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식구를 찾아서: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 @ 한남동 더줌아트센터
글 입력 2020.11.28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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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일상적인, 그래서 따분한, 그래서 따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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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를 찾아서>는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한 가족이 된 다섯 식구의 이야기이다. 너무나도 평화롭던, 그래서 지루하던 ‘박복녀’ 할머니의 집에 갑작스레 ‘지화자’ 할머니가 들이닥친다.

 

30년간 그곳에 살았던 박복녀 할머니 앞에서 그 집은 자신의 아들의 것이고, 따라서 본인의 집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하는 지화자 할머니. 박복녀 할머니는 어이없어하며 지화자 할머니를 내쫓으려 하고, 지화자 할머니는 나가지 않고 버티려 한다. 그러나 박복녀 할머니는 얼떨결에 지화자 할머니를 하룻밤 재워주게 되고, 이튿날에 지화자 할머니의 그 아들을 찾으러 나가 볼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두 할머니는 이곳저곳을 수소문해가며 그의 아들을 찾아보려 하지만, 결국 찾지 못한다. 그러는 와중 두 할머니는 함께 짜장면을 먹으며, 함께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으며 가까워진다. 그리고 점차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모든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글이 흥미롭지 못할 것이고, 혹시 공연을 볼 계획에 있는 독자가 있다면 심한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므로 개략적인 줄거리 소개는 여기까지 하도록 한다.

 

리뷰는 이 연극에서 필자가 특히나 인상적으로 보았던 부분 몇 부분을 뽑아 사고해보는 방식으로 전개하도록 한다. 물론 그럼에도 내용상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주길 바란다.

 

 

 

강아지 ‘니키’를 찾아서



두 할머니는 지화자 할머니의 아들을 찾기 위하여 시내로 나선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중식집을 찾아간다.

 

그들이 테이블에 앉은 얼마 후, 외출했던 가게 주인의 아들이 등장한다. 가게 주인은 기다렸다는 듯 아들을 붙잡아 뭐하다가 또 늦게 들어오느냐며 혼을 낸다. 그는 알고 있었다. 그의 아들이, 잃어버린 강아지 ‘니키’를 찾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전단을 뿌리다가 돌아온 것임을.

 

그의 아버지는 걱정한다. 아들이 잃어버린 강아지에만 정신이 팔려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나름대로 정신을 차리라고 아들을 혼내려 한 말이었겠지만, 그 개는 ‘탕’이 되었을 것이라는 말은 당연히 아들을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

 

비록 뮤지컬 속의 연기였지만, 아들이 강아지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였던 부분이, 필자에게는 본 연극 전체 중에서 가장 진심으로 들리고 마음이 찡해지는 부분이이었다.

 

 

 

사진관, 함께 볼 사람이 생겼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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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할머니는 지화자 할머니의 사진을 찍기 위하여 사진관으로 향한다. 지화자 할머니의 얼굴이 찍힌 사진으로 전단을 만들어, 그의 아들에게 할머니가 박복녀 할머니의 집에 살고 있음을 알게 하기 위함이었다.

 

지화자 할머니는 자신의 사진을 다 찍자, 그는 박복녀 할머니에게도 사진을 찍으라고 이야기한다. 박복녀 할머니는 볼 사람도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실제로도 그랬다. 아니, 그랬었다. 이제는 그의 사진을 봐 줄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진의 의미에 관하여 생각해 보게 되었던 순간이었다. 사진, 특히 인물의 초상사진의 진정한 의미는 누군가가 보아줄 때 생긴다. 필자와 같이, 아무리 ‘셀카’를 찍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결국에 누구에게든 보이지 않는다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기억되기 위하여 나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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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복녀 할머니의 집에서 생활하며, 지화자 할머니는 박복녀 할머니가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이야기한 ‘광’에 계속해서 들락날락한다. 그러나 지화자 할머니는 결코 만져서는 안 될, 박복녀 할머니에게 있어서는 아주 소중한 상자에 손을 대고, 그것을 ‘별것도 아닌 것’으로 취급해버린다.

 

그러자 박복녀 할머니는 진심으로 지화자 할머니에게 화를 내며, 그를 내쫓는다. 그렇게 박복녀 할머니의 사연이 등장한다. 박복녀 할머니는 젊을 적 자녀가 있었는데, 그 상자는 자신의 자식의 물건들을 모아둔 상자였다.


혼자 사는 할머니, 들어가서는 안 되는 방,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장난감 상자. ‘옛날에 세상을 뜬 자녀’라는 모티프는 조금은 예측이 용이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것을 풀어나간 배우들의 연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하였다.

 

이후 지화자 할머니 역시 그와 아들 사이의 사연을 노래하게 된다. 그 사연은 단단히 화가 나있던 박복녀 할머니의 마음을 녹이게 되고, 박복녀 할머니와 지화자 할머니 그리고 몽, 냥, 꼬는 더욱 끈끈한 한식구로 함께하게 된다.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우리의 삶 한 장면 한 장면은 이후 돌아보면 하나의 사연이 되어 있다. 모두의 사연은 소중하다. 본 연극이 가장 강력하게 역설하고자 하는 바가 그것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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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를 찾아서

- 食口의 의미를 찾아서 -



일자 : 2020.11.20 ~ 2020.12.27


시간

금 8시

토,일 5시

월-목 공연 없음

 

*

12.24 목 8시

12.25 금 4시, 8시


장소 : 더줌아트센터


티켓가격

전석 66,000원

 

제작

극단 오징어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더줌아트센터


관람연령

초등학생이상 관람가


공연시간

105분

 

 

 

최호용 에디터 명함.jpg

 

 

[최호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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