... 취업을 위해 인적성 검사를 보며 나는 혼란을 느낀다.
이게 과연 진짜 나일까? 아니, 진짜 나를 보여줘도 괜찮은 것일까?
[김규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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