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철학에 정답은 없다 - 이언의 철학 여행 [도서]

여전히 인생은 지속된다.
글 입력 2021.01.0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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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philosophy, 哲學 = 인생, 세계 등등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

 

 

독서에 편식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나에게는 유달리 읽기 어려운 책들이 있다. 그중에 하나는 인문학, 철학 등의 분야이다. 아무리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를 잘 모르겠고, 어느 정도 읽은 것 같은데 페이지 수는 고작 13페이지를 겨우 넘기기 일쑤이다.

 

한동안은 편독 증상을 없애려 흔히 읽기 쉽게 풀이해 놓았다는 인문학 책과 철학 관련의 심리상담 치료기 같은 책을 읽어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역시나 책의 끝장을 덮지는 못했다. 그러다 아트인사이트의 책 소개글에서 “소설로 읽는 철학”이라는 문구를 보고 철학이 소설의 형태를 띠었다면 적어도 철학분야에서 처음으로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결론은 역시나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적어도 그동안의 딱딱한 철학 관련 책들과는 다르게 단락마다 주인공을 따라가며 뜻하는 의미를 이해하려 고민하고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열네 살 소년인 ‘이언’과 신비한 노인의 대화를 통해 꿈과 현실을 오가며 철학이 주는 의미에 관해 토론하며 관련된 지식을 일상에 적용해 보는 얘기들을 정리한 것이다.

 

목차이자 주제이기도 한 13가지의 이야기에서 철학사의 오랜 논쟁들과 현대 쟁점을 다루며 인간의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차원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와 직결하여 생각을 해보게 한다. 책 속의 열네 살 소년인 ‘이언’은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노인의 물음에 처음엔 난색을 보이기도 하고, 억지를 부리기도 하지만 점차 “왜?”라는 점층적인 부분을 떠올리게 된다.

 

만약 나에게 누군가가 꿈과 현실을 어떻게 구분하고 존재하는 것을 증명해 보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그저 허공만을 응시한 채, 그럴듯한 대답을 하지 못할 것 같다. 더 나아가 그와 관련된 질문을 계속해서 던져온다면 왠지 얼굴이 붉어질 것만 같다.

 

그럼에도 ‘이언’은 점차 노인과의 대화를 통하여 그동안 내가 맞다고 생각해 왔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게 된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엄마와 아빠와 토론을 하는 시간을 가지며 더 포괄적으로 범위를 넓혀가기도 한다.

 

“네가 아는 것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것뿐이다” 라는 노인의 말에 ‘이언’은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면서도 그가 보여준 실재하는 듯한 꿈속의 결함을 떠올리며 확신했던 것들에 대하여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이 사실처럼 느껴진다며 엄마와 대화를 나누며 걱정을 한다. 엄마는 아들과는 또 다른 관점에서 그를 다독이며 질문의 의미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찬찬히 ‘이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삶과 나 자신에 대해 질문을 하게 된다.

  

 

“어릴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변함이 없을까?”

 “모든 것들이 정해져 있는 곳에서 나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늘 그렇듯 정답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그냥 각자의 관점에 따라 생각과 성향에 따라 달리 보일 뿐이지 않을까. “왜?”라는 반복된 의문에서 “나는, 어떻게, 무엇을” 이라는 넓은 의미의 다양한 견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더 깊은 질문들로 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결론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늘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나’와 ‘우리’와 ‘세계’를 이해하고 함께 소통하며 무엇이 우리의 인생을 값지고 의미 있게 만들어 가는지를 생각해 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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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스틸라이프'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홀로 지내다 독거사한 노인들의 마지막을 쓸쓸하지 않게 돌보는 런던의 한 공무원의 이야기이다. 독거사한 노인일지라도 불필요한 동정을 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최대의 정중한 태도로 그들을 존중하며 마지막을 함께한다.

 

그러던 중, 정리해고 통보를 받고, 자신의 마지막 업무를 위해 독거사한 이웃 노인의 가족을 찾으려 애쓰며 그 과정에서 삶에 대한 빛나는 생기와 처음으로 생동감 있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한 여인을 만난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보내드려야할 고인이 된 노인의 가족이었고, 좋은 비석과 좋은 관, 살아생전의 지인들, 이 모든 것들은 따뜻하게 고인을 보내드리고 싶은 주인공의 마지막 선물이었다. 더불어 주인공의 가슴을 뛰게 한 고인의 가족이었던 여인도 그의 장례식에서 한 번 더 만나보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준비한 그 마지막 순간들을 보지도 못하고 설렜던 여인을 만나지도 못한 채, 참 애석하게도 전차사고로 허망하게 죽고 만다. 그 뒤에 보여지는 영화의 마지막 결말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삶과 죽음. 이영화를 설명할 수 있는 이 두 단어가 아마도 내가 생각하는 철학과 가장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철학에 대하여 정확하게 무어라고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거창하게는 삶과 죽음 그 어느 즈음의 중간이라고도 말하고 싶고, 머리를 굴리고 굴려 내 기준에서 좀 더 쉽게 풀어서 이야기한다면 그냥 인생 그 자체가 철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 번쯤은 진지하게 이러한 질문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꽤 괜찮은 사색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하는 질문은 깊은 깨달음을 주는 해답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동시에 더욱 깊은 미궁으로 빠질 수도 있다. 분명히 이것은 위험한 모험이 될 수 있다. '모르는 게 약이다' 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발견한 것이 어쩌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도발적일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믿는 지식보다 못할 수도 있다. p.30

 

요점은, 보이는 것이 반드시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거야. 말하자면 우리의 감각이 실재를 결정하는 적당한 도구는 아니라는 거지, 단지 실재처럼 보일 뿐이라는 거야. 따라서 감각에 의존해서 지식을 획득할 수 있다는 오만에 빠져서는 안 돼. 무엇인가를 안다는 건 어느 정도 확신한다든가, 그럴 것 같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p.45

 

아마 우리의 목적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이해하는 것일 거야.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을 돕고, 다른 사람과 교감도 해야 해. 그러면 결국 세계와도 교감할 수 있겠지. 그렇게 함으로써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을 거야. p.241

 

저기 지구에는 많은 종교가 있어. 그리고 그 종교가 요구하는 첫 번째 교리는 믿음이야. 종교를 갖기 위해서는 일단 믿음이 있어야 해. 그런데 믿음은 지식과는 좀 달라. 인간이 이언이 존재한다는 걸 안다고 말할 때와 탁자 위에 컵이 놓여 있는 것을 안다고 말하는 것과는 달라. 이언의 존재를 안다는 것은 믿음을 가지고 안다는 거야. 그래서 네가 저 아래로 내려가 너 자신을 보여 준다면 네 존재에 대한 믿음은 지식으로 변형되어 버릴 거야. 아이러니지. 네가 네 모습을 보여 주는 순간 종교는 완전히 사라지는 거야. p.257

 

난 네가 마음의 평정을 얻도록 돕고 싶단다. 마음의 평정을 찾아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거든. 네게 많은 질문을 할텐데, 질문이 그저 너에게 스며들게 놔두었으면 좋겠구나. 이건 수수께끼가 아니란다. 그렇다고 네게 익숙한 그런 질문도 아닐 거야. 또 이 질문에는 해답도 없단다. 질문이 너를 소멸시킬때까지 그냥 두렴. 이런 과정을 겪으면 네 마음은 맑아질 거야. p.287

 



이언의 철학 여행
- 세상의 모든 사유를 경험하다 -
 
 
지은이
잭 보언
 
옮긴이 : 하정임
 
출판사 : 도서출판 다른
 
분야
교양철학
 
규격
147*215mm
양장
 
쪽 수 : 576쪽
 
발행일
2020년 10월 30일
 
정가 : 28,000원
 
ISBN
979-11-5633-304-3 (03100)
 
 
[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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