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성 영화라는 장르 [문화 전반]

글 입력 2021.01.0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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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실 앞에는 늘 백지가 쌓여 있었다. 점심 시간마다 진행하는 음악 방송 때문이었다.

 

어릴 적엔 라디오를 듣는 게 취미였다. 그래서 학교에서 가장 기다렸던 시간이 점심 시간이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신청곡만 나왔고 금요일에는 음악과 함께 사연을 읽어주는 식이었는데, 안타깝게도 그 나이대 아이들에게 점심 시간에 가장 중요한 건 급식 메뉴여서 통 관심을 못받았다.

 

그럼에도 열심히 적어 낸 인기 없는 아이돌 그룹의 수록곡이나 낯선 인디 밴드의 노래들은 방송을 타지 못했다. 기껏 해야 없는 사연을 만들어 신청한 금요일에나 한 번 나왔고, 운 좋으면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뽑히는 게 전부였다.

 

방송부 선배는 애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주로 틀어주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니! 이 노래들도 애들이 들으면 좋아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취향을 좀 존중해달라는 말에 선배는 그럼 수요일마다 마이너한 음악도 틀어주겠노라 약속했다.

 

처음에는 좋았다. 오늘은 들을 수 있을까 전전긍긍 하지 않아도 매주 수요일이면 듣고 싶은 노래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불만의 싹이 자라기 시작했다. 마이너한 음악을 듣는 날이라는 이상한 코너가 생긴 이후부터 아무리 신청곡을 써도 다른 요일에는 한 번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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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디어를 보면 ‘여성 서사’ 라는 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020년이 되니 여성들의 이야기도 빛을 보는 듯 하다.

 

특히 여성을 주연으로 하는 이른바 여성 영화는 올해 초 <작은 아씨들>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는 <결백>, <찬실이는 복도 많지>,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 등이 연이어 개봉했으며, OTT 플랫폼 웨이브와 MBC가 손을 잡은 시네마틱드라마 SF8에서는 무려 여섯 편이나 여성을 주연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양성평등주간을 맞이해 처음으로 온라인 행사 벡델데이 2020이 개최됐으니 그간 가려져 있던 여성 영화가 본격적인 화두에 올랐다는 점에서는 괄목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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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에 반가운 마음과 함께 걱정이 앞선다. 여전히 우리가 볼 수 있는 여성 영화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개봉한 <내가 죽던 날>은 배우 김혜수, 이정은 등 쟁쟁한 라인업에 개봉 당일 예매율 1위를 차지했지만 상영관 수가 적어 관람에 불편을 겪었다는 말이 많았다. 함께 개봉한 <애비규환> 역시 마찬가지다. 두 작품 모두 코로나19를 감안 하더라도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매체에서는 여성 서사를 가진 작품이 나올 때마다 여성 영화가 개봉했다며, 또 누군가는 여성의 시대라고 호들갑을 떨지만 여성 영화라는 장르가 가시화 될수록 여성 영화와 아닌 영화 사이의 범주화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이제 여성 영화의 벽은 여성 영화라는 장르 그 자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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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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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ㅇㅇ
    • 멋진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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