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패션 - 나는 역사를 입는다 [패션]

글 입력 2020.11.1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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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접한 조승연 작가님의 유튜브 채널을 계기로 역사 속에 숨어 있는 매력을 발견했다. 영화나 생활 속의 물건, 예술 작품 등 여러 분야의 역사를 간단하고 쉽게 풀어내는 것에 깊게 빠져들었고 자연스럽게 그 분을 롤 모델로 삼았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서 남들은 모르는 지식을 뽐내며 잘난 척 한 번 해보고 싶은 객기 탓도 있다. 계기가 어찌 됐건 패션이 남간 발자취를 더듬어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에서 나와 마주하는 것들이 건내주는 선물을 다시 돌아보면 당분간은 이 걸음을 이어갈 듯하다.

 

 


청바지와 미니 스커트



우연히 보게 된 엄마의 젊은 시절이 담긴 앨범을 펼쳤을 때 사진 속의 엄마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벽에 걸려있던 젊은 시절이 담긴 사진 속의 아빠도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얼마 전 사진 정리를 하려고 열었던 갤러리 앱 속의 나도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출퇴근길, 등하굣길에 마주치는 이름 모를 아이도 어른도 가끔은 노년에 접어든 어느 날에는 젊었을 분도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젊었던 시절도 시기도 다른 모두가 삶의 한 순간에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우리를 스쳐가던 어떤 여성들은 짧은 치마를 입고 다리를 드러내며 당찬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청바지와 미니 스커트는 우리의 부모님 세대가 젊었을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매우 보편적이고 어디서나 흔히 구할 수 있는, 소위 말 해 상용화가 잘 이루어진 옷이다. 두 가지 옷 모두 우리가 원한다면 어느 상황에서나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법적으로 제약을 받는다거나 금지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세상에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는 것은 없듯이 이 두 녀석도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때는 지금과 퍽 다른 모습으로 사회와 마주했었다.

 

그런 맥락에서 지금 우리가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가치관으로는 놀라서 까무러칠지도 모를 질문을 한 가지 던져보겠다. 만약 법으로 어떤 옷을 입지 못 하도록 금지한다면 어떻겠는가? 당장 패션 업계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지고 시위가 일어나면서 도시가 개판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미국에 불어닥친 골드 러시라는 이름의 태풍에 휩쓸려 폭발적으로 성장한 청바지는 광부들의 옷으로 시작해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자라 패션의 아이콘으로 살아 숨쉬고있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상징인 미국에서 태어난 탓인지 청바지는 전 세계로 퍼지면서 한 국가가 아닌 범 국가적 유행이 됐고 당연히 미국과 교류가 활발하던 유럽으로도 흘러갔으며 독일에도 청바지가 수입됐다.

 

세계사 시간에 배웠듯이 1960년대 독일은 자본주의 진영의 서독과 공산주의 진영의 동독으로 분열되어 있었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는 냉전이라는 형태를 통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매섭게 충돌하며 서로의 세력을 어떻게든 넓히려고 혈안이 되어 있던 시기였는데 이렇다보니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청바지가 동독 지도자들의 눈에 곱게 보일리가 없었다. 결국 동독 정부에서는 청바지를 금지하는 법안을 공표했고 청바지를 입고 등교하는 학생들은 강제적으로 집으로 돌려 보내져 수업조차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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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via NY Daily News

 

 

섹시함을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여겨지는 미니 스커트는 태생부터 지금까지 한 우물 파기 장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미니스커트는 1960년대 마리 콴트의 손을 빌려 대중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다시 태어났다. 마리가 이 아이템을 세상의 관심을 다시금 받도록 한 것은 여성의 성적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던 사회적 인식에 대한 반항이었다.

 

길고 다리를 감는 불편한 치마를 과감하게 잘라내고 다리를 드러내면서 여성들은 남성들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행동을 강요받던 과거에서 벗어났고, 남자들의 취향에 맞추는 것이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서 자신의 아름다움과 권리를 쟁취하는 진취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사회와 마주했다. 미니 스커트는 억압받던 여성들에게 자유를 쟁취하라는 메세지를 전달하면서 페미니즘을 전파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고 이브 세인트 로랑, 샤넬 등 여러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면서 새로운 패션 트렌드로도 자리잡았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는 느껴보지 않으면 모른다. 지금 당신이 입고 있을 후드티, 슬랙스, 코트, 혹은 트레이닝복이나 컨버스에는 그 역사가 담겨있지만 그 역사를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그저 하나의 패션 아이템일 뿐이다. 항상 손에 쥐고있는 핸드폰을 켜 인터넷에 그 역사를 검색해 읽고 난 뒤에 다시 보는 그 아이템들은 더이상 예전처럼 단순한 느낌은 아닐 것이다.

 

 


패션 - 몸에 걸치는 역사책



옷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패션 잡지나 패션 유튜버들의 채널을 보면서 옷을 잘 입는 법을 연구하지만 이 옷이 왜 만들어 졌다거나 누가 처음으로 만들었는지를 찾아보는 사람은 드물다.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떤 요리에 무슨 재료가 들어가고 어떤 식으로 만드는지는 찾아봐도 누가 처음 만들었고 그 유래가 어디서 왔는지 찾아보는 사람이 드문 것과 비슷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영화나 옷, 책, 음식 등을 소비하고, 해석하고, 향유한다. 그 방법에 정석이나 정답은 없다. 그렇기에 꼭 이런 식으로 해야한다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패션에 있어서는 간단한 유래나 변천사를 찾아보고 옷을 입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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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우리가 입는 옷의 대부분에는 인류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봄이나 여름에 유행하는 끈 원피스나 랩 스커트는 고대 이집트에서 만들어졌고 코트는 세계 대전 당시 독일 나치군이 젊은이들이 군을 동경하게 만들고자 생산한 제품이며 첼시 부츠는 귀족들이 승마를 즐길 때 발목을 보호하기 위해서 발명한 제품이다.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지나간 시간의 머나먼 사건들로 여겨지던 그 모든 사건이나 사고를 우리가 지금 입는 옷들은 함께 했다. 보기 좋고 멋있어서 입는 코트와 군인을 위해 만들어진 각 진 코트로 깔끔하고 정돈된 스타일을 내기 위해 입는 코트는 느낌이 퍽 다르다. 조금만 찾아보면 옷의 맛을 좀 더 깊게 느낄 수 있음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안타깝게 자신의 삶을 다채롭게 바꿀 수 있는 하나의 예술을 놓치고 있는것인가.


예전에는 나도 그냥 그런 사람들 중에 한 명이었다. 가디건, 후드티, 청바지, 부츠 할 것 없이 그 아이템을 골라서 코디하는 이유는 단순히 예뻐서였고 어떤 아이템과 어울리는지만 신경썼다. 그것도 나름의 재미는 있었지만 아주 약간의 소소한 재미 이상은 누릴 수 없었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닥터마틴이라는 브랜드를 무척 사랑하고 이 브랜드의 워커를 매우 자주 신는다. 달라진 것은 그 때의 내가 닥터마틴 부츠를 신을 때는 어떤 바지랑 잘 어울릴지만 고민했지만 지금의 나는 조금 더 다양한 것을 고민한다.

 

군의관이 만든 신발이니까 밀리터리룩의 느낌을 낼지, 스킨 헤드나 모즈 족들에게 사랑받은 아이템이니까 영국 락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스타일을 할지, 한 때 노동자들에게 사랑받았으니 워크 웨어로 연출할지, 스트릿 패션의 아이콘이 됐으니 개성 넘치는 스트릿 스타일로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줄지를 고민하며 이 신발과 브랜드가 걸어온 모든 역사를 되새김질한다.


역사 공부를 하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을 꼭 한 번은 접한다. 맞는 말이지만 너무 고결해서 조금 부담스럽다. 사는게 재밌으려고 하는게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거창한 이유를 붙이기는 싫다. 하지만 패션도 역사를 배워두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음은 분명하다. 뭣도 모르고 입는 것보다 뭐라도 알고 입는 놈이 그렇지 않은 놈 보다는 살짝이라도 더 기깔난다. 멋있고 예쁘려고 옷을 입기에 기왕 입는 것 조금 더 기깔나게 입어보기를 권장한다. 다. 멋있고 예쁘려고 옷을 입기에 기왕 입는 것 조금 더 기깔나게 입어보기를 권장한다.

 

 

[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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