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효율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던 이야기 [사람]

한 해를 돌아보며
글 입력 2020.12.14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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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 학교에서 6개의 수업을 들었다. 별로 듣고 싶지 않아도 필수과목이라서 혹은 학점을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듣는 수업도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 수강 신청 전에 수업계획서를 읽어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혹은 관련 지식을 얻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신청한 것들이다.


비대면 수업은 참 특이하다. 작년 겨울 코로나가 발발하고 대학에서 비대면 수업이 확정될 때만 해도 나는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서 편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자못 기뻤었다. 통학 시간만 해도 왕복 4시간이 걸리는 나는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된 덕분에 아침 일찍 눈을 뜨지 않아도 되었고, 길에서 낭비하는 시간들을 절약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완전한 자유가 보장된 환경에서 수업을 듣는 비대면 수업이 대면으로 수업을 들을 때에 비해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나한테는 적용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내성적인 나는 오히려 대면 수업을 들을 때보다 비대면 수업을 들을 때 수업 내용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대면 수업을 들을 때 나도 모르게 같은 수업을 듣는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거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다면, 비대면 수업을 들을 때는 제일 익숙하고 편안한 집이라는 환경에서 오로지 화면 속 교수님의 말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집중력이 올라감에 따라 학습 효율도 좋아져서, 얼마 안 걸릴 과제를 지지부진하게 끌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줄었다. 데드라인이 넉넉하게 남은 과제도 생각보다 빨리 끝낼 수 있었고 남는 시간에 취미 생활을 하거나 하고 싶은 일을 했다. 규칙적으로 수업을 듣고, 효율적으로 과제를 하는. 그것이 지난 1학기 나의 모습이었다.


덕분에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마음 먹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공부가 잘 되었고, 그 결과 나는 사상 최고의 학점을 받고 장학금까지 받았다. 크다면 큰 수확을 얻은 것이다. 물론 절대평가로 인해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점을 잘 받긴 했지만 가시적인 결과뿐만 아니라 내 스스로도 한 학기 동안 수업에서 배운 내용들을 대부분 이해하고 흡수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지난 학기는 내게 의미가 컸다. 배움의 기쁨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2학기를 맞았고, 나는 1학기 때처럼 좋은 성적을 받고 싶어 학업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특히 ‘효율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지는 수업의 과제는 빨리 끝낸 뒤에 다른 수업의 과제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읽어와야 하는 자료를 한 번 더 들여다봤다.


나는 본래 게으르지만 완벽주의 기질이 있는 모순적인 사람이다. 철두철미하게 시간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그 안에 끝내는 것에는 자신이 없지만, 마음먹고 시작한 일에 한해서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때까지 힘을 쏟는다. 그러다 보니 내가 어떤 과제에 대해 좋은 점수를 받거나 잘했다는 평가를 들었을 때는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깊이 고민하려 애쓴 결과일 때가 많았다.


하지만 시간은 한정적이다. 학교수업도 듣고 대외활동도 하고 자격증도 따야 하는 한국의 대학생들은 끊임없이 효율적인 사람이 될 것을 강요받는다. 그리고 나 역시 비대면 수업이라는 상황에서 비교적 여유롭게 과제를 하면서도 계속해서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으며 스스로를 다그쳤다. 하나의 일을 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남들보다 조금 더 고민해보고 조금 더 찾아보려 했던 내가 효율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동경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는 잘못된 동경이었다.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자는 무의식적인 강박은 나를 옭아맸고, 집중력을 흩트려놓았다. 그 덕에 원래 느리더라도 차분하게 계획을 세워서 과제를 완성했던 나는 시작도 전에 그만 스트레스를 받고 과제에 쏟아야 할 힘을 다 써버리기 일쑤였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과제는 더 많은 시간을 들였음에도 읽어보면 알맹이는 없고 그저 지리멸렬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당장 다음 주에 시험이고, 시험이 끝나면 종강인데, 지금 나는 마무리하지 못한 몇 개의 큰 과제들이 남았고, 시험공부도 충분히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번 학기의 결과가 지난 학기만큼 좋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효율적으로 공부하고자 했던 나는 스스로에게 정직하지 못했으며 편한 길만 찾으려 했고, 학기 말에 와서야 그것이 어리석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지만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으니 이 또한 이번 학기의 수확이라고 하면 수확이다. 비대면으로 시작해 비대면으로 끝난 2020년이었지만, 글을 쓰며 돌아보니 낯선 상황 속에서의 새로운 경험들은 그것 그대로 내게 또 다른 깨달음의 계기들을 마련해주었고 22살의 나는 코로나 속에서 마냥 정체돼 있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은, 2020년을 끝까지 잘 마무리하기 위해 이만 시험공부를 하러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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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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