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라는 창 [영화]

당신이 영화를 들여다볼 때, 영화도 당신을 들여다본다
글 입력 2020.12.0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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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세상의 창이라는 말이 있다. 영화에는 그 시공간의 역사와 문화가 모두 반영되고, 그렇기에 세상과 영화는 결코 별개의 것으로 분리될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나는 이 문장과 관련해 조금 다른 생각이 든다. 영화는 세상의 창일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창이기도 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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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비단 영화만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우선은 내가 가장 자주 접하는 문화예술이 영화이기에 영화를 중심으로 얘기해 보고자 한다.

 

최근 들어 나는 사람마다 영화를 볼 때 집중하는 부분이 다 다르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얼마 전 <양들의 침묵>을 함께 본 친구는 렉터가 하는 말과 행동의 의도를 궁금해했고 나는 렉터의 말에 반응하는 스털링의 생각이 궁금했다.

 

친구는 렉터가 절대적인 존재처럼 느껴졌다고 말했고, 나는 렉터를 스털링이라는 주인공에게 있어 선과 악의 경계를 넘어선 스승이자 조력자처럼 느꼈다. 이것은 우연보다는 확실히 개인의 가치관과 취향에서 비롯된 차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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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차이의 반영은 영화를 보는 행위 이전에, 볼 영화를 선택하는 행위에서부터 시작된다.

 

같은 ‘사랑’을 다룬 영화들이라도 어떤 사람은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를, 어떤 사람은 구질구질한 멜로 영화를 좋아한다. 세상은 충분히 살아가기 힘든 곳이라는 이유로 누군가는 살기 힘든 세상을 그린 영화를, 누군가는 삶의 소소한 행복을 그리는 영화를 찾는다.


그러니까 어쩌면 우리 모두는 영화를 볼 때 덧씌우는 나만의 온전한 필터가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것은 처음부터 우리의 내면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문화예술의 체험을 통해 탄생하고, 끊임없이 변형된다.

 

이렇게 나만의 필터가 변하는 계기를 문화예술의 체험이라고 한다면, 결국 우리의 필터는 그 필터에 따라 선택한 영화를 감상하는 와중에도 조용히 변화해 우리에게 내면화된다는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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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결국 어떤 영화를 보고 집중하는 행위는, 그 영화에 투영된 나를 재창조하고 만나는 행위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세상의 창'이라고 흔히 불리는 영화를 보는 행위가 사실은, 어쩌면, 자기중심적 행위로 볼 수도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이런 생각을 하며 영화를 보다 보면, 나뿐만 아니라 영화도 나를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넌 어떤 영화냐고 묻고 나름의 답을 얻어가는 나를 들여다보며, 넌 이렇게 생각했구나, 하고 영화 역시 나를 관찰하는 이차원의 개체처럼 느껴진다.


니체는 당신이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도 당신을 들여다본다고 말했다. '영화 감상'이라는 행위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이 영화를 들여다 볼 때, 영화도 당신을 들여다본다.

 

 

[김현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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