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럼에도 여전히, 지구에서 스테이 [도서]

코로나 프로젝트 시집 [지구에서 스테이]를 읽고,
글 입력 2021.01.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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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간의 열병처럼 그렇게 지나갈 줄 알았다. 작년의 이맘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우리의 일상이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 어찌할 수 없이 수많은 것들이 우리의 생각과 다르게 바뀌었고, 작고 소중한 순간들이 아득해지는 나날들이다.

 

코로나 19. 작년 한 해는 이 단어 하나로 모든 것들이 설명된다. 중국에서 발발한 코로나 19로 일컬어지는 바이러스는 처음엔 우한바이러스로 이야기되었고, 괴담과 현실이 뒤섞여 공포감을 조성하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었다.

 

그렇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그러했듯, 얼마간 이러다 말겠지, 하고 생각했다. 곧 진정되리라 생각했던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어느 순간, 마스크의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한 장에 120원 남짓이었던 마스크의 값은 몇백 배를 호가했다. 이것뿐이던가, 소독제 등과 같은 생필품은 말도 안 되는 값에도, 품절이 풀리길 기다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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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중에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자신의 주머니를 챙기는 이기적인 업체들의 횜포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봄이면 좋아하는 사람들과 벚꽃을 보러 다녔고, 여름이면 해외든 어디든 물놀이를 하러 휴가를 떠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상이었는데, 이젠 마치 오래전 그러한 꿈을 꾼 듯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밖의 일상보다 집안에서 생활하는 일상이 익숙해졌고, 그 속에서도 내 삶을 더 효율적으로 꾸려갈 수 있는 게 무얼지 고민하는 나날들의 연속이기도 하다. 읽지 않던 책을 읽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 ‘나’에 관한 일기를 더 열심히 끼적인다. 기약 없는 공연에 온라인 공연을 예매한다. 언젠가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으리란 막연한 기대를 하며 예전보다 더 열심히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지구에서 스테이]는 코로나 19를 바라보는 18개국 56명의 시인의 그들만의 언어로 그려지는 프로젝트 시집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즉각적이고 예민하게 대응하려 했던 것 같다. 선진국이라 일컫는 유럽과 미국보다도 현저히 빨랐다.

 

이후의 상황들엔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상황도 말들도 많았지만, 분명 우리나라의 대처능력은 그러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이 시집을 소개하는 글에서 우리나라보다 조금은 안일하게 이 상황을 바라보았던 유럽 시인들의 표현이 궁금했다.

 

총 4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는 시집은 첫 번째로 우리나라의 시를 열거한다. 그동안의 ‘나’와 ‘우리’가 겪어왔던 일상들이 그들의 언어로 쓰여있다. 그래서인지 여느 책처럼 줄줄 읽히지가 않았다. 가슴속에 묵혀두었던 답답함이 고개를 든 것처럼 묵직하고 씁쓸했기에 읽다 만 페이지를 계속해서 매만질 뿐이다.

 

손수여 시인의 ‘내가 무섭다’는 얼마 전 회사에서 겪은 상황을 상기시켜 더욱 마음이 아팠다. 같은 디자인실 차장님의 아버님께서 돌아가셨다. 예전 같으면 다 함께 직원들과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의 가시는 길에 예우를 갖추고 남겨진 가족들에 위안을 건넸을 것이다. 그러나 회사단체 메신저 방으로 사내방침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장례식장에 모든 직원은 갈 수 없으며 이를 어기고 방문하였을 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단면적으로는 모든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 상황에서 안 가는 것이 맞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지만, 한 발 뒤로 물러나 이 상황을 바라보았을 땐, 코로나 때문에 결국은 냉정하리 만치 잔인한 상황이 더 많아지겠다는 생각에 많이 씁쓸했다.

 

회사에서 함께 살을 부대끼고 어려운 상황을 같이 대처해서 해결해나가고 어쩌면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동료의 슬픔을 함께 나눌 수가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동료의 슬픔을 함께 나눌 수가 없음에 마음이 이리도 좋지 않았는데, 손수여 시인의 시에 쓰인 것처럼 가족의 부재에도 코로나로 인해 곁에서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없다면 그보다도 잔인하고 혹독한 슬픔이 또 어디있을까.

 

 

오호통재 오호애재 아아 아리고 슬프도다 다시 못 올 먼 길 떠나시네요. 

부디 잘 가세요 누나, 어매아배 만나 편히 영면하소서

 

P30. 손수여 <내가 무섭다 中>



늘 울고 있다 달에서 보면 푸르게 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모든것들이 그날을 꿈꾸기에, 바위와 짐승, 꽃과 사람이 함께 울고있다. 울어서 치유된 생명으로, 생명이기 위하여, 삶과 죽음 뒤엉켜 있는 지금을, 이겨내려 지구는 눈물의 방호복 입고 정지된 시간 속을 어둠과 싸우고 있다.

 

이산가족 된 지 두달째지만 초저녁 상현달 깜박이는 개밥바라기 여전하구나

오늘은 창문 활짝 열고 밥을 먹는다 울면서 벽 너머를 꿈꾸기에.

찬찬히 그리고 담대히

 

P32. 김상윤 <모든 것들은 그날을 꿈꾸기에 우는 것이다>

 

 

정말 잔인하다. 코로나라는 족속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표현하고 있는 이 시가 너무 가슴 아프다. 그저 TV 속에 존재하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기에 더욱 무섭고 묵직하다. 모두에게 이러한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더욱더 코로나라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두 번째 챕터는 유럽과 영미 쪽의 시를 담고 있다. 내가 가장 궁금하기도 했던 챕터였는데, 그들이 표현한 코로나 19의 상황 역시 우리와 별반 차이가 없다. 사랑하는 가족을 걱정하고, ‘나’로 인하여 혹시 모를 감염이 전파되는 것은 아닌지를 걱정한다.

 

에드거 바서의 ‘히포콘더’라는 시는 코로나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다. 평소였다면, 단순한 감기증상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혹시 코로나감염 증상이 아닌지를 의심하고 걱정한다. 강박에 가까운 생각은 ‘나’와 ‘남’을 의심하게 한다. 누군가를 도와주어야 할지 모를 상황에서도 그를 피해 돌아가야만 하는 자신을 스스로 합리화한다. 이게 과연 정상인 걸까. 이제는 그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그렇게 되어버린 현실이다.

 

 

어제부터 몸져누워 있다

아무래도 감염된 것 같다

발열, 권태, 목이 아프고 기침도

.

.

히포콘더 히포콘더

히포콘더 히포콘더

 

미안, 내가 좀 허풍 떨었지

역시 감염된 것은 아니었어

그만 지레짐작

 

 

세 번째 챕터는 일본의 시인들이 현 상황을 이야기한다. 일본 특유의 잿빛스런 감정들이 담담하게 느껴진다. 예전 출장을 갔을 때도 그렇고 일본은 무언가 회색빛을 많이 띄고 있는 듯하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남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듯한 분위기.

 

시에서도 그러한 색이 느껴진다는 것이 그저 의아하다. 미야케 유스케의 ‘마스크맨’이라는 시에는 ‘나’를 위해 마스크를 쓰기보다 나를 지켜보는 ‘남’을 위해 마스크를 낀다는 표현이 있다. 재채기는 코로나를 의심하는 그것이 되고 마스크 안의 보이지 않는 다른 무엇을 의심하며 더욱이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어진다.

 

반면에 사이하테 타히의 “내 집”이라는 시는 언제고 코로나 상황이 잠식되어 갈 즈음, 우리는 과연 코로나로 겪은 상황들을 잊을 수 있을 것인가 라는 것에 관해 이야기한다. 나 역시 그러한 상상을 했던 적이 있고, 아마 우리 모두 언제 끝날지 모를 이 긴 고통 끝에 맞이할 평범한 일상에서 오늘날의 상황을 과연 잊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여전히 계속 이어지는 힘든 상황이기에 끝을 쉬이 상상할 수 없지만, 지금 전 세계인 모두가 특유의 긍정적 마인드로 오직 단 하나. 코로나 19 종식선언을 소망하고 있기에 분명 그러한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마지막 네 번째 챕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시는 맨 처음 쓰인 타이완출신, 천이즈시인의 ‘2020,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시이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말미암은 무차별적 상황 속에서 우리 인간은 한낱 무기력한 인간일 뿐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선진국이라 일컬어진 유럽국과 미국은 아시안보다 훨씬 더 많은 사상자를 냈고, 구멍 뚫린 방역으로 후진국보다도 못하다는 쓴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단시간에 해결되지 않는 사건 앞에 절박스런 감정과 두려움을 떨칠 수 없다.

 

 

“노랫소리가 하늘가에 울리고 시는 마음속에 울릴 것이다”


 

라는 이 한 구절이 [지구에서 스테이] 라는 이 책을 온전히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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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감염자가 천명을 웃돌고, 백신이 개발됐다고는 하나 그것이 인체에 유해한지, 무해한지를 정확하게 따져볼 수 없다. 누군가는 감염자가 되지 않기 위해, 나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위해 최소한의 행동범위 안에서 생활하고, 이기적인 누군가는 이 모든 예방방침이 마치 남의 일인 양 평소처럼 여행하고, 식당을 가며, 자유롭게 행동한다. 결국은 그 안일한 행동들이 수십 발의 장전 총이 되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고, 최전방에서 방역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 피눈물이 흐르게 한다.

 

너무 이기적이지 않은가. 이 와중에도 이기적인 사람들 탓에 평범하게 ‘나’의 일상을 지키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을 고통받게 한다. 적어도 이러한 때에는 ‘나 하나쯤이야.’라는 가장 위험한 생각을 멀리하고, 기본적인 매너와 예방수칙을 잘 지켜야 하지 않을까. 언제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은 다시 자신에게 반드시 되돌아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직도 진행형인 코로나 19의 상황이지만, 참 희한하게도 그 안에서 또 적응하며 작고 소소한 일상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내 가족에 대한 감사함과 소중함을 더욱 많이 깨닫게 되었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한 회의감이 생계와 맞물려 고마움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집안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취미생활이란 것을 해보기도 하고, 늘 바쁘기만 했던 내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주어지기도 한 듯하다. 언제고 반드시 우리모두 힘들었던 오늘날을 떠올릴 것이다. 많이 힘들지만, 그럼에도 늘 그러했듯 우리는 모두 이 상황을 극복하고 다음을 살아갈 것이다.

 

 

 *

 

지구에서 스테이
- 세계 코로나 프로젝트 시집 -
 

지은이
김혜순 외
 
옮긴이
김태성, 요시카와 나기

출판사 : &(앤드)

분야
시/에세이

규격
120*210㎜

쪽 수 : 164쪽

발행일
2020년 11월 30일

정가 : 13,000원

ISBN
979-11-91209-27-3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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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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