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지컬하는 황조교'와의 배우적인 인터뷰 [사람]

그는 뮤지컬이 있기에 자랑스러움을 외친다
글 입력 2021.01.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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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계의 ‘셀럽(celebrity)’이라 하면 바로 이 인물이 아닐까. 다채롭고 흥미로운 콘텐츠로 뮤지컬 팬을 포함한 수많은 대중에게 공연예술의 매력을 알리는, ‘뮤지컬하는 황조교’. 그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네이버 블로그 등 여러 플랫폼을 통해 그만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그가 제작하는 콘텐츠가 단순히 공연 관련 소식을 홍보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SNS 서비스의 팔로워들과 끊임없이 소통한다. 팔로워들의 의견을 수용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다양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그렇기에 그의 콘텐츠는 항상 기발하고 새로우며, 재미있다.


나는 황조교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가 현재에 도달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알아보고 싶었고, 뮤지컬과 함께 살아가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에게 조심스럽게 인터뷰 요청을 건넸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그는 나의 요청을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나는 그의 답변을 읽어보며 이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고 느꼈다. 뮤지컬에 관심이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예술가로서 성장하는 한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지금부터, 뮤지컬하는 황조교와 나눈 '배우적인' 대화를 이곳에 옮긴다.

 

* 본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다.

* 인터뷰 대상자의 말맛을 살리기 위해 표기는 개인의 스타일에 따른다.

 

 


안녕하세요, 황조교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우선 본인이 무슨 일을 하고 계시는지 직접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황조교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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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뮤지컬 하나로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맥시멀리스트 ‘황조교’입니다. 지금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황조교의 배우적인 느낌>에서 뮤지컬 콘텐츠를 만들고 있고, 이외에도 블로그, 팟캐스트, 레슨, 배우활동 등을 하며 뮤지컬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잘 다니던 학교까지 떠나왔지만, 지금은 저 자신을 딱 하나로 규정짓기 어려운 삶을 살고 있어요. 그래도 이 모든 것들이 ‘뮤지컬’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으므로 ‘뮤지컬하는 황조교’라고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콘텐츠로 뮤지컬 팬을 포함한 대중에게 공연예술의 매력을 알리고 계시는데,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블로그를 포함한 플랫폼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시작한 계기는 플랫폼마다 정말 제각각이에요. 지금은 물론 이 세 개(+팟캐스트)를 병행해서 운영하고 있지만 동시에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2014년도 경찰서 의경으로 군 복무를 하면서 처음으로 블로그를 시작했고 제 연습일지와 넘버들을 소개하는 글들을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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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교의 배우적인느낌' 네이버 블로그

 

 

그렇게 한동안 블로그에 손을 뗐다가 ‘네이버 인플루언서’로 선정이 되고 다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대기업이 지정한 인플루언서가 되었다는 것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제가 게으른 사람이라 이런 타이틀이라도 달고 있어야 열심히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요즘은 ‘한 달 동안 매일 글쓰기’가 미션인 <한달어스>라는 프로그램에 가입해서 글쓰기 근육을 키워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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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하는 황조교' 인스타그램

 

 

제 콘텐츠의 메인 플랫폼인 인스타그램도 처음에는 학교 과제 때문에 시작한 거였어요. 전공수업 <희곡강독> 시간에 교수님께서 내주신 과제가 ‘무엇이든 자신이 잘하는 것을 사람들한테 노출해라.’였어요.

 

그 당시 제가 잘하는 게 뭐가 있는지 생각해봤어요. 뮤지컬과 전공생이지만 춤과 노래를 보여주기엔 부끄러웠기 때문에, ‘아직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소개해주자!’라는 결론에 다다랐죠. 저도 처음에는 브로드웨이 넘버들 위주로 소개하다가 조금 더 대중적인 소재로 팔로워들과 소통하기 위해 국내 뮤지컬도 소개하게 되었고요. 벌써 계정을 운영한 지 만 3년이 다 되어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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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교의 배우적인느낌' 유튜브 채널

 

 

유튜브는 학교 조교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에 치달았을 때 시작한 플랫폼이에요. 코로나가 터지고 원격수업이 시작되면서 모든 일이 조교한테 몰리기 시작했어요. 당시 하루 종일 교수님들 전화를 받으면서 저만의 시간을 하나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럴 거면 잠을 줄이고 새벽에 일어나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고 시작한 게 유튜브 채널 <황조교의 배우적인 느낌>이에요.

 

생각해보면 새벽부터 꾸역꾸역 편집하느라 몸은 정말 힘들었는데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저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제일 행복했어요. 그래서 그때 영상들의 조회 수가 잘 나왔나 봐요. 요즘 올리는 영상들의 조회 수는….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수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일이 그저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만큼 큰 열정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은데요. 황조교님을 지탱하는 힘, 즉 열정의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친한 친구들이 “그거 돈은 돼?”, “먹고 살 수는 있니?”하고 물어봐요. 그럼 저는 단호하게 “아니. 돈 하나도 안돼. 먹고 살기 힘들어.”라고 말해요. 그럼에도 이 계정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뮤지컬을 좋아하는 마음”이 아직 현실 속에서 부딪히는 어려움보다 크다는 것이고, 제 콘텐츠를 보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어릴 때 아무리 피곤해도 친구들이랑 놀 때는 정신이 멀쩡해지잖아요? <황조교의 배우적인 느낌>은 단기간에 팔로워를 모으기 위해 급하게 만들어진 계정이 아니라, 계정 초창기부터 저의 성장을 함께 봐온 ‘오랜 친구들’이 많아요.

 

제가 뮤지컬 전공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에는 뮤지컬을 열렬하게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이 없거든요. 아이러니하죠? 그래서 SNS 친구들과 뮤지컬로 소통하고, 제가 만든 콘텐츠로 재밌게 놀 때 오히려 제가 에너지를 받는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더욱 숫자나 돈에 연연하지 않고 계정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올해 9월부터인가요. <황조교와 불판들>이라는 팟캐스트를 제작하고 계신데요. 저도 몇 개 들어보았는데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고요. 어떻게 팟캐스트를 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황조교와 불판들>에 관해 직접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황조교와 불판들>은 이제 벌써 시작한 지 3개월이 넘었네요. 원래는 제가 없이 ‘19’, ‘27’님 두 분이 3회차 정도 이미 방송을 하고 계셨어요. 사실 27님은 제 학부, 대학원 시절 교수님이신데 “팟캐스트라는 것을 같이 해보는 게 어떻겠니?”라고 먼저 제안을 해주셨고, 평소 제가 믿고 따르던 교수님이었기 때문에 바로 합류하겠다고 말씀드렸죠. 하지만 이 모든 판을 짰던 건 19님이었어요.

 

19님이 27님을 꼬시고 27님은 저를 방송에 합류시켰죠. 초반에는 두 분 다 공연계 대선배님들이셔서 말 한마디 치고 들어가는 게 힘들었는데, 요즘은 방송 중에 반말이 튀어나올까 봐 조심할 정도로 편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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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황조교와 불판들>

(네이버 오디오클립과 팟빵을 통해 청취할 수 있다)

 

 

이렇게 편해져서 다행인 것이 저희의 방송 컨셉은 ‘관극을 함께한 세 명이 극장을 나오면서 나누는 소소한 이야기’에요.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저희는 따로 방송 대본이 존재하지 않아요. 그냥 ‘이번에 이 작품 같이 보자’ 얘기하고 작품을 보고 자신들이 느낀 점을 즉흥적으로 얘기하는 부분이 많죠. 그럼에도 함께하는 ‘불판’님들이 각각 공연계 경력 19년, 27년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프로공연러’들이기 때문에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전문적인 내용, 깊이 있는 담론이 오가기도 한답니다.


제가 글을 쓰고 있는 날짜 기준 20화가 올라가 있는데, 이제는 조금 더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방송을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저희 오래오래 방송할 테니 많이 들어주세요!




황조교님의 콘텐츠에서는 다양하면서도 흥미로운 시도가 돋보이는데요. 최근에 계획하신 ‘OO이 사랑하는 뮤지컬 배우’와 같은 콘텐츠도 정말 새롭고 재밌었습니다. 팔로워들과 긴밀히 소통하신다는 것도 느껴지고요. 이렇게 색다른 아이디어들을 찾는 방법이 있나요?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저는 신기하게 샤워, 설거지, 양치질같이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일을 할 때 가장 많은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그래서 샤워하다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오른 날에는 샤워하다 말고 물을 바닥에 뚝뚝 흘리며 제 아이디어가 휘발되기 전에 제 영감 노트에 박제를 시켜두죠. 오히려 ‘아이디어를 내야 해!’ 하고 책상 앞에 앉아 머리를 싸매고 있으면 아무런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또 제가 뮤지컬에 관련된 콘텐츠를 생산한다고 해서 온종일 뮤지컬만 보고 있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요즘 사람들의 트렌드를 읽어내야 사람들이 반응할 수 있는 소재를 ‘뮤지컬’이라는 장르로부터 건져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시사, 경제, 트렌드 뉴스레터를 보기도 하고, <퍼블리> 같은 전문 큐레이팅 매거진을 구독하면서 세상과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관찰하려고 노력해요.

 

그뿐만 아니라 영화, 대중문화, 자기계발, 유머 콘텐츠를 다양하게 살펴보면서 뮤지컬 콘텐츠와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 없을지 계속 떠올려봐요. 뮤지컬을 포함한 모든 예술활동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성장해왔기 때문에 다른 장르 속에서도 뮤지컬에 적용할 수 있는 요소들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거든요.


아무튼, 핵심은 기록이에요. 앞에 제가 언급한 수많은 행위를 다 한다고 해도 머릿속에서 사라지면 없는 아이디어잖아요. 항상 기록하고, 기록으로부터 발전시키고 변형시켜서 또다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프로세스가 제가 작업하는 방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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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교의 배우적인느낌 유튜브)

 

 

이번에 새로 시작한 ‘00이 사랑하는 뮤지컬 배우/스텝’ 콘텐츠도 기존의 ‘강준구가 사랑하는 고은성 배우’라는 배우 소개 콘텐츠를 변형시킨 예에요. 코로나 때문에 공연예술계가 지쳐있는 이 시점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입니다.




‘배우 황조교’로서 시도해보고 싶은, 욕심나는 캐릭터나 작품이 있나요?


 

얼마 전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극창작과에서 매 학기 진행하는 ‘욕심부리지마 뮤지컬’이라는 쇼케이스에 배우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솔로탈출 재난 블록버스터>라는 1인극이었는데, 27년 동안 연애를 한 번도 못 해본 모태솔로 역할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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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예종 음악극창작협동과정 인스타그램)

 


한동안 무대에 설 일이 없다가 무대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활자로만 존재하던 인물을 저와 창작진이 아이디어를 모아서 창조해내는 과정이 정말 행복했어요. 그래서 어떤 작품의 캐릭터가 욕심난다고 콕 집어서 얘기하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새로운 극 속에서 나만의 분석과 독창성을 가지고 인물을 창조할 기회가 있다면 어떤 작품이든 욕심이 날 것 같아요.




황조교님의 ‘최애 작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뮤지컬 <렌트>요!

 

제가 뮤지컬을 처음 시작했던 아마추어 극단에서 올린 공연이 <렌트>를 각색해서 만든 공연이었어요. 말씀드리기 민망하지만, 그 당시 저는 ‘로저’를 맡았어요(이름만 로저에요.. 이름만….). 아무튼, 제 나름대로 배역 연구를 하기 위해 뮤지컬영화 <렌트>를 보게 되었고 충격을 받았어요.

 

<렌트>의 등장인물들과 소재(에이즈, 동성애, 마약, 빈민가 등)는 굉장히 퇴폐적이고 자극적인데 그들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사랑’이잖아요. <렌트>가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는 그 어떤 작품이 얘기하는 ‘사랑’의 메시지보다 강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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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영화 <렌트(Rent)>

 

 

제가 영화든 공연이든 한 번 보면 다시 보는 스타일이 아닌데 <렌트>는 매일 밤 연습이 끝나고 수십 번도 더 돌려봤어요. 그리고 확신했죠. 나도 내가 ‘사랑’하는 것을 드디어 찾아냈다고. 뮤지컬을 하겠다는 제 마음이 확실하게 선 순간이었어요.


그 이후로 뮤지컬 <렌트>는 제 부동의 최애 뮤지컬입니다. 물론 <렌트> 자체가 뮤지컬의 명작이지만, 저의 지금, 이 순간을 만들어 준 씨앗 같은 뮤지컬이기에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조교님의 콘텐츠를 보면서 뮤지컬 무대에 대한 꿈을 키우는 입시생이나 배우 지망생도 많은 것 같아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격려나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기능인이 되지 말고
예술인이 되어라.
 


제가 입시 생활을 할 때 지도를 받았던 연기 선생님이 해주셨던 말이에요. 물론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도 수반되어야겠지만,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서 끝나버린다면 그 무대예술가는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어요. 심지어 인간만의 독보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예술계에도 인공지능이 그 영향을 미치고 있잖아요.


그렇기에 더더욱 ‘자기 자신의 것’으로부터 시작한 ‘독창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외부 환경에 자신의 모든 것을 비교하고 맞추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나만의 것’을 개발해야 해요.

 

비교하려거든 차라리 어제의 자기 자신에게 기준을 두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거에요. ‘과연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한 걸음 더 발전했나?’, ‘오늘의 나 자신에 대해 무엇을 새롭게 알게 되었나?’ 등의 질문들이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다 보면 분명 ‘대체될 수 없는’ 예술가로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절대 잊고 싶지 않은 의지나 믿음이 있나요?


 

 

“나는 나만의 퍼즐 조각을 맞춰나가고 있는 중이다.”는 믿음이요.

 


학부 시절 공연할 때부터 프로그램북에 '오늘의 한 마디'로 넣어둔 말이에요. 퍼즐은 남들보다 빨리 맞추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언젠가는 이 그림이 완성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퍼즐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나가고 싶어요.

 

 


10년 뒤의 황조교님의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1년 뒤도 상상하기 어려운걸요! 다만 40대가 되어서 슬픈 아저씨가 아니라, 40대에도 모르는 건 모른다고 인정하고 계속해서 공부하고 발전하는 건강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분명 지루하고 평범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고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코로나바이러스로 모두가 힘들었던 한 해가 저물고 2021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20년은 황조교님에게 어떤 해였나요? 황조교님이 가지고 계신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특히 공연예술계에 더욱 모질었던 한 해였고, 개인적으로는 잔병치레가 많았던 한 해였지만, 나름대로 이 시간을 제가 주도하기 위해 애썼던 한 해였어요. 코로나 때문에 조교업무로 휘둘리는 와중에 유튜브를 시작했고, 2020년 1년간 부지런히 콘텐츠를 만들었더니 <황조교의 배우적인 느낌>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약 1만 명의 팔로워가 늘어났어요.


‘프로공연러’들과 팟캐스트도 시작하게 되었고, 배우로서의 커리어도 계속 놓치지 않고 리딩 공연에도 참여했죠. 근데 이 모든 것들이 거창한 목표 속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에요. 그냥 주어진 하루 속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최선을 다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가야 할 길이 열리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2021년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내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지내보려고 합니다.


제 마음 깊은 곳에 황조교의 거대한 욕망과 목표가 존재할 수는 있지만, ‘하루’라는 작은 목표지점을 달성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을 거예요.




뮤지컬엔 ‘송 모먼트(대사를 이어가다 노래가 등장하는 지점)'가 등장하죠. 만약 황조교님의 삶을 뮤지컬로 만들 때 송 모먼트가 있다면, 어느 지점일까요? 어떤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으신가요?



아직 제 인생은 노래가 터져 나올 만큼 극적으로 쌓이지 않은 상태인 것 같아요. 지금 억지로 제 인생에서 송 모먼트를 만들려고 하면 관객들이 제 이야기를 다룬 공연을 보러와서 다 졸거나 중간에 도망갈 것만 같은 느낌이에요.

 

그리고 뮤지컬 <마리 퀴리>, <모차르트!>의 이야기를 ‘마리 퀴리’나 ‘모차르트’ 자신이 이야기하지 않은 것처럼, 저의 송 모먼트는 제가 결정하는 것보다 제 인생을 바라본 다른 사람들이 제 인생 속 가치 있는 이야깃거리를 발견해서 만들어줄 때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부디 저의 이야기가 송 모먼트로 만들어지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행복한 이야기로!




황조교님의 콘텐츠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누구보다 뮤지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가득한 분이라는 것이 절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 질문을 마지막으로 드리고자 합니다. 단순하면서도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면서, 다소 뻔한 질문이라 죄송하기도 합니다.

 

황조교님에게 ‘뮤지컬’이란 무엇인가요?



(질문이 너무 소름 돋아요! 하지만 진지하게 답변하겠습니다)



‘내 인생을 이끌어주는 가이드’
 


처음에는 제가 뮤지컬이 너무 좋아서 ‘뮤지컬’이 있는 곳을 찾아갔다면, 뮤지컬을 선택한 이후에는 ‘뮤지컬’이 저를 제가 가야 할 곳으로 이끌어주는 것 같습니다. 그 길이 어디든, 어디로 저를 이끌고 가든 ‘뮤지컬’이라는 녀석과 건강하게 오랫동안 함께 지냈으면 좋겠어요.


 

 

위의 질문에 관한 답변 이외에도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고맙습니다.


 

어렴풋이 생각만 하고 있고 체계적으로 플랜이 세워진 것도 아니지만, 올해는 ‘황조교의 배우적인 느낌’이 새롭게 탈바꿈하는 시기가 될 것 같아요. 저도 제가 3년간 함께해온 황조교가 어떻게 변화할지는 모르겠지만 더 많은 분이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접하고, 사랑하고, 즐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

 

해외 공연 시장, 특히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와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공연예술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접할 수 있는 창구가 부족한 편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가 오가는 미디어 환경에서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대중에게 알리는 플랫폼은 많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황조교는 국내 뮤지컬 관련 콘텐츠 개발에 힘쓰는 선구적인 창작자 중 한 명이다.

그의 콘텐츠는 소비자들의 유입을 이끌며, 뮤지컬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한국 뮤지컬이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비록 코로나로 인해 잠시 주춤하고 있긴 하지만), 황조교라는 개인의 노력은 뮤지컬에 관한 대중의 관심을 이끌 수 있는 좋은 마중물의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그가 이끌어갈 미래는 더욱 기대된다.

뮤지컬하는 황조교는 이렇게 말한다. "I'm Proud of Musical". 그는 '뮤지컬이 가지는 사랑스러움'을 넘어, '뮤지컬이 있기에 자랑스러움'을 외친다.

 

언제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빛나는 황조교의 콘텐츠와 앞으로의 그의 행보를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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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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