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제 막 25살이 되며 [음악]

글 입력 2021.01.0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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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 [스물다섯, 스물하나] MV

 

 

5년 전, 갓 스무 살 대학생이 되어 음악 동아리에 들어간 나는 첫 공연에서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불렀다. 이 곡을 선택했던 이유는 단순히 내 목소리와 이 곡이 어울린다며 추천을 받아서였다.

 

가사를 읽어보고 처음 든 생각은 ‘아직 스물한 살도 되지 않은 내가 이 곡을 부르다니, 참 웃기다’였다. 내가 느끼기에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라는 곡은, 지나간 자신의 스물다섯 살과 스물한 살을 회상하며, 더는 돌아오지 않는 아름답고 젊은 과거를 그리워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스물한 살이 오지도 않았는데 그 시절을 회상한다니, 나 자신이 살짝 가소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스무 살 때 첫 동아리 공연에서 불렀던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

 

 

하지만 그런 생각과는 별개로,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가 마음에 들었던 나는 첫 공연이 끝난 후에도 이 곡을 계속 불렀다. 그렇게 스무 살부터 스물하나, 스물둘, 스물셋, 스물넷, 스물다섯 살이 된 올해까지 5년 동안 꾸준히 이 곡을 불러왔다.


스물한 살이 되어 이 곡을 불렀을 때, 작사가인 김윤아의 스물한 살 때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가사에 스물한 살을 쓴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무 살도 아니고, 스물두 살도 아니고, 꼭 스물한 살이라는 것에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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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 앨범 커버


 

 

나의 스물한 살은



나의 스물한 살은 어땠는가. 그해에 나는 처음으로 부모님의 보호 없이 외국 여행을 갔다. 한 번은 단짝 친구와 함께 일본에, 한 번은 학교 프로그램으로 과 동기들과 함께 뉴욕에.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참 겁도 없었다.

 

당시 나는 일본어와 영어를 일상대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었는데,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되어 혼자서 또는 친구와 단둘이서 위험한 지역을 누비고 다녔었다. 특히, 뉴욕에서는 길을 잘못 들어 혼자 슬럼가에 들어갔다가 한 흑인 언니의 도움으로 빠져나온 적도 있었다.


사람도 많이 만났었다. 거의 매일 친구를 만났고 각종 대외활동과 알바도 두세 개씩 하며 집에 붙어 있는 날이 없었다. 아마 넘치는 에너지를 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스물한 살의 한 해를 보내고, 그다음엔 번아웃이 와서 스물두 살엔 집 안에서 공부만 하며 학업에 집중했었다.

 

사실, 그 시기 사람을 그렇게 많이 만나고 다녔던 것이 지금까지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원래 내성적인 성향인 나는 인맥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성격에 맞지 않았고, 더 이상 집 밖에 나가지 않게 되자 매일 만나던 사람들과의 연락도 자연스럽게 끊기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 시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인생에서 한 번 정도,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정신없는 시절을 보내 본 것이 경험이 되어, 그렇게 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없기에 더욱 나에게 맞는 인생을 계획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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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물다섯 살은



올해 나는 스물다섯 살을 맞이하였다. 드디어 올해가 지나고 나면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기분으로 불러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스물한 살을 생각해 보면 겁 없고, 치기 넘치고, 에너지가 가득했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럼 몇 년 후 떠올리는 나의 스물다섯 살의 시절은 어떤 느낌일까?


내가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가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바로 이 부분이다.

 

 

그때는 아직 네가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


-자우림 [스물다섯, 스물하나] 中

 

 

이 가사에서 지칭하는 ‘너’는 사실은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을 지칭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갓 스물다섯이 된 지금, 내가 거울을 통해 나의 모습을 보면, 나는 아직도 이뤄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사랑을 충분히 돌려주지도 못했으며, 나와 비슷한 나이에 나보다 훨씬 앞서나가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 비해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런 나의 모습을 사무치게 아름답다고 느낄 날이 올 것이다. 먼 훗날의 나는 돌아갈 수 없는 지금의 나를 그리워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어쩐지 힘이 났다. 먼 훗날의 나는 스물다섯의 나를 그리워만 할 수밖에 없지만, 지금의 나는 스물다섯의 나를 얼마든지 누리며 그 모습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내가 만들어나갈 스물다섯이 먼 훗날, 아쉬움이 아닌 사무치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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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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