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6단계 법칙을 믿으세요? [사람]

글 입력 2020.11.20 19:1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JPG

 

 

비행기 옆자리에 우연히 아는 사람이 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정확히 말하면, 수많은 비행편 중 프랑스 파리에서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일 확률은? 더 정확히 말하면, 파리에서 중국 칭다오를 경유하고 인천으로 오는 두 번의 비행에서, 2016년 프랑스의 한 소도시에서 오며 가며 만난 적 있지만, 그 후로 3년간 소식도 모르던 두 사람이 나란히 앉을 확률은?

 

이과가 등판하여 이 소름 끼치는 상황을 가시적인 확률로 보여줬으면 좋겠다. 작년 이맘때 직접 겪은 일이자, 아직까지 나조차도 믿지 못하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에 대한 확실한 근거가 되는 이야기다.



[크기변환]P20191223_015704085_53330796-D21C-4E40-9B7D-188D17A2E14A.jpg

야경맛집 파리

 

 

지난해 12월, 서류-필기시험-1차 면접-2차 면접을 지나 최종면접에서 똑! 하고 떨어진 나는 당연하게 파리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붙으면 파리의 낭만과 로망을 즐기기 위해서였지만, 떨어졌으니 파리의 우울함과 축축함에 동화되기 위해서였다.

 

취준생이 모아둔 돈이 어디 있으랴. 비상금 55만 원으로 중국 칭다오를 경유하는 표를 샀고 파리에서의 10일은 2020년,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오는 과정은 참으로 버거웠다. ‘경유’를 돈 없는 청춘이 겪는 약간의 불편함으로 포장하기엔 이미 마음속으로는 ‘돈 벌어서 무조건 직항만’이라는 다짐을 수도 없이 했다. 세수도 못 한 채 대충 버킷햇을 눌러쓰고 칭다오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잠도 오지 않았다. 이 비행기에서 내리면 또다시 현실이구나, 그렇다면 내리기 싫다, 차라리 비행기가 지연됐으면 좋겠다, 비행기도 고속도로처럼 길이 꽉 막혀서 늦게 도착했으면 좋겠다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 한 남성이 내 옆자리에 앉았다.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도 잠깐 본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내 관심 밖이었다. 그저 한국 도착을 어떻게 미룰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집착에  빠져있었다. 그러나 내가 그에게 볼펜을 빌려준 것이 맥거핀이 되었다.


“감사합니다.”

그는 하얀 손에 쥐어진 볼펜을 나에게 돌려주면서 말했다. 모자를 푹 눌러써서 초췌한 얼굴도 안 보이겠다, 가만히 있으면 잡념의 구렁텅이에 빠질 것이 분명하니 이참에 그와 대화를 시도했다. 참고로 음흉한 속셈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가 내 이상형이었다거나, 마음에 들었다거나 등등. 여기서부터는 사건 발생 타임라인이다.


대화 시작 10분 후 - 대화는 즐거웠다. 그는 차분했지만, 본인의 감정과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20분 후 - 자신의 인생을 대담하게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었다. 배울 점이 많았다.


25분 후 - 대화를 해보니 우리는 꽤 공통점이 많았다. 둘 다 프랑스의 A라는 소도시에 산 적이 있고, 우연의 일치로 2016년이었다. 모르는 새 길에서 마주쳤을 수도 있다.


28분 후 - 신기하게도 각자 프랑스 B 학교에 다니는 친구가 있다. 세상 좁다.


대망의 30분 후

나 曰 “B학교 다니는 그 친구 이름이 C예요. (장난 섞인 목소리로 웃으며) 설마 아시는 거 아니죠?”

옆자리 男 曰 “C... 제 친군데요?”


그 말을 듣자마자 그와의 30분이, 퍼즐 조각처럼 맞춰졌다.


‘그러니까 지금 내 옆자리에 있는 사람이 2016년, A 도시에서, B학교에 다니는 C를 매개로 만났던 그때 그 D 씨구나.’


정적이 흘렀다. 아마 각자 충격을 다스리고 이 상황을 이해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같다. 1분 뒤, 정적을 깨고, 그는 나에게 휴대폰을 보여줬다. 3년 전, 모임이 끝나고 다음에 기회 되면 보자는 내용의 카톡이었다. 그 기회가 이렇게 우연히, 갑자기 온다고? 민망하고 당황스러웠다.

 

 

[크기변환]P20191224_201706267_2ED659B5-02D4-410A-9801-4461FEB135E3.jpg

파리여행 중 내가 뽑은 베스트 포토 상

 

 

6단계 법칙이란?

 

인간관계는 6단계만 거치면 지구상 대부분의 사람과 연결될 수 있다는 사회 이론

'나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 같은 식으로 주변 사람들이 중간다리 역할을 해준다면 시작점이 되는 사람과 목표가 되는 사람이 서로 알고있지 않다 하더라도 대부분 6단계 안으로는 연결된다.

 

(출처 : 나무위키)

 

 

6단계 법칙을 신뢰한다. 아니, 아직 겪어 보진 않았지만, 그때부터 광적으로 믿는다. 6단계 법칙은 SNS로 인해 더욱 실현 가능한 이론이 되었다. SNS로 인해 6단계가 아닌 5, 4, 3단계 법칙으로 발전 중일 것이다. 행복한 상상을 해보자면, 나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이 법칙으로 인해 지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파리에서 만난 18개의 문화



그와의 깜짝 선물 같은 만남 외에도, 여행 중에 17명의 사람을 만났다. 가볍게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지만 서로의 인생을 이해하고 나눌 만큼의 깊은 대화를 나눴다. 그들은 본인만의 고유한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서로 약간의 공통점과 연결고리가 있었지만, 성격, 가치관, 살아온 인생은 극명하게 달랐다. 2019년, 세 번째 파리 여행에서는 그토록 사랑하던 프랑스 문화보다는 전 세계 77억 개의 문화 중 18개의 문화를 배운 것이다.

 

 

[크기변환]P20191226_011435730_EC940E8B-BE41-4C84-A742-DCCB58FBE4BC.jpg

노을 사이에서 빠끔히 고개 든 에펠탑

 

 

결국, 이 여행에서 남은 것은 사람의 중요성이다. 한국에서 80,891km 떨어진 파리에서, 18개의 문화를 만나 긴 인생과 순간의 감정을 나눴다. 그들로 인해 나의 인생이 새로운 감정과 경험으로 풍부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살아가는 동안 사람과의 관계와 상호작용은 계속될 것이다.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또는 우연히! 인간과 인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결국은 ‘죄짓고 살지 말자’가 이 글의 교훈이 되는건가?

 

 

[신재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