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_찰스 부코스키

글 입력 2020.11.2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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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음탕한'과 '늙은이'와 '비망록'의 만남이라, 일반적인 조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붉은 얼굴이 보인다. 담배를 물고 있는, 표정을 알 수 없는 늙은 남성이다.

 

특히 두 뺨과 큰 코가 눈에 띄게 달아오른 것을 보니, 거하게 술 한 잔한 모양이다. 이 사람이 아마 음탕한 늙은이겠지. 그리고 아마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의 저자, 찰스 부코스키 자신일 것이다.

 

찰스 부코스키라는 인물을 잘 알지도 못하는데, 몇 문장만으로도 그라는 사람에 대해서 상상해볼 수 있었다. 그만큼 그의 책 속에는 그 자신을 드러내는 개성 강한 문장들이 가득하다.

 

더구나 '음탕'이라는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직설적인 표현들이 가득 차있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고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그는 자신의 글 속에서 저돌적으로 행하고 있었다. 이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책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에는 부코스키 자신이 등장한다.

 

마치 자기 자신이 실제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픽션인 듯 논픽션인 듯 그 경계가 모호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물론 그 모든 이야기들이 픽션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허구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독자로 하여금 혼란을 느끼게 만들었다는 것은 뭐가 됐든 부코스키의 필력이 대단하다는 증거라 생각한다.

 

관련해서 서문에서 보았던 인상적인 구문이 떠오른다. [집으로 찾아온 의사도 있었다. "당신 칼럼을 읽었는데 내가 당신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군요. 전에 정신과 의사로 일했죠." 당장 그를 돌려보냈다. (pp.10)]

 

처음 이 구문을 읽었을 때는 과장된 표현일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리 글이 독특하기로서니, 정신과 의사가 직접 집을 방문하게 만들 정도는 너무 과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의 글을 접하고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속으로 '음, 그럴 수도 있겠다.'하고 생각하면서.

 

세상에 저게 뭐야, 싶다가도 왠지 부코스키라는 인물이라면 가능할 것도 같다는 의심이 드는 건, 단순히 나의 편견일 뿐일까? 직접 그를 만나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와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 역시나 음탕하기 그지 없는 영양가 없는 농담만을 내뱉는 그를 뜨악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내 모습을 상상하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의 대화가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의 명성은 단순히 그가 대단히 음탕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의 글을 읽고 팬이 된 수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그의 매력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 매력을 나라고 느끼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나름 다양한 책을 읽으며 여러 장르를 경험했다 자부했었는데, 책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은 나에게 아직 멀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 도대체 얼마나 더 책을 읽어야 그 무엇에도 담담해질 수 있을까?

 

추신: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의 독서 과정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을 수 있다. 이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고 책장을 넘길 것!

 

 

*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
- NOTES OF A DIRTY OLD MAN -


지은이
찰스 부코스키(Charles Bukowski)
 
옮긴이 : 공민희

출판사 : 도서출판 잔

분야
외국에세이

규격
130×195(mm) / 페이퍼백

쪽 수 : 304쪽

발행일
2020년 10월 23일

정가 : 14,200원

ISBN
979-11-90234-09-2 (0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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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소개


찰스 부코스키
 
1920년 8월 16일 독일 안더나흐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건너갔고 로스앤젤레스에서 평생을 살았다. 로스앤젤레스시티컬리지를 2년 만에 중퇴하고 독학으로 작가 훈련을 했다. 로스앤젤레스시립중앙도서관에서 청춘을 보내며 도스토옙스키, 투르게네프, 니체, DH 로렌스, 셀린, EE 커밍스, 파운드, 판테, 사로얀 등의 영향을 받았다. 스물네 살 때 잡지에 첫 단편을 발표한 이후 창고와 공장을 전전하다 우연히 취직한 우체국에서 우편 분류와 배달 직원으로 12년간 일하며 시를 쓴다. 잦은 지각과 결근으로 해고 직전에 있을 때, 전업으로 글을 쓰면 매달 100달러를 지급하겠다는 출판사의 제안을 받아들인 일화는 유명하다.
 
미국 주류 문단의 이단아에서 전 세계 독자들이 열광적으로 추종하는 최고의 작가가 된 찰스 부코스키. 그의 작품은 그의 분신인 주인공 헨리 치나스키가 이끌어 간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도난당한 책이라는 명성만큼 수많은 예술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평생 60여 권의 소설과 시집, 산문집을 출간했으며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동했다. 미키 루크 주연의 《술고래(Barfly)》(1987)를 비롯하여 그의 작품과 인생을 다룬 10여 편의 영화가 제작되었다. 마지막 장편소설 《펄프》를 완성하고 1994년 3월 9일 캘리포니아주 산페드로에서 백혈병으로 삶을 마감했다. 묘비명은 "애쓰지 마라(Don't Try)."
 
《우체국(Post Office)》(1971), 《팩토텀(Factotum)》(1975), 《여자들(Women)》(1978), 《호밀빵 햄 샌드위치(Ham on Rye)》(1982), 《평범한 광기 이야기(Tales of Ordinary Madness)》(1983), 《할리우드(Hollywood)》(1989), 《펄프(Pulp)》(1994) 등의 작품이 있다.

 
공민희
 
부산외국어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노팅엄트렌트대학에서 미술관과 박물관, 문화유산 관리를 공부했다.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자이자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당신이 남긴 증오》 《벽 속에 숨은 마법 시계》 《우리는 거인이다》 《유대인 수용소의 두 자매 이야기》 《굿 미 배드 미》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발명 콘서트》 《지금 시작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 등을 번역했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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