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간 블렌딩 - 어제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

글 입력 2020.11.0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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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는 듯이 사는 시간들을 보며, 누군가 대신 나의 시간을 사는 듯한 인상. 그래서 지난 시간들을 다시 걸어가 보며, 어두운 시간들을 조명했다. 샤랄라 한 빛을 비추니 그럴듯한 현재가 되어 생동감 있게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해. 그렇게 시작된 글들이, 시간들이 하나 둘. (중략)

 

그리고 앞에 놓인 시간들을 풍요로이 쓸 수 있는 이정표가 되길 작게 소망.

 


들어가는 말을 읽으며, 나의 요즘 상황에 매우 필요한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 나갔다. 그리고 나에게 놓인 시간들을 풍요롭게 쓸 수 있는 힌트를 얻은 것 같아 기분이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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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지루하고 재미없는 느낌을 참을 수가 없다. 하루가 기대되는 게 아니라, 오늘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지? 지루해 미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도 가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며, 친구들도 자주 만나지 못하고 항상 집과 아르바이트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나중에 취업을 하고 회사를 다닌다면 그때도 이런 지루함이 찾아오겠지? 이런 지루함을 참을 수 없어서 온종일 유튜브, 웹툰, 예능 프로그램으로 겨우 하루를 지내지만 뭔가 남는 건 없고 허전한 느낌은 숨길 수 없었다.


<시간 블렌딩>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반복되는 일상도 본인이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책의 저자는 커피를 마시며 이 책의 글들을 적었다고 한다. 정말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가 카페에 앉아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고, 커피의 씁쓸하고 달콤한 향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은 그냥 종이일 뿐인데 이런 감정을 일으키는 게 정말 신기한 것 같다.


나는 커피를 참 좋아한다. 그래서 원래 카페를 자주 갔었고, 혼자서도 카페에 가서 이런저런 일들을 하는 걸 좋아했다. 사람들도 구경하고 해가 지는 과정을 느끼면서 음악도 듣고, 커피도 마시고 저녁은 뭘 먹을지 고민하며 집에 돌아가는 길도 좋아했다. 그런데 요즘 코로나로 인해 카페도 자주 못 가고 사람도 잘 못 만나기에 참 아쉽다. 사실 커피는 언제든 마실 수 있고, 요즘은 테이크 아웃으로 커피를 포장해가면 되니까 그 건 괜찮은데, 뭔가 마음이 허전하고 커피도 예전처럼 맛있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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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보다는 커피 마시는 그 시간이 더 좋은 거겠지.” 라는 책의 뒤편의 문구에 정말 공감한다. 친구들과 카페에 가서 수다 떨며 이야기하는 그 시간이 너무나도 그립다. 커피는 사실 언제든지 마실 수 있지만 예전처럼 커피가 맛있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사람과 시간의 부재에서 오는 거겠지.

 

다시 카페에 앉아 도란도란 가족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때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은 그래도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다채롭게 채울 수 있도록 다른 취미를 찾거나 해봐야겠다.

 

 
++
 
20년 전, 그 당시 친구에게 이런 말 했던 게 기억납니다.
 
"창밖을 보면, 햇빛을 보게 될 테고, 햇빛을 보게 되면, 대충 몇 시인지 짐작이 되지. 모른 채로 있다가 수업 마치고 하교하면, 시간이 참 빨리 갔다고 느껴지는데…. 계속 시간을 인지하고 있으면 뒤뚱거리며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지거든…. 특히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의 햇빛이 가장 싫어. 일요일 오후 2시에서 3시는 더 죽을 맛이야. 다음날 학교 갈 생각 하면…. 햇빛의 변화가 선명한날도 싫고…. 구름 껴서 하루가 계속 우중충한 날, 창밖을 봐도 시간을 짐작할 수 없는 그런 날이 좋아."
 
지금은 현직에서 100년 이상 된 유물을 촬영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루 8시간을 앉은 자리에서 100년 이상 된 고서들, 시간들을 만지다 보니 문득 시간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충분히 시간을 두고 생각했습니다. 한 달 후 갑자기 죽으면 무엇을 할까? 가치 있고, 소중한 것들을 하자로 귀결되더군요. 그렇다고 당장 생계를 내려놓고 하고 싶은 것도 할 순 없겠지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일까. 이런 생각들을 해오며, 행복한 시간을 발견했어요. 이른 오전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면 만족하는 저를 찾았지요.
 
펼쳐질 내용들은 커피를 마시며 쓴 기록이자 이야기입니다. 부끄럽습니다만 천천히 부드럽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셈해보니 20년이 걸렸거든요. 반갑고 감사해 햇빛!
 
- 저자 영진
 


 

시간 블렌딩
- 화요일 점심과 에스프레소 -
 

지은이 : 영진

출판사 : 메이드인

분야
그림/사진 에세이

규격
152*225

쪽 수 : 192쪽

발행일
2020년 10월 01일

정가 : 13,000원

ISBN
979-11-90545-06-8 (03810)

 


[정윤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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