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연이 주는 시간 [시각예술]

멈춰서 바라볼 수 있는 순간. 잠시 쉬어 갈게요.
글 입력 2020.11.1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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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은 계절이 변화함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모습에서 느낄 수 있다. 자연은 유일하며 그에 따라 나타나는 날씨와 계절은 우리의 삶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그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시간과 자연이 수평을 이루다가 서로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계속 흘러가고 계절은 반복의 과정을 거치며 순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과 시간은 대체할 수 없으며 유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볼 수 있다. 시간은 빨리 지나간다고 생각하면 아쉬움이 느껴질 때도 있고 그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걸치면서 잠시 멈춰서 바라볼 때 더욱 명확하게 보이는 것을 느꼈다. 자연을 통해 바라본 시간의 흐름은 어느새 희미한 잔상처럼 남아 있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은 자연, 자연이 만든 또 다른 무언가를 통해 발현되고 있다.

 

 

 

수평의 축 (Axis of Hori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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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의 축”이라는 제목과 작품에 이끌렸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평형을 이루고 있다는 뜻의 수평과 축의 의미를 생각해보았다. 두 개의 대상이 동등하게 있고 그 가운데 축, 즉 경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전시의 보며 자연의 본래의 모습과 우리가 만들어 낸 또 다른 자연의 모습이 여러 형태로 표현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표현하는 사람에 따라, 방식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 그에 따라 같은 작품, 자연의 모습을 보더라도 각각의 해석 내용이 다르다. 작품의 해설과 전시의 기획 의도는 작품을 보며 다양한 관점에서의 해석을 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전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나무를 영상으로 기록한 작품이다. 자연의 현상을 실제 크기로 구현하기 위해 여러 화면을 연결하였다. 한 면을 가득 채운 작품을 보며 실제 숲속에서 나무를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작품의 배경을 살펴보면 자연의 모습을 온전히 담아내는 것의 어려움을 말하고 있다. 실제 형태와 거의 비슷하게 표현할 수 있지만 채울 수 없는 무언가 존재한다. 이렇게 자연을 기록하는 관점에서 작가의 의도와 그것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남겨진 그 누군가의 생각과 가치관을 떠올리며 다시 작품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Weather: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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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것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다시 한번 더 느끼게 해준 전시회이다.

 

하나의 프레임을 넘어서 각 작품의 주제에 맞는 방식을 활용하여 공간을 다채롭게 꾸몄다.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요소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특히 날씨라는 소재를 통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날씨, 그 자체를 직접 경험하여 느꼈던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작품이 많았다. 또한, 날씨에서 영감을 받아 상상을 자극하는 작품도 눈에 띄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날씨”에 대한 생각과 이미지를 각각 큰 주제로 묶어 여러 작품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준 것이다. 날씨의 여러 요소를 통해 자연과 일상 속 우리의 모습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전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는 따뜻함이 작품 속, 누군가의 일상에 함께 담겨 있었다. 자신이 가장 편안한 모습, 이를테면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잠든 아이와 같은 일상적인 모습을 담았다. 날씨에서 나타나는 자연의 느끼는 감정을 가장 솔직하고 꾸밈없이 표현했다.

 

*

 

힘든 상황을 겪거나 불확실한 상황에 놓였을 때는 불안과 무기력함으로 마냥 흘러가는 시간이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반대로 여행을 가거나 친구를 만날 때는 일상을 벗어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이때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을 만큼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연 속을 걸을 때, 문화생활을 즐길 때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자연을 기록하며 무언가 하나씩 채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자연을 통해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기록하고 새로운 형태로 표현하는 것. 그 자체로 예술 활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한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이 담긴 새로운 형태의 미를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루 동안 잠시 하늘을 올려보고 오늘을 기록하는 일도 우리가 자연을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다.

 

자연을 표현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방법 중에서 문화예술 속 자연의 모습은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바로 조화로운 삶의 모습,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통해 나타난 결과이다.

 

자연과 시간의 관계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자연이 주는 시간에서 내가 남길 수 있는 그 무언가 하나씩 채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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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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