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마음의 숙제는 무엇인가요 : 마음의 숙제 [도서]

마음의 숙제를 안고 앞으로 뚜벅뚜벅 걷기
글 입력 2020.12.3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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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의 숙제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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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박하는 사이 연말이 다가왔다. 연말이 되면 자연스럽게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연초를 한 해의 목표 세우기로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세운 목표를 얼마나 이루었는지 돌아볼 것이다. 설령 세어운 목표가 없었더라도 지난날에 쓴 일기를 돌아보거나, 사진첩 속 사진을 들춰보거나, 친구들과의 대화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듣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한 해를 돌아볼 방법은 많다. 우리는 그렇게 한 살 더 먹기 전에 지난 일 년과 안녕을 고한다.

 

돌아보면 좋았던 일들도 있지만 이루지 못한 일이나 후회되는 일들도 함께 회상된다. 특히 후자의 일들은 아쉬운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결국 마음속에 하나의 숙제로 남는다. 여기 자신의 마음의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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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사라진 나의 첫사랑,

흡혈귀가 되어 돌아왔다.

 

-웹툰 <마음의 숙제> 작품소개

 

 

웹툰 <마음의 숙제>는 오래전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마음 한편에 품고 살아온 이경이 십 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 뱀파이어가 된 첫사랑 호선과 마주하고, 호선이 사는 뱀파이어 마을에 이사를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타인의 숙제를 엿보고 어떻게 그들이 숙제를 해결해나가는지 읽는 일은 자신의 숙제를 꺼내어보고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도록 도울 수도 있다. 뱀파이어 마을의 사람 거주자 이경과 이경을 둘러싼 사람 그리고 뱀파이어들의 숙제를 둘러볼 수 있는 웹툰 <마음의 숙제>. 이 글은 이 웹툰을 사랑하는 애독자로서 사심을가득 담아 정성스레 당신에게 남기는 추천사이다.

 

웹툰 <마음의 숙제>는 네이버 웹툰에서 완결된 웹툰이고 네 권의 단행본으로 발행되었다. 마음의 숙제를 그린 고아라 작가님의 전작은 웹툰 <어서와>로 이 작품의 경우에는 동명인 드라마의 원작이 되기도 하였다.


수채화풍의 맑고 감성적인 느낌이 드는 작화는 비일상과 일상 사이를 오가는 이야기의 배경을 잘 담아낸다. 그리고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과 그런 인물들의 입에서 발화되는 단단한 문장들은 독자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서 위로와 힐링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낯선 존재가 친구가 되기까지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에 살고 싶었을 뿐인 이경은 옆집 주민으로부터 이런 메시지를 받는다.

 

 

이경씨, 오늘도 좋은 하루였나요?

사회의 일원으로서 한 사람의 몫을 하느라 고생이 많아요.

아 참 어제 밤늦게까지 음악을 들으시더라구요.

윤도현의 사랑했나봐.

저도 좋아합니다.

 

-여음

(1권 4화)

 

 

옆집 이웃으로부터 이런 메시지를 받는다면 이 쪽지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 웹툰은 이렇게 오랫동안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지만, 온전히 섞일 수는 없었던 뱀파이어들과 그들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이경이 한 동네의 주민이자 친구가 되기까지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다. 이경은 그들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그들의 순수한 호의를 오해했던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악마도 흡혈귀도 직접 본 적이 없다. 모르기 때문에 무서웠던 거야. 마음이 제멋대로 그림자를 키운 거야.”

 

(1권 6화)

 

 

표면적으로는 인간이 아닌 존재와의 차이를 서로 이해해가는 이야기이지만, 사람 대 사람이라고 해도 별다를 것이 없다. 우리는 쉽게 우리의 마음속에 타인과 세상에 대한 그림자를 들인다. 이경이 이사 초반 마을 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 수 없었던 것은 잘 모르는 타인에 대한 경계심과 자신은 이방인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이경에게 마음의 변화를 가져다주었던 것은 (인간이 아닌 무서운 존재라고 보통 생각되는) 뱀파이어들의 순수한 호의와 그들과 나눈 대화의 시간이었다. 이경이 그들을 향해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는 모습은 왠지 낯설지만은 않다. 우리는 순수한 호의는 없다는 세상의 가르침에 더 익숙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마음에 쉽게 그림자를 드리워 어둡게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을, 마음을 조금은 가볍게 먹고 관계를 바라보아도 괜찮을 거라고 이경의 변화를 통해 생각해볼 수 있다.

 

이경은 자신에게 쪽지를 남겨주었던 여음을 생각하며(“여음씨는 편지 쓰는 걸 좋아했으니까 받는 것도 좋아할 거야”) 여음에게 사과 편지를 쓴다. 그리고 옆집 이웃인 여음, 여경 자매와 아침 드라마를 함께 챙겨보는 사이가 되었다. 밤을 낮처럼 보내는 뱀파이어 주민들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가고, 낮과 밤의 시간에서 인간인 자신이 조화롭게 살 방법을 알아간다.

 

낯선 것은 언제나 쉽게 두려움을 준다. 하지만 그만큼 낯선 존재와 친구가 되어가는 일 또한 그리 어렵지 않다는 걸 마음속에 품고 산다면, 그 두려움은 금방 가시지 않을까.

   

 

 

각자의 숙제, 각자의 몫



이경이 근처에 편의점도 없고, 신선한 음식 재료를 구할 수도 없고, 낮보다 밤이 시끄러운 새 동네에서 적응하는 동안 <마음의 숙제> 속 등장하는 모든 인물도 각자의 숙제를 안고 살아간다.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들에게도 예외는 없다. 호선은 오래전 이경의 고백에 대한 답을 돌려줘야 했고, 자신을 뱀파이어가 된 이후의 빛보다는 어둠에 가까웠던 지난 십 삼 년의 과거를 떨쳐내야 했다. 능글맞은 성격의 봉원도 어딘가 텅 빈 마음을 조금씩 채워나가야 했고. 여음도 할머니가 된 동생을 옆에서 지켜보며 자신과 조금은 다른 존재를 끊임없이 이해해야 했다. 각자의 숙제들이 이야기를 이어붙이는 동안 오롯이 자신의 숙제는 자신의 몫이다. 서로의 숙제를 도울 수는 있어도 온전히 타인의 숙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다.

   

이경은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숙제도 다 하기 전에 옆 친구의 숙제를 걱정해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물이다. 그런 이경에게 친구인 은린은 이렇게 말해준다.

 

 

이경아, 내 고통도 원망도

결국은 내 거야.

남이 해결해줄 수 없어.

너는 계속해서 너를 지켜.

 

(3권 48화)

 

 

은린의 말을 빌리자면 계속 나를 지키는 것은 내 숙제를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있고, 누군가가 본인의 숙제를 풀다가 지치면 기댈 곳이 되어줄 수 있는 길이다.

 

마음의 숙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별것 없다. 이경은 전혀 다른 이야기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얻기도 하고, 별다른 해결책을 모르겠지만 일단 앞으로 뚜벅뚜벅 걷기를 택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숙제를 외면하지 않는 것이다. 설사 미루더라도 일단 숙제의 존재에 대해 아는 것이다.

 

 

“모름지기 숙제라는건

미루라고 있는 거니까.”

 

(2권 29화)

 

 

미루는 건 마지막 최후의 보루다. 어린 시절 방학 때마다 쓰던 일기는 매번 방학이 끝나기 일주일 전에 시작되고는 했다. 일기를 매일 쓰는 친구들은 항상 존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존경의 감정과는 별개로 숙제라는 건 닥치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는 것이라고 어린 시절부터 굳은 믿음이 있었다(그리고 매일 일기를 쓰자는 마음은 쉽게 사라지고는 했다. 밀린 일기를 쓰는 일은 꽤 재미있는 일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연초에 세운 목표를 당장 이루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내가 현재 미루고 있는 일들과 언젠가는 직면해야 할 숙제와 같은 일들을 마주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마음의 숙제>를 펼친다. 이경과 이경을 닮은 친구들과 뱀파이어 친구들이 각자 자신의 숙제를 마주하는 이야기를 통해 나의 숙제를 마주할 힘을 얻는다.

 

곧 다가온 내년을 올해 다 이루지 못한 숙제를 안고 맞이한다. 마음의 숙제라는 건 자신이 마감기한을 정하면 된다. 이 남아 있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또 어떤 삶의 원동력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를 최대한 피하고자 웹툰 이미지 대신 작 중 대사를 차용하였습니다. 이 글을 다리 삼아 웹툰 <마음의 숙제>를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전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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