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싱어게인, 다시 노래하다 [TV/예능]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프로그램
글 입력 2020.12.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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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송 이후 매주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티비만 틀면 나오는 트로트의 홍수 속에 조금 피로감을 느낄 무렵 나온 반가운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이다. 그러나 이는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과도 사뭇 다르다. 우선 프로그램의 소개는 이렇다.


세상이 미처 알아보지 못한 재야의 실력자, 한땐 잘 나갔지만 지금은 잊힌 비운의 가수 등 ‘한 번 더’ 기회가 필요한 가수들이 대중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신 개념 리부팅 오디션 프로그램

 

수없이 많은 실력 있는 가수들 사이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재능 있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기회가 동등하지는 않다. 이 프로그램은 무명가수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부여한다.

 

이 점이 타 오디션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부여한다. 다시 한 번 도전한다는 점 자체는 그들의 간절함을 돋보이게 하고, 참가자의 서사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한다.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열정이 항상 감동을 주는 것처럼 그렇다. 그리고 이 차별성이 갖는 가장 큰 강점은 실력이 검증된 프로 가수들이 출연한다는 점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초반에서 필히 겪어야할 그저 그런 참가자들의 나열은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주기 마련이다. 하지만 싱어게인 가수들의 노련함은 그 첫 번째 라운드에서부터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가수들의 노련함은 심사위원의 역할마저 바꿨다. ‘싱어게인’의 심사위원들은 타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독설을 쏟아내지 않는다. 그들은 노래를 완전히 즐기며 몰입하고, 독설가라기보다는 감상자에 가까운 역할을 한다. 그들의 심사평은 때로는 꼭 필요한 조언이고, 감상평이며, 위로다.


mc 이승기의 역할도 눈에 띈다. 대단한 무대에는 진심어린 감탄을, 감동적인 무대에는 눈물을 보이며, 코로나로 없는 방청객들의 빈자리를 대신한다. 또한 mc인 동시에 선배 가수의 포지션에서,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고 긴장한 가수를 다독여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새롭다.


이러한 ‘싱어게인’이 갖는 차별점들은 우리가 기존 오디션에서 느껴왔던 경쟁구도에서 벗어나 좀 더 편안한 감상을 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는 가수를 존중하는 편집도 한몫했다. 노래를 여러 번 끊어내며 쓸데없는 반복을 하는 구간은 거의 없다. 참가자의 실수를 여러 번 재생하지도 않고, 심사위원들의 표정을 한참동안 비추지도 않는다. 우리는 오로지 음악에, 그리고 무대 위 가수에 집중한다.

 

자극적이지 않아 노래하는 이와 듣는 이 모두가 편안한, 실력이 좋아 들을 맛까지 나는 예능. 이 편안함이 시청자들을 빠르게 끌어당기는 이유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 중 인상 깊었던 무대 몇 개를 소개한다.

 

 

 

63호 – 누구 없소



 

 

이미 ‘서울예대 복도 기타’로 유튜브에서 꽤 관심을 모았던 63호의 무대다. 63호는 1회 최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조회수 900만과 함께 한 번 더 유튜브 무대까지 접수한다.

 

화려한 기타연주로 기선을 제압한 후에, '여보세요' 첫 마디를 내뱉자마자 환호성이 쏟아진다. 그 특유의 음색과 사람을 몰입하게 하는 면모에서 타고난 예술가의 기질이 느껴진다.

 

반짝이는 눈빛을 가진 63호는 자신을 노란신호등에 비유했다. 빨간색과 푸른색 사이에서, 자기 자리조차 없지만 짧은 시간을 빛내고 사라지는 노란 신호등이 자신과 닮았다고 했다. 하지만 노란신호등이 그 3초를 빛내기 위해 긴 밤을 깜박이며 지새웠을 거라는 어느 영상의 댓글이 생각난다.


 

 

위 올 하이 (47호, 55호) – 오늘 하루


 

 

 

전주만 들어도 바로 아는 곡들을 가진 이들. 반면에 이들이 누구인지는 다들 잘 모른다. 곡보다 사랑받고 싶다고 얘기하던 ost팀의 무대였다.


무대는 사람이 사람에게 미치는 대단한 긍정적 효과를 보여준다. 1라운드, 무대 공포증으로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47호가 2라운드에서 55호를 만났다. 55호의 자신감과 따스한 기운은 47호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같이 올라가자는 의미를 담은 그 팀명처럼.


둘의 실력도 대단했다. 의외의 편곡과 둘의 하모니는 마치 아름다운 세이렌의 목소리 같았고, 심사위원 김종진님의 말처럼 마치 오로라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10호 – 비상


 

 

 

‘이제는 웃고 싶은 가수’로 자신을 소개한 10호 가수. 몇 년 전 사고 이후 멤버를 잃고 3인조 그룹으로 활동해야 했던 레이디스 코드의 멤버다. 그날 이후 10호가 마주해야 했던 안타까움이 담긴 시선들은 10호를 작은 새장에 가뒀다.


이젠 세상에 나갈 수 있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줄 거야

그동안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다시 새롭게 시작할거야

더 이상 아무것도 피하지 않아

이 세상 견뎌낼 그 힘이 되어줄거야

힘겨웠던 방황은


가사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10호의 말처럼 느껴져, 온 힘을 다해 부르는 그 목소리가 감동을 준다. 노래의 가사처럼 이 무대가 10호가 세상 밖으로 나가는 첫 번째 발걸음이 되었으면 한다.

 

 

 

56호 - 태양계


 


 

짙은 감정 선과 노래에 온전히 집중하는 모습이 금세 나를 사로잡아 도대체 이 가수가 누구인지 찾아보게 만들었다.

 

다린, 인디씬에서는 이미 꽤 유명한 가수였다. 이름 없이 번호를 부여하고, 누군가는 그들의 목소리에 감동해 검색해 보는 과정. 그 자체가 무명 참가자들이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 이라고 느껴진다.


이 가수의 존재를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프로그램이었다.


오랜만에 다음 주가 기다려지는 예능이다.

 

 

[신지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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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우은비
    • 요즘 유튜브를 통해 싱어게인 즐겨보는데 이렇게 좋은 취지와 의미를 담고 있는 프로그램이 지금까지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더라고요. 그만큼 묻혀 계시던 다양한 재능인들을 다시 발굴하고 날아오르도록 날개를 달아주는 프로그램같습니다. 그만큼 앞으로 더더욱 잘되면 좋겠네요.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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