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사용자가 아니라 상품이라고? - 소셜 딜레마 [영화]

글 입력 2020.12.2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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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IT계 인사들이 말하는 소셜미디어의 그림자



’소셜 딜레마‘는 2020년 9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화다. 다큐와 드라마를 합친 신선한 방식의 영화로, 스토리텔링을 통해 현상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영화는 실리콘 밸리의 심장과도 같은 기업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의 인터뷰로 이루어진다. 이들은 전부 구글,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등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주요 인사들이었다. 한때 누구보다 기술의 발전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왜 갑자기 내부고발에 가까운 경고를 보내는 것일까?

 

오히려 소셜미디어의 사용자보다, 개발자의 입장으로서 누구보다 가까이서 바라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이미 소셜미디어의 동전과도 같은 양면성을 눈치챘다. 그리고 이 사실을 사용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기꺼이 진솔하게 소셜미디어의 뒷면에 대해 파헤친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터뷰이들은 인스타그램 초창기 직원, 전 핀터레스트 회장이자 전 페이스북의 수익 창출 이사, 페이스북 좋아요 버튼 공동 개발자, 트위터 엔지니어 파트 수석 부사장 등이다. 그중 가장 시선을 끌었던 사람은 ‘실리콘 밸리의 양심’으로 불린다는 구글의 윤리 디자이너 Tristan Harris이다.

 

윤리 디자이너라는 생소한 직업은 이공계로 가득한 IT 산업에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 IT 산업계에서 오히려 윤리가 중요한 덕목으로 작용해 문제 현상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구글의 시도가 매우 참신하다고 느꼈다.

 



광고의 장이 되어버린 소통의 도구



SNS의 초기 목적은 소통의 도구였다. 페이스북은 멀리 있어도 서로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상상하며 탄생했다. 실제로 초창기엔 잃어버린 가족이나 친구를 찾는 용도로 쓰였고, 장기기증자를 구하기는 글이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는 명백한 이익 집단으로, 비즈니스 수익을 창출해야 하므로 딜레마가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는 SNS 앱을 설치할 때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이렇게 편리하고 볼거리가 많은 앱을 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지 않은가? IT 업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이 있다.


 

"상품의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네가 상품이다."

 


SNS의 고객은 사용자가 아니다. 진정한 고객은 돈을 지불하는 광고주이다. 광고주들에게 사용자를 노출시키고 돈을 버는 구조다. 그러므로 팔리는 건 바로 개개인의 사용자가 된다는 말이다.

 

점점 더 많아지는 광고나 허위 사실에 지친 사용자들이 대거 이동한 인스타그램도 페이스북 화 되는 추세다. 이전보다 광고가 많아져 유튜브 프리미엄이라는 광고 제거 기능 권을 내놓은 유튜브에선 유튜버가 제품을 협찬받거나 광고비를 받고 영상에 물건을 출연시키는 새로운 유료 광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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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SNS는 사용자를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이 앱에 할애하게 할 것인지, 또 얼마나 더 많은 광고에 노출시킬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소셜미디어는 내가 흥미를 느낄 법한 게시물과 광고를 골라 눈앞에 제시한다.

 

전 핀터레스트 회장은 회사에서 종일 일에 시달리면서 집에 와서도 핀터레스트를 놓지 못하며 가정에 소홀한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소름이 끼쳤다고 말하기도 했다. 앱의 개발자마저 중독될 정도로 빅데이터는 사용자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급증하는 가짜뉴스와 양극화 조장



‘소셜 딜레마’에서는 대체 왜 이렇게 사회가 양극화되는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나눈다. 소셜 미디어가 우리를 점점 더 그렇게 치닫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짜뉴스를 단지 가볍고 웃기는 루머로 소비하기엔 문제가 있다. 실제로 가짜 뉴스는 매번 늘어나고 있으며 2020년 코로나 19의 타격 이후로 더욱 급증했다. 조작된 사망자 소식, 정부의 음모론, 백신 관련 등 하루에도 수많은 가짜뉴스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짜뉴스들은 대개 높은 조회 수를 위해 클릭을 필요로 하며,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사용자는 가짜뉴스에 현혹되기 쉽다. 트위터에서 가짜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3배나 빠른 속도로 퍼진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할 정도다.

 

 

소셜미디어는

사용되길 기다리는 도구가 아닙니다.

 

그만의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달성하려고 합니다.

당신의 심리를 역이용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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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가 무서운 점은 인간에게 설득이 가능한, 더 나아가 선동이 가능한 도구라는 것이다. 여태껏 인간이 만든 도구는 사용되지 않을 땐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는 우리가 사용하지 않을 때도 컴퓨터의 능력으로 끊임없이 작동하고 있다.

 

그렇게 소셜미디어는 거대한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해 사용자마다 다른 연관 검색어, 영상, 광고 등의 정보를 선별해 제공한다. 내가 좋아할 만한 것, 클릭할 만한 게시물을 띄우는 것이다. A와 B의 페이스북 친구 목록이 거의 겹친다고 하더라도 서로의 피드에 뜨는 게시물은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다. 이것이 바로 알고리즘의 편리하면서도 위험한 점이다.


소셜미디어는 가짜뉴스를 믿을만한 누군가에게 가짜뉴스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소셜미디어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 내가 좋아하는 사진, 정치적 방향, 심지어 게시물을 몇 초 동안 보았는지도 모두 알고 있다. 그리고 빅데이터를 토대로 그에 편향된 게시물을 계속 추천한다.

 

가짜뉴스를 믿는 세력이 커지게 하는 것쯤은 소셜미디어를 다루는 그들에게 식은 죽 먹기다. 이 엄청난 도구가 독재자나 테러 단체의 손에 들어간다고 가정해본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지 않으려면



어쩌면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세대는 우리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우리 다음 세대는 상상하면 바로 실현되는 가상의 세계가 있을 테니까. 우리의 선택을 기계가 대신해주는 것에 익숙해진다면, 언젠가는 조작된 정보를 전혀 걸러내지 못하고 전부 믿어버릴 수도 있다는 걸.


우리가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않고 소셜미디어에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가장 극단적인 방법으로는 소셜미디어를 끊는 것이다. 만약 당장 끊을 수 없다면 서서히 줄여가도록 노력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어그로성 게시물’은 아예 클릭조차도 하지 않는 게 좋다.

 

알고리즘의 추천보다는 내가 직접 선택해 고르는 방식으로 영상을 보고,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팔로우하는 방법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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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와 매우 밀접한 현대인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끔 하는 다큐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껏 소셜미디어가 나쁘다고만 늘어놓은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진 않다. 소셜미디어가 유토피아인 동시에 디스토피아이기 때문에 그렇다. 소셜미디어의 발전 과정에서 과도기에 놓여있는 지금 시점에서 우리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소셜 딜레마’의 인터뷰이들은 인간이 만들어냈기에, 결국 인간만이 소셜미디어의 본래 역할을 다시 되돌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내비친다.

 

소셜미디어에 지배당하지 않으며 상생하는 법에 대해 진중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93분의 다큐멘터리였다.

 

 

[임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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