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두고두고 읽어야 할 인생의 지침서 - 인생에 대하여

글 입력 2020.12.0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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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랬다. 방황한 자들의 고백은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기 좋은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방황을 통해 터득한 삶의 의미를 전파하는 과정, 사람들은 그들의 고백에 진실성을 느낀다. 방황한 탕자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이유는 뭘까. 나는 그들이 우리와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은 물리적 개체의 의미로써 쓰인 것이 아닌 한없이 평범하고 완벽하지 않은 연약한 존재를 뜻한다. 톨스토이가 그러했고, 돌아온 탕자가 그러했듯 자신의 밑바닥을 드러낸 완벽하지 않은 사람의 참회록은 그와 같이 불완전한 모든 존재에게 위로를 전한다. 누군가의 간증과 기도문이 계속해서 회자되는 것은 바로 그 이유에서 온다고 느낀다.

 

톨스토이의 책이 오늘까지도 읽히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생전에 수많은 방황을 삼았던 그의 글엔 세상의 모순을 파헤치고 그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려는 모습이 돋보인다. 자신의 결핍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자신의 인생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바로 첫 단계이며, 나약한 자신과 생을 이해하는 겸손함을 기반으로 하여 이 책은 삶을 어떤 자세로 수행해야 하는지 심도 있게 성찰한다.


이 책은 방황하는 수행자들에게 전하는 하나의 지침서다. 특히 동물적 개체로서 하루를 살아가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충고이며, 반면에 동물적 개체성을 이성적 의식에 복종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찬사이기도 하다. 결핍을 가진 인간으로서 장대한 모험을 거쳐왔던 톨스토이가 전달하는 생생한 증언인 이 책은 인생에 대해 장대한 설명을 하기에 앞서 우리가 부르는 '인생'의 의미가 얼마나 닫혀있는지에 대해 비판하며 그 정의를 다시금 되짚어보고자 한다.

 

육체적 개체가 발을 땅에 내디디고 움직이는 것이 인생이 아닌, 이성적 개체의 움직임을 통해 깨닫게 되는 의미를 인생으로 정의하는 것이다. 따라서 육체적 개체가 죽고 난 뒤에 모든 인생이 소멸하는 것이 아닌, 한 개인의 이성적 인생이 그와 관여된 자들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죽어도 죽지 아니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렇듯 그가 인생을 정의함을 토대로, 톨스토이는 주어진 인생 속에서 어떤 태도로 자아를 길들일 것인지 끊임없이 추궁한다. 이성적 개체를 가진 인간은 어떻게 사랑해야 하고, 어떻게 죽음을 바라봐야 할지, 생명의 탄생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으로서 겪게 되는 본질적인 두려움과 감정을 지혜롭게 거쳐 갈 방법을 말한다.

 

 

"씨앗은 일정한 조건에서 식물로 자라고, 식물에는 꽃이 피고, 꽃은 열매를 맺는데, 그 열매는 곧 씨앗이 된다. 우리는 이 모든 생명의 순환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성적 의식의 성장에 대해서는 우리가 시간 속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없고, 그 순환과정도 알 수가 없다. 우리가 이성적 의식의 성장과 순환을 볼 수가 없는 것은 우리들이 직접 그 과정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생명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의 탄생과 같이 우리 내부에서 태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그것을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책을 완전히 이해하기엔 내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안다. 오히려 한 번의 독서만으로 이 책을 통달한 사람이 있는지 되려 묻고 싶다. 의미를 단번에 잡지 못할 단어들이 흩어져 있어 경전이나 철학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쉽지 않은 도전일지도 모른다.

 

책은 그들을 위해 수많은 비유법을 차용해 의미를 한층 더 풍부하게 전달하며 동시에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장을 계속해서 넘길 수 있었던 이유였다. 한사코 책장을 넘기다 보면, 누군가의 닳고 닳은 성경책처럼 어떤 태도로 삶을 바라봐야 할지 알 척이 없을 때 꺼내 읽을 수 있다면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었다. 두고두고 읽어야 할 인생의 지침서라는 문장으로 이 책을 정리한 이유를 조금은 알았으면 한다.

 

 

"인간은 자신에게 날개가 있어 심연 위로 날아오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 날개가 없다면 그는 결코 저 높은 곳으로 오를 수 없고 심연의 존재를 바라볼 수조차 없다. 인간은 자신의 날개를 믿고 그것이 이끌어주는 곳으로 날아올라야 한다."

 

 

책은 따뜻하지 않다. 그래도 좋다. 인생과 삶을 좁은 의미로 정해두고 그 의미를 오역하는 자들에게 꾸짖는 일갈은 나에게도 주는 어떠한 깨달음이 있기 때문이다. 나도 삶의 의미를 오역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리고 250페이지가 넘는 이 책에서 나는 이 문장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결핍 있는 존재에게서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일하게 따뜻했다.

 

현대인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자기성찰이라고 생각할 때가 잦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정비하고 개선할 것도 없이, 거울 앞에 서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음을 꿰뚫는 것이 어렵지 않다. 비윤리적인 사회적 문제들이 쏟아져나오는 것도 그 시작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어떤 관점에서든 인간은 결핍적인 존재다. 부족하기에 더 부족해질 것도 없이 덜 부족해져야 할 필요를 느낀다. 성찰의 반복이 결핍을 채워줄 것이리라 믿으며, 어디에서부터 시작해 자신을 성찰해야 할 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이 문장을 선물해 주고 싶다. 자신만의 날개를 돋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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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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