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타인의 인생영화 - 김 모씨의 미스리틀선샤인 [영화]

같이 난장판에서 춤을 춰 줄 사람이 있다면, 다 괜찮다.
글 입력 2020.11.1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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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인생영화 - 김민지.jpg


제 친구, 지인의 인생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록합니다.

 

메신저로 나눈 대화를 기반으로 합니다.

문장 교정, 매끄럽게 다듬기 용으로 수정을 거친 후

문맥을 살리기 위해 편집된 내용입니다.

 

 

*

아주 많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에 앞서 최고의 인생 영화를 하나만 꼽아주세요.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서울에 사는 이십대 중반 김OO 라고 합니다. 좋아하는 게 엄청 많고, 제가 좋다고 느낀 무언가를 누군가에게 (강제로) 떠먹여줄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이전 인터뷰 글을 보시고 연락을 주셨던 걸로 기억해요. 내 인생영화도 사실 이터널 선샤인이지만, 이미 다뤘으니 나는 미스 리틀 선샤인으로 말해보고 싶다 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제 기억이 맞나요?


네 맞아요! 누군가가 인생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이 두 영화 중에 하나를 꼽곤 했어요.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그 둘이어서, 그 날 대화를 하던 배경과 더 관련있는 영화로 대답을 하곤 하는데 최근에 그 질문에 대답할 자리가 있었을 때는 미스리틀선샤인을 말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 날의 무드에 맞게 두 영화 중에 하나를 골라 말한다고 한다.)

  

"이게 선대스에서 상을 받은 영화라서, 그 이후로는 선대스에서 상받았다고 하면 거의 무조건 봐. 이 영화가 너무 좋았어서 이런 영화 또 있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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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질의 포스터를 찾다 보니까 프랑스 버전을 찾았다. 제목 밑에 있는 부제 Une famille au bord de la crise de nerfs 는 신경 쇠약 직전의 가족 이라고 직역된다. 자신이 쓴 책의 출판을 밀어붙이고 있는 아빠와 요양원에서 쫓겨난 할아버지, 조종사가 될 때까지 말을 하기 않겠다며 침묵의 서약을 한 첫째 아들, 자살시도 후에 살아남아 이 가족들과 당분간 함께 지내게 된 삼촌까지. 캘리포니아의 한 호텔에서 열리는 어린이 미인 대회에 출전하기로 한 막내 딸을 위해 온 가족이 출동한다.



왜 이 영화를 인생영화로 꼽으시나요?


저는 기본적으로 '겉으로 봤을 땐 해맑아 보이는데 자세히 뜯어보면 난장판인' 서사를 좋아해요. 이 영화는 제목이 주는 어감이나 포스터를 봤을 때는 상당히 발랄한 느낌이지만 실제 주인공들의 처한 상황을 보면 절망적이고,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요. 그 대조적인 느낌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랑, 적어도 제가 살아온 삶이랑 상당히 닮아있는 것 같아서 영화를 보자마자 이건 앞으로 내 인생영화가 되겠군! 하고 생각했어요.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는데, 보면서 엉망진창 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르더라구요.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주로 어떤 생각을 하세요? 저는 초반부엔 오... ㅇ0ㅇ...오... 엉망진창이다.... ㅠㅠ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OO씨한테 물어보고 싶었어요. 무슨 생각이 드나.


오 맞아요. 저도 '진짜 이거 엉망진창이구만~ '생각했죠. 가족 구성원 한 명 한 명도 그렇고 1박 2일에 여행 속에서 함께 겪게 되는 일들도 그렇고요. 저는 그냥 이 영화를 보면 수채화 물감으로 그림을 그릴 때요. 회색이 대부분인 물통에 노란색 물감을 조금씩 떨어뜨리는 기분? 그런 기분이 들어요. 사실 우리 인생이 뜻대로 안되는 일이 많고 서로가 서로를 짜증나게 하는 일도 많은데, 가끔 확실히 나에게 햇살처럼 비춰지는 기쁨이나 따뜻함이 또 있기도 하잖아요.

 

생각은,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가족간의 유대나 사랑을 크게 체감하며 사는 편이 아닌데요. 엄청난 사랑 영화를 보고나면 어딘가에 있을, 진정으로 나를 잘 알아줄 소울메이트와의 사랑을 다시금 꿈꾸게 되는 것 처럼, 저는 이 영화를 보면 가족간의 사랑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애증의 관계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가족의 사랑이란 어떤 사랑보다 크구나,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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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엔 이 영화를 보면서 정말 아슬아슬했어요. 진짜 이 가족은 애증이구나. 싶었는데, 뒤로 갈수록 그래도 가족 간의 사랑, 유대에 대해 말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었어요.


맞아요 맞아요. 영화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처음 저녁식사 하는 장면은 짧은데도 가족들 서로의 관계나 개개인의 특성이 볼 수 있어서 너무 재밌더라고요. 캐릭터들을 정말 디테일하게 설정한 것 같았어요.



이 영화를 총 몇 번이나 보셨나요? 두 번 이상 보셨다면, 언제 이 영화를 찾게 되는지 궁금해요.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아마 2015년으로 기억해요. 총 5,6 번 정도 봤어요.

 

어린 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를 보고 싶어지는 때가 있어요. 플로리다 프로젝트나, 우리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이라는 영화들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데 (전부 왓챠 별점 5점을 준 영화들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주인공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아직까지 누구에 의해서도 정형화되지 않거나 규정되지 않은 아이들의 세계에서 배울 점이 많더라고요. 뭔가 일을 단순하게 바라 보면서도, 누구보다 솔직하고 용기 있는 생각이나 행동을 하니까요. 그래서 '지금 내 인생에 단순하고도 지혜로운 해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영화를 찾았던 것 같아요.

 

 

정확히 말하면 인생에서 약간 주저할 때, 어떤 해답이 필요할 때 아이들이 보여주는 답을 보고 싶어서 아이들이 나오는 영화를 본다. 라고 이해가 되는데요. 그럼 머릿속에 질문이 많아 꽉 막힌 것 같을 때 이 영화를 찾으시는 건가요? 이 영화를 보고나면 좀 마음이 편해질 것 같긴 하네요.


올리브가 정말 편견도 없고 의리도 있고 끈기도 있는 사랑스러운 아이잖아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기도 해서 힘이 나요. 근데 사실 마음이 편할 때 봐도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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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단연, 올리브겠군요!


아닌데요.


헉 그렇다면 누구죠.


아 한명만 고르기 힘들어요. 가장 좋아하는 조합으로 말하면 안 될까요? 삼촌 프랭크-드웨인, 그리고 엄마-올리브 이 두 관계가 너무 소중해서 누구만 고르기가 힘드네요. ("제외된 아빠, 할아버지는 눈감아.") 그래도 굳이 한 명만 꼽자면, 올리브의 오빠인 드웨인이 가장 좋아요. 인물설정이 워낙 파격적이어서.

 

 

2015년부터 총 대여섯 번 이 영화를 봤다면, 영화를 볼 때마다 감상이라거나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의 폭에 대해 달라지는 걸 느끼신 적이 있으세요?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스물한살이었는데, 그때는 드웨인과 올리브의 감정에 엄청 집중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때 제 나이나 모습이 영화 속 어른들 보다는 아이, 청소년과 더 가까웠으니까요. 근데 얼마 전에 다시 봤을 때는 아빠의 성장서사가 주는 감동이 꽤나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 영화 속 아빠 진짜 손에 꼽게 비호감이잖아요?


엄청 자기중심적이고 재수 없는 인간이었던 아빠가 가족들과 일련의 사건을 함께 하면서 가장 큰 액션으로 가족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는 장면에서 눈물이 막 나더라고요. 어른의 고집이 얼마나 무서운지, 성격이 바뀌는게 얼마나 힘든건지 점점 알게 되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영화 처음 봤을 때 최애로 꼽았던 장면이 있는데 이번에 다시 봤을 때는 그 때만큼의 울림이 없었어요. 드웨인이랑 삼촌이 바다를 보면서 대화를 하는 장면이에요. 그냥 자고 일어나면 힘든 시간 다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드웨인이 토로하는 장면. 이제는 불안정하고 힘든 시간을 지나왔다고 생각해서 예전만큼의 감동은 없었나 봐요.

 

"나는 영화를 다같이 보고 얘기하는 게 익숙해서 그런지, 소개하듯이 말하려고 하니까 어렵다. "

 

"그러게. 굉장히 분석적인 관점으로 이야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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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영화가 인생영화라고 표현되는 이유는 자기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당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요?


저는 '인생이 난장판이 된 춤사위 같아지더라도 그 리듬에 같이 춤을 춰 줄 사람이 있으면 다 괜찮다. '고 생각하게 된 거 같습니다.


아. 이제 좀 알겠네요. 이 영화는 정말 '누군가와 함께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는 메시지를 주네요. 정말. 그런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특정한 인물을 꼽기 보다는, 살아가면서 우리는 아주 많은 것들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갖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살아가잖아요. 인생의 순간순간마다 그런 이야기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던 거 같아요. 동갑내기 친구일 때도 있었고, 선생님일 때도 있었고, 별 연결고리가 없는 사람일 때도 있었고.


항상 누군가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인생의 여러 고비들을 잘 넘어온 게 아닌가... 이 밤에 이런 생각이 다 드네요.


그렇죠 그렇죠. 그래서 늘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고. 저희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라는 것에 자긍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영화 속에 삼촌 프랭크와 드웨인도 상당히 적절한 인생의 순간에 서로를 만나서 되게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 되잖아요.


좋은 말이네요.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힘들 때 힘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앞서 말씀하신 대답에 비추어 본다면, 나또한 누군가의 난장판이 된 춤사위에 기꺼이 함께 춰 줄 수 있다.


그렇죠. 그래서 그런 생각을 들게 하는 이 영화가 너무 좋고.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꼭 봐 줬으면 좋겠더라고요.

 

 

이 영화에 대해 코멘트를 남긴다면? *왓챠에 코멘트를 남긴다고 생각해주세요. 왓챠의 코멘트를 참고하고 오셔도 좋습니다, 만약 참고하신다면 어떤 코멘트를 참고하고 영감을 받았는지 알려주세요.


더 신박한 사건이 일어날 수 있나, 싶을 때 그걸 비웃기라도 하듯 새로운 시련은 꾸준히도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내 맘 같지 않은 세상 일들은 들로 괴로움으로 가득하지만, 진흙탕 위에서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늘 그렇듯 우리는 한 번 더 살아갈 힘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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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을 익히 들어본 영화였고, 언젠간 봐야지 봐야지하며 미루던 영화였다. 이 친구가 인생영화라고 말하길래 인터뷰를 위해 드디어 영화를 봤다. 1시간 40분 짜리 영화인데, 우당탕탕 벌어지는 일들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잘 봤다. 정말 좋은 가족 영화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는 ‘가장 큰 위로는 무슨 말을 건네지 않아도 된다. 가족은 큰 힘이 된다. 인생에 온갖 시련이 한꺼번에 몰려와도 어떻게 살아갈 힘이 난다’고 남겼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가족을 생각했지만, 김 모씨는 굳이 가족이라고 한정짓지 않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인생의 풍파를 함께 맞아줄 이가 있다면, 나는 기꺼이 춤출 수 있다.’라. 왜 자꾸 춤을 춘다고 표현을 할까 생각했는데 번뜩 영화의 후반부 장면이 떠올랐다. 아 그래서 너가 자꾸 춤을 추겠다고 말한 거구나. "어! 그게 정말 웃으면서 눈물나는 포인트라니까!"

 

 

[우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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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bluecat
    • 타인의 인생영화 코너 너무 좋네요, 영화를 통해 한 사람의 인생철학을 들여다보는 기분이에요
    • 0 0
    • 댓글 닫기댓글 (1)
  •  
  • ㅈㅈㅜㄴ
    • 2020.11.18 17:28:16
    • |
    • 신고
    • bluecat그렇죠, 제가 궁금했던 건 어떤 영화를 인생영화로 꼽을까? 왜 꼽을까였는데 만들다보니 다른사람의 인생을 조금씩 알게 되더라구요. 감사해요. 꾸준히 만들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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