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디 앨런Woody Allen : 예술감독의 거장 [영화]

필모그래피의 두터운 양만큼 우수한 연출과 각본의 감각
글 입력 2021.01.05 10:2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Woody Allen


 

한 인간으로서 많은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없는 사생활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그에게 향하는 시선은 그리 따뜻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가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부가적인 요소들을 다 배제하고 감독으로서 우디 앨런은 뛰어난 예술적 감각을 소유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이제 막 영화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을 때, 『매치포인트』와 『미드나잇 인 파리』를 들여다본 적이 있다. 이 두 작품을 연달아보며 한 감독이 나에게 준 강렬한 여운은 쉽사리 잊히지 않고 계속 맴돌았다.

 

최대한 전 세계에 분포하고 있는 감독들에 관심을 가지고 싶어 한동안 우디 앨런 영화를 잠시 쉬어갔다. 하지만 어느새 우디의 필모그래피를 두리번거리며 영감을 받기에 마땅해 보이는 작품을 골랐고, 모든 작품들은 과녁 가운데를 향해 돌진해 명중했다. 그래서 명중된 작품들을 하나씩 소개해보려고 한다.

 

사람마다 같은 작품을 보면서 느끼고 배우는 지점이 천지차이다. 그렇기에 아무런 부담 없이, 그 어떠한 가공 없이 써 내려갔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내가 해석한 관점에 대해 떠들고 싶었고, 그 관점에 대해 큰 공감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깃들어 있다.

 

 

14111.jpg



 

자립할 수 있는 원초적인 힘은 개인에게 나온다.

<매치 포인트>, <블루 재스민>


 

이 두 작품은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를 정적이지 않게 잘 표현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자신보다 배우자의 운으로 편한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에 통달하고 있는 삶을 보여준다.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나름대로 크고, 작은 노력들이 묻어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혼 후, 홀로 남겨지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삶을 멀리 보지 못한 채 눈앞에 편하게 잡을 수 있는 것들에게만 매달리는 인물들이 있었다.

 

<매치포인트>에서는 ‘사랑’이라는 통로로 사회적 지위를 확장시키기까지 비교적 가볍게 쟁취했지만, 분수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그는 남모를 불안을 등에 짊어지는 삶을 살아가야 했다. <블루 재스민>에서는 부유한 환경 속에서 생활한 그녀가 물질적인 욕망만 바라보는 수준만 높게 올리고, 자신의 내면을 가꾸는 시간들을 간과해 점점 망가지는 삶을 보여준다.

 

이 두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들춰내는 상황은 <혼자서는 자신의 삶을 구축하지 못하는 남녀>의 현실적인 모습을 나타낸다.

 

그래서 내 옆에 언제나 있을 것 같은 가족, 친구, 애인과 떨어졌을 때 망가지지 않을 단단한 땅이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고 전하는 듯 보였다. 또한 누군가에게 의지하기 위해 결혼을 택하고 그 안에서 안정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홀로 설 준비를 마쳤을 때 비로소 배우자와 걸어 나갈 자격이 있다는 것이었다.

 

결혼은 신중해야 한다는 말은 참 흔하지만 이 말을 한 번 더 풀어보자면 이런 답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을 보는 눈도 있어야 하지만, 인생의 어떤 순간이 급작스럽게 찾아왔을 때 혼자 극복할 수 있으며 그 자리에서 다시 걸을 수 있을 때 해야 하는 것이 결혼인 것이다.

 

결혼의 의미를 색다르게 바라보고 인생관적인 질문을 던져주기에 적합한 두 영화였다.

 

 

 

황금시대는 황금의 뮤즈를 찾을 때 나타난다.

<미드나잇 인 파리>


 

이 영화는 ‘길’이 프랑스 최대 황금 시기라고 불렸던 벨 에포크 시대로 시간 여행을 하며 벌어지는 일이다. 헤밍웨이, 피카소, 고갱 등 내로라하는 예술 거장들을 만나지만 ‘길’은 어딘지 모르게 내면에 박혀있는 갈증이 해소가 되지 않는 듯해 보인다.

 

그 이유는 ‘길’과 그의 애인 ‘이네즈’의 확연히 다른 성향 차이에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보인다. 소설가로서 영향을 펼치고 싶었던 길은 낭만적인 순간을 함께 느끼고, 공유하고 싶은 사람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네즈는 깔끔하고, 정석을 기초하는 성향이 컸다. 가장 가깝고 친하게 지내야 하는 관계에서 원활한 상호 교류가 되지 못했기에 길의 답답한 마음은 커져만 갔다.

 

황금시대라고 불렸던 벨 에포크로 날아가면 이상을 꿈꿀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시대는 일시적인 영향만 줄 뿐, 지속되지는 못한 듯하다.

 

사실 상대방이 나의 취향을 가져가는 것은 그저 그 사람 몫이며 강조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예를 들어 “이 영화를 네가 꼭 보면 좋을 것 같아.”라고 던졌을 때 추구하는 것들을 공유해 줘서 고맙다고 느끼며, 따라가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곁에 둬야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길은 그토록 열망했던 벨 에포크 시대에서 풀리지 않았던 감정에 대한 해소를 시간 여행이 끝나자 찾을 수 있었다. 그에게 나타난 여인은 감정의 허기짐을 채워출 수 있는 여자였으며, 둘은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파리의 거리를 활보한다.

 

이처럼 앞서 길과 이네즈처럼 감정이 안착되지 않는 사랑을 하고 있다면 결국 끝이라는 종소리가 울리고 만다. 감정의 온도가 잘 맞는 인연을 찾기란 쉽지 않으며, 옆에 있다고 하더라도 내 성향을 잘 인지하고 있어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아마 길에게 있어 황금시대는 핑계일 뿐이고, 황금 뮤즈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깨달았을 것이다.

 

 

 

인간관계는 상어다.

<애니 홀>


 

감독이자 주인공으로 등장한 우디 앨런과 그의 상대역으로 나온 다이안 키튼이 교제했을 때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 사실을 알고 영화를 봤더라면 더 큰 감정이입이 되었을 텐데, 그 후에 우연히 알게 되어 조금 아쉬웠다. 아직 『애니 홀』을 보지 않았더라면 이 점을 알고 작품에 들어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어느 연인과의 마찬가지로, 이 둘은 약 1년 정도의 연애를 하며 서로가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린다.

 

상대방과 시간을 보낼 때 느끼는 감정을 상대방 또한 똑같이 느끼고 있는 걸 알면서도 이별 제안을 꺼내는 것을 어려워한다. 이 장면은 비행기 안에서 행동 묘사가 되었는데, 이때 '알비(우디)'가 '애니 홀(다이안)'에게 관계 수명을 상어에 빗대어 표현한 대화는 상대를 향한 배려와 지적 능력을 보여준다.

 

 

[포맷변환]KakaoTalk_20210104_195320074.jpg

비행기 안에서

달라진 관계의 감정에 대한 '상어' 묘사

 

 
“인간관계는 상어와 같다는 생각이 들어. 끊임없이 헤엄치지 않으면 죽어버리고 말잖아. 그래서 말인데 우리들의 상어는 죽어버린 것 같아.”
 

 

이성 관계에서만 특별하게 도드라지는 특징은 정확히 마지막이라는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예민한 말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건네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몇 번의 경험을 하더라도 이별을 건네는 말은 언제나 조심스럽고 어렵겠지만 정확한 마침표는 필수 조건이다.

 

그는 한때였지만, 사랑했던 상대에게 “헤어져.” “그만 만나자.”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었다. 돌려 말하는 듯 했지만, 상어라는 사물에 비춰서 상대방 또한 그 감정에 납득시키고 이해시키게 만든 성숙한 대화는 중독성이 강했다.

 

이처럼 관계 안에 사랑. 그리고 더 깊숙이 우리를 메꾸고, 영향을 주는 모든 것들에 끊임없이 헤어 쳐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알비와 애니 홀처럼 언제가 또 마지막을 맞닥뜨려야 할 독자들을 응원하고, 나를 응원한다.

 

***

 

우디 앨런은 기깔난 창의력으로 작품을 건드리는 각본가이자 연출가이다. 인터뷰에서 우디는 많은 작품을 만들어야 그중 하나를 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양에도 진심이었지만, 사람들의 뇌리에 박힐 대사를 만들기 위해 모든 관계에서 일어나는 기류를 음미할 수 있는 감각을 놓지 않는 듯하다.

 

 

[조우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