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너무 많은 목소리들의 시대 [사람]

글 입력 2020.12.0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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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5일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다소 황당한 배달 리뷰들을 읽는 내용이 방영되었다. 소비자의 주문 실수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이유로 불만을 표시하거나, 자신이 메뉴명을 착각했다는 이유로 낮은 평점을 주기도 했다. 이러한 리뷰들은 방송을 타기 전부터 SNS를 중심으로 퍼지며 화제가 되었다.

 

최근 많이 사용되는 배달 애플리케이션들의 특성상, 낮은 평점은 그 이유와 큰 관계없이 가게 전체 평점에 영향을 미친다. 납득하기 어려운 리뷰에도 어찌할 도리 없이 발만 동동 굴러야 하는 이유이다.

 

비단 음식점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인터넷 안에는 수많은 구매와 리뷰를 위한 플랫폼이 가득하다. 대부분의 브랜드나 기관들이 SNS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하고 리뷰창이나 댓글 창에 그에 대한 의견을 남기는 것은 이제 아주 자연스러운 행위가 되었다.

 

좋은 서비스, 양심적인 운영은 이러한 과정에서 손쉽게 입소문을 타기도 한다. 반대로 만족스럽지 않은 서비스와 잘못된 운영은 리뷰를 통해 빠르게 걸러지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 역시 이전보다 손쉽게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목소리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양상은 다양해지며 예상치 못한 문제를 낳기도 한다.

 

 

 

리뷰의 순기능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주문을 하고 구매를 결정하게 되면서, 리뷰는 오랫동안 중요한 기능을 수행해왔다. 구매하려는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한 어떠한 직간접적인 경험도 없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소비자들에게 리뷰는 유용한 존재였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고민하고 주저하는 소비자들을 쉽게 독려할 수 있는 장치였다. 수많은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서 적립금 같은 것들을 쥐여주며 리뷰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이유 역시 여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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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는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 혹은 콘텐츠처럼 이용되기도 한다. 이를 잘 활용한 대표적인 예시가 ‘왓챠 플레이‘일 것이다. 콘텐츠를 시청한 사람들이 활발하게 남긴 리뷰들은 다른 이용자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무수히 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는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도 우리는 애써 시행착오를 거칠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들이 먼저 거친 시행착오들을 통해 예견된 실패들은 먼저 걸러낼 수 있다. 리뷰는 결정까지에 이르는 긴긴 시간들을 손쉽게, 또 흥미롭게 단축시켜준다.

 

 

 

권리 또는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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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소비자들은 구매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생기면, 판매자에게 직접 항의해야 했다. 물론 얼굴을 보고, 혹은 전화로 자신의 불만을 제기하는 방법은 편치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피드백은 여기에서 증발했을 것이다. 보다 소극적인 방법으로는 다시 같은 서비스나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 안에서 구매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럽게 도태된다.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이렇듯 오랜 시간을 걸쳐 판매 수량이나 이용률 같은 결과로 전달되었다. 판매자는 더 이상 자신의 상품을 구매하고 이용하지 않는 고객들을 보고 문제를 파악하고 피드백을 전달받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모든 의견들은 직접 전달된다. 주로 익명을 통해, 혹은 텍스트의 형식으로 표현되는 만큼 보다 직설적이고 솔직하다. 문제는 빠르게 전달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편리하다. 빨라진 시대의 속도에 맞게 판매자 입장에서도 빠른 변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피드백이란 이름 아래 모든 이용자는 동일한 영향력을 가진다. 이것이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 될 것이다. 한두사람의 악의 섞인 목소리도, 다른 이성적이고 납득 가능한 목소리들과 동일한 힘을 가지기 때문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예시로 든다면, 납득할 수 없는 리뷰의 ‘별점 테러‘ 역시 다른 평범한 리뷰와 같은 몫으로 해당 점포에 영향을 미친다.

 

글을 작성한 사람의 신뢰성은 평가되지 않는다. 결국 신뢰성을 평가하고 무엇을 결정에 고려할 것인지는 또다시 소비자의 몫이다. 그러나 하나의 가게가 그저 별점 한 줄로 평가되는 그 안에서, 그런 것들이 얼마나 가능할 것인가.

 

 

 

리뷰를 둘러싼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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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우리는 리뷰가 필요하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모든 것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지는 시점에서, 리뷰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더해지면 더해지지 덜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표출하고 나누는 것은 건강한 일이다. 누구나 의견을 낼 권리가 있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서비스와 상품들은 이러한 목소리를 통해 발전해왔다. 어쩌면 리뷰라는 이 몇 줄의 글들은, 그 발전의 속도를 앞당겨줄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리뷰 시스템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다. ‘요즘의‘ 리뷰 시스템의 문제인 것도 아니다. 예전부터 리뷰를 둘러싼 문제들은 존재했고, 그것은 이를 활용하는 태도에 달려있었다. 예전에는 주로 리뷰를 광고로 활용하는 비양심적인 행동들이 문제가 되었다면, 최근의 문제는 이를 일종의 갑질 수단으로 활용하는 일부 소비자들의 행위가 문제인 것이다.

 

모든 것을 그저 올바르게 이용해 주길 바라는 기대에 맡길 수만은 없다면,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제재가 필요하다. 다행히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에서는 신뢰도 있는 리뷰 시스템을 위한 제도들이 시도되고 있는 것 같다. 허위 리뷰를 모니터링하고 악의적인 리뷰들을 신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소비자와 판매자, 양측을 모두 보호하기 위한 이러한 조치들은 리뷰의 힘이 강력해질수록 더욱 필요하고 중요해질 것이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이 사회를 더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서, 편리함과 현실 사이의 간극에 대한 보다 많은 논의들이 필요함을 떠올린다. 편리함 못지않게 중요한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박경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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