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도 글 잘 쓰고 싶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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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의 에디터로 기고를 시작한 지 벌써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20년에 시작한 글쓰기가 21년에 닿았으니, 한 해를 정리하는 기분으로 그간의 기고문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다 문득 부끄러운 감정이 들었다. '생각보다 더 못쓰는구나, 나.'
기고문을 쓸 주제가 떠오르지 않는 날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달은 순간들이었다. 그럴 때면 나는 다른 에디터님들의 글을 읽어보곤 한다. 다른 이들은 어떤 주제로, 어떤 글을 써 내려갔을지 참고한다는 명분 하에 염탐을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읽기 시작한다. 그러다 이내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사실은 나 빼고 모두 작가인 거 아니야?' 싶을 정도로 정말 글을 잘 쓰는 분들이 많다는 생각과 함께 더욱더 쓸 말이 사라지는 기분을 느낀다.
독립 서점과 같은 새로운 플랫폼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출판의 장벽을 낮추었다. 그러자 숨어있던 고수들이 하나 둘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다양하고 훌륭한 책들을 쏟아내었다. 그 흐름을 따라 글 욕심이 있는 사람들이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각자의 글을 펼쳐낼 수 있는 플랫폼들이 만들어졌고 개인 블로그에 잠자고 있던 글들이 한 편의 책으로 출간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는 시점에 도래하였다.
아트인사이트의 에디터분들도 그런 재야의 고수분들이셨던 것 같다. 처음 쓰는 글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제되어 있고 체계적인 글 솜씨를 보면 나름 글을 좀 써봤다 자부했던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진다.
입체적인 눈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순간의 기억과 감정들을 헛되이 날려보내지 않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에서 한 자 두 자 적어내려가야 한다는 사실은 마치 나의 치부를 대놓고 세상에 공개하고 있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하지만 이 또한 나의 과업인 것을, 피할 수도 없고 도망칠 수도 없다.
세상에는 정말 잘난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이미 충분히 잘났음에도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매일을 갈고닦는 사람들은 더 많이 존재한다.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걸어가기 위해서 이미 뒤처진 나는 곱절은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나는 자신이 없다. 끝나지 않는 동기 부여를 반복하며 스스로를 끌어당겨야 하는 매일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잘난 사람이 되고 싶은 나와 그냥 편하게 살고 싶은 나 사이의 싸움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이 싸움이 균형을 이루는 그 순간이 성장의 마침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결론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 요즘,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는 말은 정작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없다는 말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것저것 조금씩 맛보며 배를 채우고 싶으면 뷔페를 가야 하고 잘 차려진 다이닝을 즐기고 싶다면 레스토랑에 가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잘 써 보이고 싶은 장르를 선택하고 무던히 노력해야 보여주기에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내가 진정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우선 이 질문에 대한 답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언젠가, 이 글을 쓰는 나 자신도 만족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내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 적어도 글에서만큼은 욕심을 내보려고 한다.
아직도 나는 치열하게 사는 매일이 부담스럽다. 하지만 잘해보고 싶은 마음 또한 거짓이 아니다. 그러니 먼저, 앞으로 남은 나의 과업들을 어떤 글로 마무리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뷔페만 찾던 손을 잘 타일러서 레스토랑에 초대하는 것부터가 그 시작일 테니까.
[김규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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