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화가의 내적 상상력을 표현한 컷아웃과 드로잉 - 앙리 마티스 특별전

마이아트뮤지엄 [앙리 마티스 특별전]
글 입력 2020.11.2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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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Henri Matisse)는 프랑스 ‘야수파’ 화가로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손꼽힌다. 그림이 대상으로부터 독립된 색과 형에 의한 하나의 조형적 질서라고 생각한 앙리 마티스는 순수한 색채에 대한 열망으로 진한 원색과 거친 형태를 그려 넣었다. 물감의 쨍한 색채와 격렬한 정신이 표현된 작품을 보고 당시 미술비평가 루이 보셀로부터 “마치 야수와 같다.”라는 평을 받아 ‘야수파’라고 불렸다. 색과 형의 자율적인 세계를 창조하려 노력했다는 점에서 예술적 혁명으로도 언급되는 그의 행보에 앙리 마티스는 피카소와 비견될 정도로 유명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야수파 앙리 마티스이며 그의 인생에서 제1막이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앙리 마티스 스스로 ‘제2의 삶’, ‘보너스 인생’이라고 말했던 제2막의 대표작을 선보인다. 그래서 타오르는 듯한 붉은색의 야수파 작품을 기대하고 간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앙리 마티스는 1941년 십이지장암 수술과 두 차례의 폐색전증을 앓으며 이전처럼 이젤 앞에서 그림을 그리기 힘들어지자 자신의 예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았다. 작업실의 조수들이 과슈를 종이에 칠하면 원하는 형태로 잘라 캔버스에 붙였던 컷아웃(Cut-Out)과 명료하고 섬세한 선이 돋보이는 드로잉(Drawing)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푸른색이 돋보이는 일명 ‘종이 오리기’ 기법인 컷아웃은 앙리 마티스가 말년에 가장 좋아하던 미술 형식이었다.

 

전시는 총 5개의 섹션(section)으로 구성되어있다. 오리엔탈리즘을 주요 테마로 선정하여 그린 ‘section 1. 오달리스크 드로잉’ / 타히티, 모로코 등을 여행하며 영감을 받아 그린 ‘section 2. < 재즈 >와 컷아웃’ / 발레 공연을 위해 디자인한 무대의상이 있는 ‘section 3. 발레 < 나이팅게일의 노래 >’ / 드로잉을 최소한의 선으로 축약한 ‘section 4. 낭만주의 시와 마티스 삽화’ / 말년의 걸작으로 꼽히는 ‘section 5. 로사리오 성당’이 있다. 마지막 공간인 섹션 5에서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으며 직접 종이를 오려 작품을 만드는 체험존이 있다.

 

 

 

section 2. <재즈>와 컷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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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2. <재즈>와 컷아웃

 

 

‘section 2. <재즈>와 컷아웃’은 전시 티켓과 포스터에 나온 [이카루스]가 있는 공간이다. 1947년 제작된 <재즈> 시리즈는 서커스를 주제로 만들었으며 앙리 마티스의 컷아웃 기법의 정점으로 여긴다. 책의 주제는 서커스와 연극이지만 내용이 가진 다변성 때문에 ‘재즈’로 제목을 정했다. 그 때문에 제목으로 쓰인 재즈를 이해하려면 앙리 마티스의 표현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붉은색을 위주로 사용했던 지난날과 다르게 푸른색을 중점으로 사용하는 마티스의 작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선 없이 색채로만 가득한 작품은 막힘이 없다. 알아보기 힘든 휘날리는 글씨와 형상이 구체적이지 않아 무엇을 그렸는지 한 번만 보고 확신할 수 없는 작품들은 과연 ‘재즈’와 같다.

 

 

푸른누드Ⅱ, Blue Nude Ⅱ, 2007.jpg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색채를 곧장 잘라나가는 것은 조각가가 석재를 가지고 하는 일을 연상시킨다.”

 

- 앙리 마티스

 

 

컷아웃 기법은 앙리 마티스의 색과 형, 색채와 드로잉 사이의 영원한 갈등에 대한 해결책이었다. 그가 자신의 다른 작품들보다 컷아웃을 통해 ‘훨씬 더 높은 완성도’를 성취할 수 있었다고 하니 이 종이 오리기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 수 있다.


‘종이 오리기’라는 친숙한 용어 때문인지 전시장을 한 번 쓱 보면 ‘나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은 작품들이 많다. 앙리 마티스의 대표작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블루 누드] 시리즈는 단연 눈에 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기도 해서 오랫동안 관찰해보았다.


캔버스를 가득 채운 인물은 약간 고개를 숙이며 한 손은 머리 뒤로 넘기고 다른 손은 늘어뜨려 꼬아서 앉은 다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푸른 몸의 인물은 굉장히 단순해 보이지만 관절 사이 가위로 잘린 공간으로 인해 운동감이 부여되었다. 그래서 푸른 뭉텅이처럼 보였던 인물이 가위질 된 공간을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함부로 손을 대었다간 캔버스 내에 있는 질서가 무너지고 형상이 해체될 것 같았다. 이렇게까지 가위로 섬세하게 오릴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로 적절하게 비워진 공간을 보며 아무나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제로 앙리 마티스는 하나의 컷아웃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긴 시간 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만족스러운 자세를 찾아냈다. 몇 번의 가위질로 금방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된 공간적 감각을 캔버스 위에 구현한 것이다. 즉, 앙리 마티스는 조각가가 석재로 작품을 만들어내듯 가위를 들고 색채를 오려내었다.

 

 

 

section 4. 낭만주의 시와 마티스 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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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4. 낭만주의 시와 마티스 삽화

 

 

‘section 4. 낭만주의 시와 마티스 삽화’는 우리가 인테리어 소품으로 앙리 마티스의 작품을 찾을 때 자주 보이는 간결한 드로잉 작품이 있는 공간이다. 그는 1941년부터 1944년까지 프랑스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초현실주의 시집에 포함되는 삽화를 그리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 당시 위가 내려앉는 위하수증을 앓고 있어서 쇠로 된 벨트를 차고 다녔기 때문에 작은 크기의 작품이나 책의 삽화를 많이 그렸다.


시의 내용과 연결되면서도 독자적인 앙리 마티스의 드로잉은 관람자의 해석을 요구한다. 이에 시가 가진 문학의 순수성과 앙리 마티스 특유의 명료하고 함축적인 선묘법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설명이 있다. 중앙에 앙리 마티스 삽화가 들어간 시집도 놓여 있어 함께 읽으면 잘 와닿는다.

 

하지만 어두운 조명 아래 작은 글씨로 서술되어 제대로 읽기 어려웠다. 작품과 함께 전시된 시를 읽으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 평일에도 사람이 붐벼서 잠깐 서 있으면 정체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떠밀려 읽어내린 시와 함께 본 드로잉은 기억에 남지 않았다.

 

 

 

section 5. 로사리오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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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5. 로사리오 성당


 

“성당에서 내가 해야 할 주 임무는 빛과 색채로 채워진 표면 하나와 흑백의 선 드로잉으로만 그려질 다른 쪽 벽 사이의 평형을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내게 그 성당은 내 작품에 헌신한 전 생애의 완성을 의미했다. 그것은 힘들고 까다롭지만 정직한 노동의 개화였다.”

 

- 앙리 마티스

 

 

‘section 5. 로사리오 성당’은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이다. 로사리오 성당은 앙리 마티스가 생전에 추구한 조형적 실험을 결집한 말년의 걸작으로 꼽힌다. 그는 자신의 간병인이었던 수녀의 부탁을 받아 건축 평면 설계에서부터 스테인드글라스와 실내벽화, 사제복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 직접 관여했다.


컷아웃에서 과슈 종이를 자르듯 유리를 잘라 만든 스테인드글라스는 과연 로사리오 성당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요소이다. 노랑, 파랑, 초록 3개의 색만 사용된 스테인드글라스는 빛을 받으면 바닥에 찬란한 빛의 예술이 펼쳐진다.

 

이때 앙리 마티스는 성당 내부로 스테인드글라스의 투영된 빛을 보기 가장 좋은 시간대를 알려주었다. ‘겨울 낮 11시’로 길게 뻗은 빛이 반대편의 흑백의 선으로만 그린 세라믹 드로잉에 닿아 그가 평생을 연구했던 색채와 형태의 균형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축소판을 이번 전시 마지막에서 볼 수 있다.

 

***

 

 

“나는 평형과 순수성의 예술, 불안정하거나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는 예술을 추구한다. 나는 지치고 스트레스를 받고 낙담한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고 평화와 고요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 앙리 마티스

 

 

어느 순간부터 앙리 마티스의 작품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대부분의 감성 카페에는 벽에 앙리 마티스 그림을 걸어 두었다. 이제는 에코백에도 자리한 것을 보며 생활 깊숙이 다가왔구나 싶었다.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최소한의 선으로 축약한 그의 드로잉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얼마 안 되는 선이 만들어낸 그림이 관람자의 시선을 그대로 흘려보낸다는 것이다. 컷아웃도 마찬가지다.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고 적당하게 이끄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러나 밝고 경쾌한 색채와 드로잉으로 ‘핫’해진 앙리 마티스의 삶은 그의 작품보다 어두웠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일어났던 시대에 살았으며, 어려서부터 허약했던 그는 십이지장암 수술을 했을 때 살아남은 것은 거의 기적이라 할 만큼 말년으로 갈수록 건강이 나빠졌다.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시대를 보내고 병을 앓으며 이전처럼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그의 그림은 평화롭고 고요했다. 심지어 선명한 원색의 컷아웃과 명료한 드로잉은 불행을 잊은 듯해 보인다.

 

혹자는 현실을 외면하고 도피하는 모습이라며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삶 속에서 하나의 선을 그을 때조차 치열하게 고민했던 앙리 마티스는 자신의 그림을 보는 관람객이 행복만을 느끼길 바랐다. 평형과 순수성의 예술을 추구하며 평화와 고요를 찾을 수 있게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전시의 앙리 마티스 작품은 밝은 분위기를 띄우며 평온했다.


더불어 내 나름대로 전시에 의미를 부여해보자면 미술 시간에 배웠던 우리의 기억 속에 있는 앙리 마티스를 더 넓게 확장 시켜줬다. 그를 설명하는데 야수파와 피카소를 빼놓을 수 없지만 ‘앙리 마티스’라는 화가 자체를 알기에는 부족하다. 강렬하지만 수명이 짧았던 화파와 다른 유명한 화가의 이름을 빌려 서술하는 것에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우리에게 앙리 마티스는 컷아웃과 드로잉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전시는 야수파와 피카소 너머에 있는 앙리 마티스의 작품과 예술세계를 보여주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앙리 마티스 특별전을 국내 최초로 개최한다는 말에 너무 기대했던 탓일까 실망이 컸다. 곳곳에 아쉬움이 진하게 남아 아직도 앙리 마티스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전시장은 관람객을 감당하기에 너무 협소했으며 작품을 배치한 공간 사이의 짜임새가 느슨했다. 전시의 구성만 보고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하기 힘든 구조라서 전시 진행 순서에 의문이 들었다. 각 섹션이 띄엄띄엄 놓인 외딴 섬처럼 느껴졌다. 드로잉과 컷아웃, 컷아웃과 드로잉을 이리저리 넘나드는 탓에 마지막 공간인 로사리오 성당이 ‘앙리 마티스 인생의 걸작’이라는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나의 이야기를 가진 전시라기보다 앙리 마티스 말년의 작품 중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보여준 느낌이었다.

 

 

 

 

그래서 미리 와서 한번 보고 도슨트와 함께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만약 도슨트 시간을 맞추기 힘들거나 사람이 붐비는 것을 싫어한다면 유튜브에 정우철 도슨트의 전시 해설 영상이 올라와 있으니 시간이 남는다면 볼 것을 권한다. 뛰어난 스토리텔링으로 화가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작품 해석을 놓치지 않아 듣는 내내 재미있다. 평일에 봤다가 조금 후회했던 나에게 단비 같은 전시 해설이었다. 마지막으로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것을 당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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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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