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20을 보내며 [사람]

글 입력 2021.01.0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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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사다난했다. 세상도, 내 인생도.


코로나19가 온 세상의 풍경을 바꾸었고, 내 삶의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코로나로 얼룩진 2020을 살아가는 것이 고달팠지만, 그 사이사이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도 많았다. 훗날 돌아보면 2020년 또한 아련한 추억이 돼있으리라 생각하며 2020년을 돌아본다.

 

 

 

마지막 대학생활


 

일 년간의 휴학 생활을 마치고 복학했다. 4학년이었다. 군대에 갔던 동기들, 유학을 갔던 동기들도 다 돌아왔기에 재밌는 캠퍼스 생활을 하며 유종의 미를 거둘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가 무색하게, 코로나19가 터졌고, 학교에 가지 못했다. 보고 싶었던 동기, 선후배, 교수님은 노트북 화면 안에만 있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캠퍼스도, 알록달록하게 단풍이 든 캠퍼스도 마음껏 즐길 수 없었다.


온라인 강의는 꽤나 힘들었다.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 노트북만 들여다보는 것이 참 피로했다. 녹화 강의를 들을 땐, 내 안의 나태함과 싸워야 하기도 했다. 오프라인 강의를 들을 때보다 과제도 많아졌다. 매일 과제를 내는데도, 과제가 남아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언택트가 주는 거리감과 외로움이었다. 강의가 끝나고 친구들과 함께 먹는 밥, 시험을 보고 난 후 왁자지껄하게 마시는 술, 도서관에서 밤새 시험공부를 하다 산책할 때 마시는 공기, 공강시간 잔디광장에 앉아 떠는 수다까지, 접촉에서 오는 모든 경험과 감정이 그리웠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나는 Google Meet으로 친구들과 함께했다. Google Meet으로 친구들과 함께 시험기간 밤샘 공부를 했고, 종강 기념 술도 마셨으며, 크리스마스 파티도 했다. 물리적 접촉은 못해도 마음의 접촉은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코로나 시국 대학 생활의 외로움을 견뎌냈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강의가 나쁜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갑작스레 시행하게 된 온라인 강의로 인해, 학점 평가 방식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뀌었다. 이전에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정해진 비율에 따라 좋지 않은 학점을 받을 때도 있었고, 함께 강의를 듣는 모든 사람들은 경쟁상대였다. 하지만 절대평가로 바뀌자, 열심히 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고, 함께 강의를 듣는 사람들은 동지가 되었다.

 

 

 

온라인으로 보는 공연, 미디어로 하는 여행


 

내 가장 큰 취미이자 삶의 활력소는 공연 관람과 여행이다. 매달 네 다섯 편의 공연을 관람하고, 국내외로 길고 짧게 여행을 다니며 큰 즐거움을 얻곤 했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유행을 하면서, 극장에 가는 것이 두려워졌고,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되었다.

 

2020년도 여름방학에는 미국에 갈 계획을 세웠었는데, 이 계획도 기약 없는 미래로 미루게 되었다. 내 삶의 큰 활력소 두 개를 잃은 것 같아 정말 속상했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장기화되는 코로나 시국에서 나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삶의 활력을 채웠다.


수많은 공연 제작사들이 온라인 공연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홈시어터를 만들었다. 귀환, 땡큐베리스트로베리,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등 여러 온라인 공연을 집에서 즐겼고, 극장에서만큼은 아니지만 짜릿한 카타르시스와 활력을 얻을 수 있었다.


미디어 속 여행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기도 했다.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트래블러, 바퀴 달린 집, 런닝맨 등 다양한 여행 예능을 틀어뒀다. 언젠가 다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TV 속 푸르른 자연과 빛나는 도시를 바라봤다. 이렇게 내 일상에 나름의 활력을 채워갔다.

 

 


방의 변신은 무죄


 

나는 원래 밥은 식당에서, 커피는 카페에서, 술은 술집에서, 영화는 극장에서, 운동은 헬스장에서, 공부는 도서관에서 해결하던 사람이었다. 내 방은 그저 씻고 자는 정도의 공간, 온전한 휴식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려워진 이후로, 내 방의 용도는 무궁무진하게 다양해졌다.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방에서 먹는 날이 대다수가 되었다. 술도, 커피도 방에서 마셨다. 개강, 종강, 생일, 크리스마스 등 여러 기념일에는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들과 소소하게 홈 파티를 했다. 홈 사이클과 아령 등 홈트레이닝을 위한 기구들도 들여 마련해 운동도 방에서 했다. 넷플릭스, 왓챠 등을 이용해 방에서 영화를 봤고, 공연도 방에서 봤다. 이제 내 방은 휴식의 공간이 아닌 모든 일상의 공간이 되었다.

 

사계절, 그리고 그 속의 대부분의 기념일을 방에서 보내다 보니 계절과 기념일에 따라 방의 컨셉도 계속 바뀌었다. 따스한 봄의 꽃밭이 되기도 하고, 한여름의 바다가 되기도 했으며, 크리스마스의 파티룸이 되기도 했다. 흑백으로 가득했던 내 방이 다채로운 색을 머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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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2020을 돌아보면, 코로나19가 가장 크게 떠오르는 단어일 거다. 하지만 그 단어에 묻어 있는 나의 희로애락이 코로나19마저 아련한 추억으로 만들겠지.


이제 2021이다. 2021은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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