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니,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 -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글 입력 2020.11.24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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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서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는 '가톨릭평화신문'에 연재되었던 작가의 글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작가는 미국 시턴홀대에서 방송학, 뉴욕대 대학원에서 미디어생태학을 공부했으며,스마트혁명시대에 ‘영성살기’에 관심이 많아 버클리신학대학원에 있는 살레시오영성센터(ISS)에서 살레시오영성을 공부했다.

 

학벌만 보면 이렇게 대단하신 분이 또 있을까싶기도. 가끔은 이렇게 공부도 많이 하시고 글도 잘 쓰시는 분이 수녀가 아니라 다른 일을 하셨다면 무엇을 하셨을지 왠지 모를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2


 

책으로 넘어와서. 어떤 상황과 생각에 대해 짧게 두 페이지 내외로 적힌 이 책에서는 부정적인 상황이 일어났을 때 한 발자국 멀어져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누군가 나에게 화를 내고, 내가 갑자기 화를 낸 이유를 그 감정과 떨어져서 다시 생각해보면 무언가 다른 이유와 감정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화를 낸다고 풀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충분히 이를 이해하고 마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만 보면 맞는 말이다. 가까운 사람과 말다툼을 하고 나면 왜 그랬을까, 왜 그런말을 했을까 후회한 적도 많았다. 내가 좀 더 다르게 생각해봤을 수도 있었을거고, 거기서 그런 말이 아니라 다른 말을 할 수 있었을텐데 하고 말이다. 왜 사람들은 꼭 이렇게 일을 저지르고 나서야 후회하고 실수였음을 깨닫는 걸까. 좀 더 멀리 떨어져서 보면 별 것도 아닌 일인데 일단 터지면 상황을 생각해보기보다 나를 상황에 던져 넣어버린다. 그러니까 꼭 그런 사단이 일어나는 거겠지.


그런 일이 많이 있고 나서, 내 입에서 언제든 실수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보니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마냥 반기지는 않는다. 또 말을 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 그건 내가 경청하기를 좋아해서도 있지만, 말실수 해서 서로의 사이가 나빠질까봐 걱정하는 맘도 크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 누군가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주면 여전히 꿍해있지 않고 그 손을 잡는 편이지만 먼저 내미는 것은 무서워한다.

 

내밀었다가 받아주지 않으면? 그럴때 받을 상처가 무섭고 공포가 쌓여 더는 먼저 다가갈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면서 "난 왜이렇게 주변에 사람이 없지?" 하고 자책 아닌 자책을 하니 누가 보면 참 웃긴 일이다. 남들에게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괜찮게 지내려다보니 전혀 괜찮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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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리고 어느 책이든 다 그렇듯이, 조금 아쉬운 점은 있었다. 우리들은 가끔 "저 사람한테서도 배울게 많아요. 아 난 저사람처럼 살진 말아야지 하고.", "'나는 쟤처럼 살지 말아야지'에서 쟤를 맡고 있습니다." 등의 말장난을 칠 때가 많다. 물론 이 장난들은 어디까지나 상대방이 명백히 어딘가 잘못이 있었을 때-말도 안되는 꼰대였다든가 등-와, 일부러 자기 자신을 비하하는 말장난이다.


이 말장난을 꺼내온 이유는 무엇이냐면, 책 내용 중에 다른 사람의 잘못된 점을 앞부분에 설명하고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뉘앙스의 문장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깨우친 것이 잘못됐다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어쨌든 그 사람이 잘못된 행동을 했던 것이고, 내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결과론적으로는 나쁜 일은 아니다.

 

다만 그 상대가 자신이 아는 사람이었다는 것, 가까운 사람이었다는 것에서 조금 불편함이 느껴졌다. 가까운 사람에게서의 조금 못난 모습을 보고 무언가 깨우치는 것이 있었으면 이걸 좋아해야 할지 조금 의구심이 드는 건 사실이다.

 



4


 

생각해보면 나는 꽤나 이상한 완벽주의자였다. 이상한 완벽주의자 단어가 내가 써놓고도 이상하다고 느껴지는데, 일을 완벽하게 끝내길 바라면서도 정작 내 자신은 완벽한 사람이 되지 못하고 있어서였다. 그리고 그건 특히나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더욱더 그랬다.


이 말을 꺼낸 이유는, 이전에 읽었던 에세이들로부터 마음의 위안을 받았다면 이 책은 나에게 다른 생각을 심어주었다. 나는 항상 남에게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길 바랐다.

 

특히나 그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얼마 없는 친구들, 그 사이만큼은 돈독하길 바라서 거절도 잘 못하고 그들에게 (친구로서)완벽한 사람으로 보여지고 싶었다. 위에서 얘기한, 타인과의 연결고리를 지키기 위해 일부러 멀어지기를 택한 것처럼 이상하게라도.


저자는 이름도, 얼굴도 모를 독자에게 괜찮지 않아도 된다. 조금은 힘들고 어려워해도 된다고 말해줬다. 위로 같으면서도 앞으로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지 조금의 방향성을 책이 제시해주었다. 이상한 완벽주의자였던 나를, 이상하지 않은 완벽주의자라고 얘기해주는 것 같았다.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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