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코코를 보고 [영화]

글 입력 2020.11.1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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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인터넷을 하던 중 어떤 영상의 댓글에서 “멕시코는 죽으면 ‘코코’인데 우리나라는 왜 신과 함께냐”라는 댓글을 보았다. 그 댓글을 보고 ‘코코’라는 영화에 관심이 생겼고 이 영화는 사후 세계를 아름답게 그린 영화인가보다는 생각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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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구엘은 음악을 하고 싶은 한 소년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음악을 경멸한다. 그 이유는 고조할아버지가 가족을 버리고 음악을 선택해 고조할머니 혼자 힘겹게 가정을 일궜기 때문이다.

 

노래 경연 대회에 참가하려던 중 미구엘은 그 고조할아버지가 유명한 가수인 델라 크루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사실에 흥분한 미구엘은 가족들에게 고조할아버지가 델라 크루즈였다며 자신도 음악을 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할머니가 기타를 부수고 강력히 반대하며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자 미구엘은 집을 뛰쳐나간다.

 

미구엘은 굴하지 않고 경연 대회에 참가하려는데 할머니가 기타를 부숴 기타가 없자 델라 크루즈 기념관에 있는 기타를 빌리기로 한다. 죽은 자들의 날에 죽은 자의 물건을 함부로 만진 미구엘은 사후 세계에 들어가게 되고 사후 세계에서 다시 이승으로 가기 위해 여러 일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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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사후 세계는 그 모습을 말하기가 입 아플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다우며 즐거워 보인다. 하지만 나는 ‘코코’를 부러워하던 댓글과 다르게 ‘신과 함께’가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 유명인은 여전히 유명인이고 거지는 여전히 거지이다. 명예, 권력, 부를 얻는 데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더라도 상관없다. 델라 크루즈는 헥터를 살해한 후 헥터의 능력을 훔쳐 연예인으로서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았고, 그것이 사후에도 이어진다.

 

여전히 연예인으로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호화로운 세상을 살고 있다. 잘못된 일을 하고도 걸리지만 않으면 그만인가? 헥터는 그로 인해 가족들에게 외면받고 사후 세계에서도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아마 ‘신과 함께’였다면 델라 크루즈는 첫 번째 재판에서 바로 지옥행이 결정됐을 텐데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한편으론 사후 세계에선 잘못된 일들이 모두 벌 받을 거라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자리 잡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쁜 사람들이 사후에서는 모두 벌 받을 것만 같은 생각 때문에 델라 크루즈를 더 용납할 수 없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델라 크루즈 같은 사람들이 사후에도 인기 속에서 호화롭게 산다면 피해자들에게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코코의 세계관이 별로 부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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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죽은 자들의 날에는 사후 세계의 사람들이 이승으로 올 기회가 생긴다. 그런데 이 기회도 누군가가 재단에 사진을 올려주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재단에 사진이 올라오지 않으면 이승으로 갈 수 없고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면 결국 사후 세계에서 또다시 죽음을 맞이하고 완전히 사라진다.

 

그렇다면 이승에서 어쩔 수 없이 외롭게 지냈던 사람들은 사후에서 또다시 외로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헥터는 델라 크루즈 때문에 억울한 죽임을 당하고 그로 인해 가족과 화해하지 못하여 재단에 사진도 올라가지 않고 가족들 모두 그를 잊어 사후 세계에서 자신이 잊힐까 전전긍긍하며 산다. 아마 델라 크루즈가 아니었다면 헥터의 사후는 달랐을 것이다.

 

영화 코코는 ‘기억’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풀어냈지만, 사후에 관해서는 그 어떤 영화보다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것 같다. 피해자의 고통이 사후에까지 이어진다는 점, 어쩌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사후에서 죄의 벌을 받을 것 같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점.

 

사후를 경험한 사람들은 이야기할 수 없기에, 더욱 궁금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것 같다. 과연 사후는 어떤 것일까?

 

 

[최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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