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직 하나의 테이블에 담긴 하루의 역사 - 더 테이블 [영화]

글 입력 2020.11.23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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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한 카페의 테이블에 마주앉은 유진과 창석은 과거 연인 사이였다.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유진은 못 본 사이 유명한 배우가 되었고, 산전수전을 다 겪은 듯 쓴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담담하게 창석을 맞이한다. 반면 창석은 유진이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도 된 듯 안절부절못하고 긴장한 채 맥주를 들이켠다.


둘은 굉장히 오랜만에 만났지만, 창석은 유진을 친구보단 연예인으로 보는 듯 유진에 대한 불편한 지라시들이 사실인지 거듭 묻는다. 기분이 상했지만 계속 대화를 이어가려 하는 유진에게, 창석은 유진과의 관계를 믿지 않는 직장 동료들에게 보여줄 인증 사진을 요청하고, 동료들을 근처로 불러 유진을 구경시킨다.

 

여전히 눈치 없고 배려할 줄 모르는 창석의 태도에 어이없는 유진은 빨리 자리를 뜬다. '아쉽다'라는 창석의 말에 '나도 그래'라고 대답하는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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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에는 총 네 쌍의 손님들이 찾아온다. 오전 11시에 찾아온 유진과 창석에 이어, 오후 2시 반에 경진과 민호, 오후 5시에 은희와 숙자, 저녁 9시에 혜경과 운철이 테이블에 앉아 각자의 메뉴를 주문한다.

 

카메라는 한 쌍의 손님들이 자리를 뜨면 뒤이어 앉는 일행을 담는다. 인물들의 시선 처리와 표정을 섬세하게 보여주며 감정을 전달하고, 인물들의 눈길이 닿는 곳으로 시점이 이동하기도 한다.


'더 테이블'은 화려하고 거창하기보다 소박하고 일상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영화에 등장하는 장소는 오직 한 군데의 카페뿐이고, 카메라의 초점은 인물들이 앉는 테이블에 맞춰져 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잔과 접시, 꽃을 비추고, 손님들이 앉았다 일어난 빈자리를 비춘다.

 

오직 하나의 테이블에 담긴 하루의 역사. 영화의 제목이 '더' 테이블인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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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던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카페에서 일을 하다 보면, 온갖 시시콜콜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고. 듣고 싶었든, 싶지 않았든 간에.’ 영화 ‘더 테이블’은 관객들이 마치 제 삼자인 카페 주인이 된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손님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거나 나서서 관여하지 않아도, 각기 다른 사연과 관계를 가진 사람들을 하루에 수없이 흘려보낸다. 누군가의 사정은 일상의 한 장면일 뿐이라는 듯, 무심히 그리고 담담하게 흘려보낸다.


우리도 그중 한 명일까. 각자의 사정을 품고 테이블에 앉아, 어울리는 음료와 디저트를 주문하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황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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