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경계를 허무는 이이남 작가의 예술세계 [시각예술]

마음껏 꿈꾸고, 마음껏 상상하자
글 입력 2020.11.3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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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와 예술을 자유자재로 접목시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펼쳐나가는 작가가 있다. 바로 떠오르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이다.

 

전남 담양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미디어아티스트를 넘어 전 세계에서 작품성을 인정받는 예술가로 거듭나고 있다. 그 만의 독특한 창작기법은 감상자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으며 좀처럼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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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은 살아 움직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흐르는 폭포, 날아다니는 나비 등 작품 속 사물들은 작가가 꾸며놓은 캔버스 속을 마음껏 누빈다. 관객들은 이러한 움직임에 반응하고 그의 작품 세계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미디어아트가 가진 장점을 활용해 그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한 것이다.

 

또한 그는 과거 대가들의 작품을 직접 재해석 한다. 당시 작가가 그렸을 작품의 시점을 현재로 옮긴 것이다. 현재의 눈으로, 현재의 기법으로 새롭게 작품을 바라본다. 기존에 알고 있던 작품의 모습이 새롭게 보이며 또 다른 해석을 가능케 한다. 이이남 작가는 경계를 허물어 우리의 인식과 이념을 확장시키곤 한다.

 

 

8폭 병풍, 2007

 

 

‘8폭 병풍’은 회화의 한계를 극복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상상으로 읽어낼 수밖에 없었던 병풍 속 그림들을 실제로 재현시킨 것이다. 원작 위에 영상을 투영시켜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킨다. 미디어아트와 결합된 작품은 생명력을 얻고 자유롭게 움직인다. 이는 많은 관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예술 향유에 대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이남 작가의 작품은 구획된 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과 작품 간의 경계를 허물고, 예술 애호가와 비애호가 간의 경계를 허물었다. 그가 기존 회화의 장벽을 무너뜨린 것처럼, 보이지 않았던 다양한 장벽들이 그의 예술로 인해 무너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의 예술을 보고 있으면, 많은 이들은 평온함과 희망참을 느낀다. 작품의 무해한 분위기와 더불어 기대하고 바래왔던 것들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일상에 이이남 작가의 작품이 작은 쉼표가 될 듯하다.

 

 

크로스 오버 쇠라, 2011

 

 

작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를 활용했다.

 

‘크로스 오버’는 서로 다른 두 장르가 합쳐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이질적인 두 장르가 만나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냈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쇠라의 작품이 점점 희미해지고, 동양적인 모습이 드러난다. 그리고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점점 해체되고, 다양한 명화 속 인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익숙했던 작품들이 낯선 모습으로 나타나고, 만날 수 없다고 여겼던 두 장르가 만나며 관객들은 신선한 즐거움을 느낀다. 눈에 익은 작품들을 활용하기에 오히려 더 눈길을 끄는 효과가 있다. 내가 아는 작품이 새롭게 전개되는 것을 보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추고 바라보게 된다고 한다.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을 잇는 그의 작품은 새로운 예술의 장을 만들어 내고 무의식적으로 품고 있었던 선입견들을 해체시킨다. 그의 작품을 통해 잠시 잊고 지냈던 자유와 환상의 기분을 만끽해 본다.

 

 

인왕제색도-사계, 2009

 

 

겸재 정선의 걸작 ‘인왕제색도’를 이이남 작가가 재해석했다.

 

인왕제색도 속 절경이 사계절을 보내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던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준 듯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특징이 실감나게 드러나 있어 넋 놓고 작품을 바라보게 만든다. 또한 과거의 풍경에 현재의 모습이 살짝 담겨있다. 비행기가 하늘 위를 지나가는데, 이 모습 또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이이남 작가는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다. 시간의 선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가보지 않은 미지의 곳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관객들은 그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소통의 장을 열게 된다. 생각할 시간을 줄이고 바쁘게만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유롭게 상상하고 꿈을 꿀 권리가 있음을 상기시켜주는 것 같다.

 

그의 작품은 모든 근심걱정을 내려놓게 만들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끼게 했다. 힘들었던 올 한해, 이이남 작가의 작품을 통해 마음껏 꿈꾸고 마음껏 상상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직진하는 개미와 지그재그로 가는 바퀴벌레와 점프하는 메뚜기가 있습니다. 개미에게 바퀴벌레는 가끔 마주치는 존재, 메뚜기는 한참 동안 안 보이는 존재겠지요. 안 보인다고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게 뭔지 생각하고 작품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 예술가입니다.”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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