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안녕하세요. 저는 저입니다.

글 입력 2020.12.25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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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드러내는 일에 익숙지 않았다. 특히나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사는 것은 ‘숨바꼭질’의 연속이었다. 나를 숨기고, 나를 숙이고, 겸손해야 했고, 낮춰야 했다.


학창 시절, 발표한답시고 손을 들면 친구들의 반응은 이랬다.


“00이 나대네~”


장난이다. 친구와 친밀감을 표현하고 괜히 날 더 긴장하게 만들기 위한 장난. 하지만 그 장난도 나의 숨바꼭질 놀이에 불을 지피기만 했다. 따라서 군계일학이 아닌 무리에 속해 ‘대한민국 국민 1’, ‘대학생 1’로 살아오는 것이 편했다.


그런데.

취업할 때가되니 갑자기 나에 대해 이야기해보란다.

 

 

2020년 하반기 00그룹 상반기 공채

①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세 개의 키워드로 표현해보시오.

② 당신의 장단점은 무엇입니까.

 

 

혈액형과 MBTI 등 ‘유사과학’에 의존하여 나를 희미하게 알아왔던 나는, 자의10% 타의90%로 자아탐색에 돌입했다. 그리고 ‘취업 준비생’으로 살았던 2년 6개월은 지금까지의 나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이 넓은 대한민국에 내가 일할 자리 하나 없다는 사실이 힘들긴 했지만, 다시는 없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나, 왜 이렇게 끈기가 부족해?



항상 그랬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체력장을 치르면 지구력을 요하는 오래달리기가 나에겐 가장 큰 고역이었다.

 

하지만 순발력을 요하는 릴레이나 단거리 달리기는 항상 상위권을 차지했기에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 ‘단점’은 나의 삶을 잠식했고, 취업 준비생에게는 매우 큰 단점이었다. 대한민국은 한 분야 ‘전문가’를 선호하기에. 내 인생엔 ‘일관성’이 없었다.


‘끈기 없는’ 내 인생을 나열하면 이렇다.

 

 

선생님 - 가수 – 뮤지컬배우 - 상경 - 일본학과 - 보컬 - 프랑스언어문화학과 - 패션 디자이너 - 방송작가 - PD - 방송평론가 - 현재

 


틀에 박힌 대한민국 교육시스템에 이끌려 살았다. 따라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몰랐고 닥치는 대로 경험해야했다. 그것만이 살 길이었다. 위의 키워드를 모두 나열하면 지루해질 수 있으니 핵심 키워드만 풀어보겠다.

 

 

[크기변환]store-984393_1280.jpg


 

‘패션 디자이너’. 옷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의상’이 내 자아를 설명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장 휴학계를 내고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패션 디자인학원에 등록했다. 그리고 두 달 만에 그만뒀다. 자리에 앉아서 재봉틀을 박는 시간은 활동적인 나와는 맞지 않았다. 바깥 공기를 맡고 싶었다.


‘방송작가’. 어릴 때부터 방송국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하지만 아주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기에 나의 ‘직업’ 물망에 떠오르지 못했다. 그런데 교환학생으로 간 프랑스에서 ‘귀인’을 만났으니. 기숙사 옆방에 본인을 방송작가라고 소개하는 언니가 있었다.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3개월 후에 방송작가 아카데미를 등록했다. 그리고 한 방송국에서 방송작가로 일했다.


하지만 1년까지 만이었다. 복학의 이슈도 있었지만 영상을 직접 다루고 연출하고 싶었다. 그 후 2018년 하반기부터 약 2년 간 PD를 준비했다. 그리고 현재, PD를 그만 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큰 이유는 ‘내가 PD와 맞지 않는 이유’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참, 끈기 없는 사람이다.

 

 


지금은?


 

[크기변환]laptop-336378_1280.jpg

 

 

직장인 10일 차다.


실감나진 않지만 돈벌이를 하는 사람이 되었다. 하는 일은 ‘글쓰기’. 사실, 솔직히, 정말로, 글 쓰는 일을 하게 될 줄 몰랐다. 하지만 아트인사이트에 글을 기고하면서 ‘글쓰기로 돈벌이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이유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2년 반 동안 준비한 PD를 뒤로하고 한 달 만에 글 쓰는 직무에 합격했다. 만족도는 99.9%!

 

 


나, 끈기 부족하지 않아!



끈기가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지 못한 것이었다. ‘패션 디자이너’, ‘작가’, ‘PD’ 등은 나라는 사람에게 맞지 않는 일이었던 것이다. 나는 ‘끈기’가 부족한 사람이 아닌, 내가 사랑하고 역량을 백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끈기는 내 단점이 아니었다.


2021년을 앞두고 나는 ‘폴리매스’가 되고 싶다.

 

 

폴리매스 :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영역에서 출중한 재능을 발휘하며 방대하고 종합적인 사고와 방법론을 지닌 사람 - 책 <폴리매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지만, 아직도 더 공부하고, 경험하고,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 ‘끈기’ 없는 사람이 아닌,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2021년을 앞두고. 솔직한 나의 이야기다.

 

 

[신재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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