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코로나 시대는 끝났다. [사람]

글 입력 2020.12.01 00:5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작년 이맘때 즈음, 중국 우한에서 신종 바이러스가 탄생했다. 먼 나라 이야기라 생각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야 과거 신종플루와 메르스 때에도 잘 이겨냈으니까 말이다. 그 당시에는 학생이라서 크게 체감하지 못했다는 이유도 있다. 그만큼 바이러스에 무신경했다.


그때는 몰랐다. 정말 영화처럼 '역병'이 될 줄이야.

 

 


1. 일상의 변화


 

연초만 하더라도 코로나 19를 신경 쓰지 않았다. 평소처럼 여행도 다니고 해외도 다니고, 무엇보다 확진자가 적었고 증상도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엄청난 수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몇 명 나오지 않았던 탓도 있다. 정말 먼 나라 이야기처럼 말이다.


증상에 대해서는 종종 들려왔다. 건강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병원 신세를 지기도 하고, 지병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악화되어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둔다는 등의 이야기들이다. 유튜브가 차단된 중국이기에 내부 사정을 밖에서 알기란 더욱 힘든 일이기도 했기 때문에 자극적인 내용의 루머는 끊임없이 생산되었다. 종종 유튜브에 중국의 실상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올 때면 초췌한 사람이 다급하게 실상을 알리고 도시의 황폐함을 보여주며 영상을 마친다. 이후의 소식은 없다. 때문에 루머와 공포가 확산되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20년 2월, 우리나라에도 코로나 19의 공포가 실현되었다. 31번 확진자의 등장과 함께 대한민국의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암암리에 존재하던 신천지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고 하루 두 자릿수였던 확진자가 세 자리로 늘어났다. 그동안 강원도에 살아서 안전하겠거니 생각했던 내 삶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청정강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다는 점을 어필하던 강원지역에서도 확진자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효과는 굉장했다. 도로는 한산해지고 시내는 텅텅 비었다. 군인과 공무원이 주를 이루는 지역이기에 하루아침에 일어난 변화를 체감하기에 충분했다.

 

 

_upload_mwEditor_202008_1598398708487_20200826083828.jpg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도 쓰지 않던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한 장에 500원 1000원 하던 마스크는 없어서 못 사는 지경이 되어버렸고, 물량이 풀려도 개당 4000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중국이 마비되면서 생산공장도 멈춰버리는 바람에 생각보다 많은 물건들이 절차상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전자제품 부품을 주문하려 했더니 중국 공장이 멈춰버리는 바람에 무기한 품절이 되어버린 경험도 있다. 미세먼지와 스모그가 가득해 앞이 안 보이는 시대에 들어서야 마스크를 쓰고 다닐 줄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나 빠르게 마스크를 하루 종일 쓰고 다니는 세상이 올 줄이야.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운동도 생겼다.

 

비말이 튀는 거리를 감안하여 서로의 간격을 2m로 두고 생활하는 운동이다. 이 운동은 우리 사회에 가장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카페에서도 식당에서도 개인 간격을 2m 유지해야 하며 영화관에서도 좌석 간 띄어앉기를 해야 한다. 사실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례를 살펴보면 거리를 두더라도 공기 중 전파로 띄어 앉은 거리쯤은 가볍게 넘어버리기 때문이다. 에어컨이나 히터를 통해 전파되기도 하고 말이다.

 

영화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밀폐된 공간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모두가 정면을 바라보고 좌우 간격만 띄워둔다 해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서 앞사람에게는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게다가 혼자 보러 오지 않는 이상 영화관에 있는 모두가 가족, 친구, 연인 등으로 연관관계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영화관 내에서도, 밖에서도 동일한 환경을 가진 채 생활한다. 카페나 식당도 마찬가지.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야 낫기에 최소한의 수칙은 지켜보기로 한다.

 

 


2. 문화의 붕괴


 

문화생활하면 떠올리는 활동에는 뭐가 있을까. 영화, 공연, 연극, 전시회 등등 떠오르는 활동들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활동의 공통점은 '실내'에서 '불특정 다수'와 '밀접하게 접촉'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코로나 방역수칙을 정확하게 피해 가는 활동들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와 만난다는 사실 하나로도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어있는데, 호흡기 질환인 코로나 19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이 없다. 때문에 대규모 확산을 기점으로 문화예술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관객 수 제한으로 점차 조여지다 2단계 격상으로 완전 폐관, 이후 코로나 상황이 완화되어도 위험하다는 사실이 대중들에게 각인되어 문화예술을 찾는 사람은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_upload_mwEditor_202002_1582624925760_20200225190205.png

 

 

나는 영화를 매우 좋아한다. 커다란 스크린과 빵빵한 스피커로 영상을 감상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 속 세상에서 함께 움직이는 것만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으로 영화관이 문을 닫기 전까지는 꾸준하게 영화관을 방문했다. 어차피 혼영을 즐기기도 했고 오전, 오후 시간대에 주로 방문했기 때문에 사람도 얼마 없었다. 오히려 여유로운 좌석에 쾌적하게 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영화를 즐겼다.


그러나 나만 아무렇지 않게 여겨도 어른들의 사정은 녹록지 않았나 보다. 점차 개봉하는 영화의 수도 줄어들고 계봉 예정이었던 영화들이 하나둘 연기되고 말았다. 보통 짧으면 2주, 길면 한 달 간격으로 사이클이 도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영화가 다양해지지 않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적은 영화 수에 바뀌지 않는 영화들로 인해 서서히 흥미를 잃어갔다. 그렇게 2단계 격상. 영화관은 문을 닫았다.


그렇다면 실내에서 이뤄지는 문화예술활동에서만 제약이 있었느냐.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페스티벌이다.


보통 4월에 재즈 페스티벌부터 시작해 11월까지 한 달에 한 번 꼴로 열리던 페스티벌이 올해는 한 개도 열리지 못했다. 더군다나 이제 막 탄력 받고 성장해가고 있던 시기라서 아쉬움은 더 크다. 주최 측은 일 년 동안 준비해서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을 준비한다. 그렇기에 한 번의 개최 실패는 크나큰 타격을 불러일으킨다. 처음에는 늦어도 9월에는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렇기에 상반기에 열리는 많은 페스티벌이 하반기를 기대하며 취소보다는 연기로 대응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상반기와 맞먹는 대규모 확산으로 결국 페스티벌은 밀고 당기는 일정과 피로감만 얻은 채 참담하게 스러져갔다.

 

 

 

3. 그럼에도 적응하는

 

이제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뭔가 불안하다.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그런 느낌?  오히려 겨울이 되니까 방한도구 역할도 톡톡히 한다. 미세먼지 영향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고 손 씻기와 방역을 철저히 하는 덕에 한 번씩 꼭 걸리는 감기도 걸리지 않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부모님과도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 내년이면 독립할 예정이기에 지금 이 시간은 정말 감사하고 소중했다.


마스크가 필수품이 되면서 이에 걸맞은 제품들이 생겼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마스크 목걸이'이다. 마스크를 쓰고 벗을 줄만 알았지 목에 걸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심지어 알록달록 다양한 색상에 끈, 메탈, 체인처럼 재질도 다양하다. 패션 아이템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스크 소독 스프레이도 나오고 살균기까지 나왔다. 이제는 운동하기 편하게 마스크 안에 끼는 프레임까지 판매가 되고 있다.


배달업체도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 주로 업장에서 함께 배달하거나 배달대행업체와 연계해 기사님들을 모셨다면 이제는 더 규모가 큰 배달대행업체가 생겨나 시스템을 만들고 홍보해 업주와 배달기사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고 있다. 또한 배달하리라 생각도 못했던 음식이 배달을 시작하고 1인 가구 증가에 맞춰 다양한 배달 음식들이 개발되고 판매되고 있다. 이제 먹고 싶은 음식이 생각나면 배달이 되는지 여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어지간한 메뉴는 전부 배달이 되기 때문이다.

 

 

_upload_mwEditor_202007_1595577988292_20200724170628.png


 

문화예술계에서도 '언택트' 행사를 적극 기획해 설 곳을 잃은 예술인들을 일으켜주고 있다. 유튜브 라이브나 카카오tv처럼 라이브 동시 송출로 공연이 필요한 예술인들이 활동할 수 있게 되었고 VR, AR 시스템을 활용하여 가상의 공간에서 전시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누가 영상물을 월정액을 내고 보느냐며 질타를 받았던 넷플릭스, 왓챠와 같은 OTT 서비스는 기회를 잡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아오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세계를 멈추게 만든 코로나지만, 4차 산업과 예술을 연결해 실생활에 적용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

 

코로나로 기존의 삶이 붕괴되었다. 일상이 사라지고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차근차근 방법을 찾아내는 인간의 특성 덕분에 인류는 또 한 번 발전하였다.


코로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일상이다.

 

 

 

컬쳐리스트 명함.jpg

 

 

[김상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