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누군가의 '인생 영화'를 보았다. [영화]

글 입력 2021.01.0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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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트북 배경화면 한 켠에는 ‘명작’, 누군가의 ‘인생영화’라 불리는 영화 리스트가 있다. ‘고전’ 영화인 <대부>와 <시네마 천국>부터 시작해서 현대작인 <어바웃 타임>까지. ‘명작’, ‘인생영화’는 개인의 취향과 대중성이 적절히 섞여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했고, 2021년이 되어서야 리스트의 1번 작품을 ‘꺼내먹었다’.


첫 번째 영화 <레옹Leon>.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이름. 1994년 작이지만 한 프로그램 가요제에서 박명수와 아이유가 동명의 제목으로 부른 노래가 흥행했기에 ‘MZ 세대’에게도 익숙하다. 넷플릭스와 왓챠에 없었고 ‘명작’이니 흔쾌히 1,200원에 구매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왜 일까?


(스포일러 포함)

 

 

 

<레옹>, 1994년에 개봉해서 다행이다



- 마틸타의 ‘성인화’ -

 

마틸다는 ‘성숙’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자신의 직업인 청부업 외에는 무지한 레옹과는 반대로, 마틸다의 성격은 ‘성숙’하다. 가족 중 유일하게 아끼는 남동생이 살해당했을 때 고통을 감내한다. 울지 않고 살길을 찾는 행동에서 알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의상과 언행도 ‘성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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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like a virgin'을 부르는 마틸다


 

‘유행가’다. 마돈나는 잘 모르지만, 초등학교 때 어머니의 MP3에서 들어서 익히 알고 있는 노래다. 하지만 가사의 의미는 알지 못했다. Virgin은 ‘처녀의’, ‘성경험이 없는’이라는 의미다. 노래의 의미를 떠나서라도, 10대 마틸다가 ‘옷’처럼 입은 여성 속옷을 보자.


물론 ‘가볍게’ 보면 당대의 아이콘을 10대 아이가 코스프레한 것이다. 하지만 가볍게만 볼 수만은 없다.


현대에서는 비슷한 사례로 배스킨라빈스 광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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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킨라빈스 광고 한 장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두지 않고, 성인 여성처럼 ‘성숙’하게 화장시키고 아이스크림 먹는 입술을 클로즈업하여 강조했다. 입술 주위에 아이스크림을 묻혀두기도 했다. 아이에게 여성성을 강조한 것이다.

 

어린이 모델의 부모를 통해 충분히 논의한 뒤 제작한 광고라고 제작사 측에서 해명했으나, 배스킨라빈스는 해당 광고를 삭제하고 공식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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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 분장을 한 10대 마틸다

 

 

다시 <레옹>으로 돌아가서, 10대 마틸다에게 굳이 ‘섹스 심벌’의 상징인 마릴린 먼로 분장을 시켰어야 했을까. 이 또한 영화를 위해 꼭 필요한 ‘연출’인 것인가.

 

 

마릴린 먼로는 "금발 미녀"라는 콘셉트를 잡은 것으로 유명하며, 1950년대와 1960년대 초 여러 영화에 출연하며 섹스 심벌의 상징이 되었으며, 성에 관한 당시 시대의 사고를 변화시키게 만들었다.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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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가 호텔 지배인에게 하는 말

 

 

더하여 마틸다는 직설적으로 말한다. 레옹은 자신의 애인이라고. 세대를 뛰어넘는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시나리오 초고에는 마틸다와 레옹이 성관계하는 장면이 있다는 자료도 있었지만 출처가 불명확하여 사실화할 순 없었다.

 

 

 

가장 정확한 건, 당사자 마틸다



지금까지 제시한 ‘의심’이 모두 틀렸다고 해도 상관없다. 당사자인 마틸다(나탈리 포트만)가 겪은 일련의 일들로 <레옹>을 ‘의심’할 수 있다.


 

“라디오 방송에서는 나의 18번째 생일 디데이를 세기도 했다. 합법적으로 잠자리를 가질 수 있는 날짜다. 영화 평론가들은 저의 봉긋한 가슴에 대해 리뷰를 작성하기도 했다.”

 

- 나탈리 포트만 (마틸다 역)

 

 

극 중 12살 마틸다는 현실에서 37세 나탈리 포트만이 되었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녀는 로스엔젤레스에서 진행된 여성 권익 증진을 위한 ‘여성의 행진’(Women's March) 행사에서 연설자로 나서 이와 같은 말을 했다. ‘명작’은 그에게 어떤 아픔을 남겼는가.

 

 


그래도,


 

영화에서 좋은 부분도 물론 있었다.

 

① 나탈리 포트만의 발견! - 경력직 같은 신입이랄까. 나에게는 <블랙 스완> 주인공으로 각인되어 있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는 <레옹>에서 시작되었다. 인생 첫 연기. 하지만 그의 실력은 전혀 ‘처음’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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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원픽 장면


 

가족이 처참히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마틸다는 살기 위해 레옹의 집을 두드렸다. 그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마틸다는 문을 열어달라며 소리 없이 울부짖었다. 덩달아 눈물이 났다.


② 밀당의 귀재 - 뤽 배송 감독의 긴장감 조절은 적절했다. 마틸다의 연기로 무거운 분위기를 내내 이어가다, 탁, 긴장의 끈을 한번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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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옹이 마틸다에게 총기 사용법을 가르친다. 그리고 장전된 총으로 일반 시민을 겨눈다. ‘설마, 저렇게 어린 마틸다가 쏘겠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마틸다의 손가락이 움직이고, 총성이 들린다.

 

시민은 총에 맞고,


쓰러진다.


하지만, 알고보니 총알이 아닌 ‘케첩’이 장전되어 있었다. 내 유머코드와 맞다.

 

 


2021년의 ‘레옹’은?



누군가의 ‘명작’, ‘인생영화’를 비판하여 마음이 편하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뒤흔든 작품이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심지어 로튼 토마토 관객점수 95%, 왓챠에서는 사용자 평균 별점 4.3/5.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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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튼 토마토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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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평점


 

누군가는 ‘예민’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의식은 바뀌고 발전하고 깨어간다. 따라서 1994년에는 ‘용인’되던 것이 2021년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으로 변화해야 한다.


과연, <레옹>은 2021년에도 ‘명작’과 ‘인생영화’가 될 수 있을까?

 

 

[신재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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