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직접 선정한 각 분야별 1위 [문화 전반]

미오 프라텔로, 마우스피스, 티키틱.
글 입력 2021.01.0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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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이 지나갔다. 누구에게나 힘든 한 해였고, 뜻하던 바를 이루지 못했을 수도 있다. 경제적 혹은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었을 수도 있고, 어떤 방향으로든 지치고 괴로웠을 것이다. 나를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 정말 수고했고, 견뎌내느라 고생 많았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행복할 수는 없었을지라도, 행복했던 순간은 있다. 내가 뽑은 최고의 순간들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각 문화 분야별로, 1위를 매겨보기로 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니 당연히 권위나 공신력 따위는 없다.

 

 

 

뮤지컬 분야, 1위. 미오 프라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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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공히 2020년 내 마음속의 1위다. 처음 공연을 본 순간의 짜릿함이 아직도 기억난다. 시놉시스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채, 작년 내가 좋아했던 뮤지컬과 작곡가와 같다는 이유만으로 표를 끊고 대학로에 가서 자리에 앉았다. 안내멘트가 나오고, 불이 꺼지는 순간은 언제나 두근거린다. 조명으로 글자가 적히고, 무대의 왼쪽에서는 스티비 역의 배우가 타자기를 두드리며 이야기가 시작한다.


세 명의 배우가 보여주는 노래와 대사에 홀린 듯 빠져들어,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다. 왜 그들은 그런 선택을 해야 했는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저런 행동을 한 건지…. 보고 또 봐도 좋았다. 다음에 올 대사와 행동을 전부 알고 있더라도 그걸 다시 지켜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설렜다. 그들과 함께 울고 웃은 모든 시간이 행복했다.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역시 ‘미오 프라텔로’이다. 치치가 써니보이를, 스티비가 치치를, 써니보이가 치치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장면은 볼 때마다 울컥한다. 눈에 녹화기능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써니보이는, 널 사랑했어. 잠시도 잊지 않았어.’로 시작하는 스티비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부터, 그들의 겪어온 시간을 보지 않았음에도 상상하며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잠시 공연을 중단했으나, 1월 5일부터 공연을 재개해 1월 31일까지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계속한다. 뮤지컬의 생명은 현장감을 알고 있으나, 그럼에도 DVD가 나오길 바란다. 같은 장면을 몇 번이고 돌려보며 기억하고 싶다.

 

 

 

연극 분야, 1위. 마우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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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포스터조차 꼼꼼하게 읽지 않고 대뜸 표를 끊고 자리에 앉았다. 포스터에 적힌 ‘그 애 나이 때쯤 내가 그렸을 법한 작품, 정말 좋아…’라는 문장이 마음에 들어서다. 아이스크림이나 과자 하나 먹을 때도 새로운 걸 선택하면 혹시 맛이 없을까 봐 늘 먹던 것만 먹는데, 연극이나 뮤지컬은 늘 무모한 도전을 하게 된다. 신기한 일이지만 나쁜 것 같지는 않다.


한물간 중년 여성 작가 리비와 가난하고 재능 있는 청소년 데클란, 둘의 이야기다. 극 중 인물들은 “나는 달린다, 달려 나간다, 밖으로, 이 공간 밖으로.”와 같이 동작을 직접 소리 내 말하는데 관객의 입장에서 굉장히 신선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네? 이다음은 어떻게 하려는 거지? 다음 나올 대사에, 행동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가난, 예술, 폭력, 사회·경제적 격차, 사랑, 대중, 평론가, 그림, 극, 문화…. 뒤섞인 키워드들이 만들어내는 연극에 나는 속수무책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데클란과 리비, 그들은 함께하는 동안 행복했을까? 가끔 데클란의 문자가 생각난다. ‘여기로 좀 와줄 수 있어요? 제발요.’


리비와 데클란은 서로를 도와주는 것처럼 보이는데, 마지막으로 갈수록 생각보다 일방적인 관계였다고 생각된다. 일방적인 관계는 그만큼 무너지기 쉽다. 처음에는 다소 충격적이고 난해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곱씹어 볼수록 딱 한 번만 더 보고 싶다. 다음에 볼 때는 다른 느낌일 것 같다.


 

 

유튜브 분야, 1위. 티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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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답지 않게, 나는 유튜브를 잘 보지 않는다. 영상으로 정보를 접하는 일이 참 낯설고 불편하다. 텍스트로는 몇 줄이면 될 걸, 동영상으로 보려면 시간이 몇 배로 걸린다. 그래서 동생이 유튜브로 정보를 찾는 걸 보면 이게 요즘 애들인가 싶다.


유튜브는 가끔 요리나 운동 등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찾아보는 게 전부지만, 그런 내가 구독까지 하고 올라오는 영상마다 챙겨보는 유튜버가 있다. 바로 티키틱이다. ‘신혁, 세진, 은택, 추추’ 총 네 명으로 이루어졌으나 이제는 기본 멤버라는 말이 더 맞겠다.


그들의 음악 세계는 다양하다. 시나리오가 있고, 상황이 있고, 연기가 있다. 삶을 노래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다. 뻔하고 진부하지 않고, 새롭다. 늘 다음이 기대되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싶게 기발하다. 중독성이 있어 자꾸 흥얼거리고 싶고,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서 널리 알리고 싶다. 몇몇 곡은 정식으로 음원이 발매되어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도 들을 수 있다.


가장 유명하고 흥미를 갖게 만드는, 소위 말하는 ‘입덕 영상’은 당연히 ‘오늘부터 지각 변명은 이렇게... "제가 왜 늦었냐면요"’이다. 한 번 보고 나면, 보기 전으로 돌아가지 못 할 것이다. 지각한 이유에 대해 변명하는 내용이 전부인데, 음악과 연출, 그리고 시나리오가 대단하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상은 ‘시청자와 노래로 Q&A 주고받기 | TIKITIK’ 이다. 시청자가 노래로 질문을 하면, 티키틱이 노래로 대답해준다. 질문하는 노래 장르에 맞춰 랩, 트로트, 발라드, 뭐 하나 소화해내지 못하는 게 없으니 일단 한 번 보는 것을 추천한다. 몇 시간 전 2편이 올라왔다.

 

*


뮤지컬과 연극, 유튜브 총 세 가지 부분에서 대상을 뽑아봤다. 글을 쓰며 1년을 되돌아볼 수 있었고, 내가 어떤 문화생활을 해왔는지 하나하나 곱씹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전시회나 노래, 책, 영화에서도 뽑아볼까 했지만 이건 다음 기회에 해야겠다.


2020년에 쓰기 시작한 글이 2021년이 되어서야 끝났다. 1년에 걸쳐 쓴 글이 될 줄이야. 귀찮다 핑계 대지 말고 앞으로 시간이 있을 때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경험하고 싶다.

 

 

 

에디터 안우빈.jpg

 

 

[안우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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