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생존이 시작되는 시간 - Animal Babies [동물]

글 입력 2021.01.0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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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개의 재밌는 영화가 모여있는 왓챠에서 하필 다큐멘터리를 선택한 이유는 내가 다큐멘터리 광이어서 혹은 곧 잠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썸네일의 귀여운 아기 치타가 눈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그 밑에 쓰인 ‘새끼 동물이 사는 법’이라는 제목에서 아주 귀여운 영상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귀여운 것을 봐야겠다 싶어 영상을 클릭했다.


하지만 영상은 기대와 달랐다. 새끼 동물들이 귀엽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아주 작고 귀여운 치타, 원숭이, 거북이, 타조, 펭귄 등이 나와 귀여움을 뽐냈지만, 내용은 새끼 때부터 겪어야 하는 고달프고 치열한 야생의 삶을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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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포식자


 

어디에나 포식자는 존재한다. 사파리에서 초식 동물은 떼로 모여 다니며 포식자를 피한다. 그들은 포식자보다 빠르게 도망가야 하므로 태어나자마자 일어나서 걷고 달리는 법을 익힌다.

 

하지만 태어나자마자 일어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태어난 지 몇시간 지나지 않은 누는 몇십 번의 시도 끝에 일어나고, 달리기를 시도한다. 결국, 첫날부터 누는 시속 80km 속도를 내며 포식자에게 살아남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새끼 바다거북은 천마리 중 단 한 마리만 성체로 살아남을 수 있는 극한의 경쟁에 놓여져 있다. 모래 속에서 눈을 뜨자마자 거북이는 본능대로 바다로 향한다. 하지만 해변을 지키고 있는 왜가리 떼와 얕은 물가에 사는 게에게 잡혀 죽는 개체가 수두룩하다. 넓은 바다로 향한 단 몇 마리만이 살아남고, 그 후에도 계속 먹이를 찾는 경쟁을 해야 한다.


얕은 연못에 사는 새끼 오리들이 늑대를 피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새끼 오리는 날지 못하기에 늑대의 표적이 되기 쉽다. 그들은 물 속으로 잠수하고 늑대가 시선을 돌렸을 때 숨을 쉬러 잠시 올라온다. 혹은 어미 오리가 날개를 다친 척 연기를 해 늑대의 시선을 끌고 새끼 오리는 연못가의 풀숲으로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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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식량


 

새끼 치타 20마리 중에서 성체가 되는 것은 단 한 마리에 불과하다.

 

사파리에는 초식 동물들이 많지만, 사냥하는 것도 쉽지 않고 표범, 사자 등 같은 육식 동물과 경쟁해야 한다. 그래서 육식동물들은 애초에 다른 육식동물의 새끼를 죽임으로써 자신의 경쟁자를 없애려 한다. 또한, 치타들은 사냥을 하고서 피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독수리 같은 청소 동물에게 먹이를 빼앗기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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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타조는 성체와 다르게 스스로 체온 조절을 못하기 때문에 매일 물을 섭취해야 한다.

 

하지만 뜨거운 사파리에서 물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어찌저찌해서 물가를 찾았다고 해도 자신보다 훨씬 큰 초식동물들의 다리를 피해 물가로 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결국, 새끼 타조들은 육식동물이 나타나 초식동물들이 사라진 틈을 타서 물을 마시고, 몸을 적신다.


코끼리는 새끼조차도 11L의 모유를 먹을 정도로 많은 식량을 필요로 한다. 무리 지어 다니는 코끼리 떼들은 식량과 물을 위해 매번 새로운 땅을 찾는다. 그러다보면 강을 건너야 할 때도 있다.

 

몸집이 큰 어른 코끼리가 급류를 막고 작은 새끼 코끼리가 어른의 다리에 붙어 가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그렇게 해도 새끼 코끼리가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어른 코끼리는 떠내려가는 새끼 코끼리를 구하려하지만 사실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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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날씨와 지형


 

펭귄은 남극에만 사는 것이 아니다. 적도 부근 갈라파고스 제도에 사는 갈라파고스 펭귄은 30도의 더위를 피해야 한다. 그들은 화산섬에 있는 시원한 동굴, 남극에서부터 오는 시원한 해류로 부터 온도를 조절한다.

 

야생 염소 마르코는 8km에 이르는 산꼭대기에서 먹이를 찾아 산비탈을 14시간씩 헤매야 한다. 경사는 수직에 가까워 어른 염소조차 아주 위험한 곳이다. 그들은 굶주린 독수리와 늑대들, 눈표범을 피해 무리를 지어 다니고 포식자를 발견하면 수직인 절벽을 빠르게 뛰어내려야 한다.

 

아프리카 집게 제비갈매기들은 우기가 되면 땅이 잠기기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나는 법을 연습해야 한다. 우기가 되기 전에 여러번 연습을 거듭해 독특한 부리를 이용해 날면서 물을 마시고, 먹이를 잡는 법을 습득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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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험난한 야생이기 때문에 개체들은 주로 무리 생활을 한다. 위에 언급했던 누, 코끼리, 펭귄, 마르코 등이 그러하고 아마존 왕수달과 줄무늬 몽구스도 무리생활을 한다.

 

무리생활에는 질서와 규칙이 있다. 아마존 왕수달은 다른 왕수달 무리와 마주치면 싸움이 일어나기에 배변 활동으로 자신의 영역을 표시한다. 소변을 보고 소변을 땅에다가 넓게 문질러 그 냄새를 널리 퍼지게 하는 것이다. 새끼들은 어른 수달을 보며 이 배변 방식을 배우고 무리생활 방식과 규칙을 습득한다.

 

하지만 무리생활이 100%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무리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 줄무늬 몽구스 남매 중 남동생은 태어날 때부터 눈을 잘 뜨지 못하고 연약했다. 누나는 어른 몽구스를 보며 먹이를 사냥하는 방법을 스스로 익혀 무리생활에 적응한 반면, 남동생은 먹이를 구걸하고, 사냥법을 배우지 못해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다.

 

기력이 약해진 남동생은 무리가 이동하는중에 크게 뒤처지게 된다. 포식자에게 눈에 띌 수 있는 남동생의 느린 속도는 무리 생활에 피해를 줄 수 있기에 결국 그는 무리에게서 버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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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서 왜 이렇게 인간 사회는 경쟁이 극심한가 고민했던 적이 있다. 대학에 입학하는 것, 알바를 하는 것, 취업하는 것, 승진을 하고 집을 마련하는 것까지 삶의 매 순간이 경쟁과 생존의 순간이 아닌 적이 없다.

 

하지만 동물들도 똑같았다. 동물이나 인간이나 사는 것은 쉽지 않다. 인간은 숨만 쉬어도 돈이 든다고 하는 것처럼 동물들은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생존 경쟁에 내몰린다. 인간을 비롯한 많은 동물이 가족이나 무리에게 보호받으며 성장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더 극심한 경쟁에 놓인다. 바다거북이 눈을 뜨자마자 바닷가로 질주하며 왜가리를 피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고 생명이란 참 질긴 것이라고 느꼈다.

 

다큐멘터리가 재미가 없을 거라는 편견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Animal Babies]는 교묘한 편집, 음향 효과, 다양한 동물과 그 속의 스토리텔링으로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새끼 동물들의 시각적 귀여움이 큰 역할을 했다.

 

 

[오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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