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꾸준한 글쓰기의 힘 [사람]

매일 글쓰기를 하면서 배운 것들
글 입력 2020.11.0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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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를 깨트리는, 겸손의 글쓰기


   

9월부터 1일 1글쓰기 100일 도전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블로그에 글을 쓴 지 어느덧 2달이 넘었다. 매일매일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무엇이든 대충 하는 걸 싫어하는 완벽주의적 성격 때문에, 글을 쓰기가 참 힘들었다. 내 글이 못났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너무 부끄러웠다. 잘 쓴 글과 비교하며 쓰다 지우고를 반복하다가, 결국 지쳐서 노트북을 덮어버린 적이 수없이 많았다. 그런데 매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미완성의 글도, 못난 글도, 부끄러운 글도, 자정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올려야만 했다.

 

매일매일 글을 써본 후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사실은 완벽주의 성향이 아니라, 그저 오만했다는 것을. 실력은 없는데 잘 쓰고 싶은 욕심만 크다 보니, 써지지 않았다. 잘 모르는 것에 관하여 아는 척 쓰려고 하니, 써지지 않았다. 유명한 작가의 아름다운 문장을 흉내 내도 글에는 허세와 어설픔이 묻어났다. 글은 그 무엇보다 정직하게 나를 비춘다. 정확하게 내 실력만큼 글이 나오고, 내가 아는 만큼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래서 글을 쓸 때는 언제나 솔직하고 겸손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겸손한 마음으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나의 글을 썼을 때, 비로소 글이 써지기 시작했다.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더 많이 연습하고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 연습하지 않고 공부하지 않고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욕심내는 순간, 다시 글을 써지지 않는다.

 

그래서 매일 글쓰기를 하면서 겸손의 마음을 배운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을 갖기 전에, 더 연습하고 더 노력할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노력보다 더 큰 결과를 바랄 때, 어김없이 글은 나에게 단호하게 말을 건넨다. "그 사람만큼 글을 많이 써봤어? 네가 잘 아는 거야? 공부는 많이 했어?" 때로는 정말 못난 글을 쓰는 날도 있고, 가끔은 꽤 괜찮은 글이 나오기도 한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못나면 못난 대로, 그날의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쓴다. 더 잘 쓰기 위해서, 결과보다 노력에 집중하게 된다. 더 열심히 쓰고, 더 많이 공부한다. 오늘도 글을 쓰면서, 완벽주의를 극복하는 연습, 나의 오만함을 극복하는 연습을 한다.

 

그런데 이것은 비단 글쓰기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공부나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결과를 내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지만, 현실의 내가 그렇지 못할 때, 그 일을 도전하고 실천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좋은 결과를 낼 만큼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을, 사실은 누구보다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벽하게 하고 싶은 마음,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커질수록, 행동하는 것이 더 두렵고 힘들었다. 이때 필요한 것은 겸손한 마음으로, 현재 나의 수준을 인정하는 것이다. 지나친 욕심을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을 갖게 되었을 때, 조금씩 실천하는 것의 두려움은 사라졌다. 그렇게 겸손한 마음으로 과정에 집중할수록, 좋은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왔다.

 

어쩌면, 완벽주의는 오만함의 다른 말이 아니었을까? 애초에 완벽이라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완벽은 내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오직 완벽에 다가서기 위한 노력만이 있을 뿐이다. 최선을 다한 노력이 끝난 후에도 아쉬움과 부족함이 남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진 현실이 있을 것이다. 완벽하지 않은 나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면, 도전하고 실천하는 내가 될 수 있다.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서 배운 지혜였다. 글쓰기는 나에게 'Just do it'을 가르쳐 주었다. 매일 글을 쓸수록, 겸손한 마음으로 완벽주의를 깨트렸고, 점차 나는 무엇이든 도전하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갔다.

 

이제는 항상 어려운 일을 마주할 때마다, 글쓰기를 할 때의 마음가짐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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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소통의 글쓰기


 

글쓰기는 내 생각과 감정을 정성스럽게 글에 담는 작업이다. 단어 하나하나를 조합해 문장을 만들고, 그 문장을 수십 개 나열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에 담는다. 그리고 내가 의도한 대로 의미가 잘 전달되는지, 상대방에게 어떤 오해를 불러일으키지는 않는지, 내가 쓴 글을 다시 확인하고 다듬는 작업까지 끝내면, 비로소 한 편의 글이 완성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외부의 환경으로부터 분리되어,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글을 쓰면서 내 생각과 감정에 집중하는 시간은 자기 자신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또한, 내가 쓴 글을 다시 읽고 퇴고할 때, 나의 논리와 생각에 오류가 없는지 다시 한번 살피게 된다. 이때, 한걸음 떨어져서 나를 바라보며 객관화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으면서, 자기 생각과 비교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을 꾸준히 지속하면, 나만의 고유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내가 가진 색깔이 무엇인지 점차 선명하게 알 수 있다. 이처럼, 글을 쓴다는 것은 타인과 소통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나 자신과 가장 많은 소통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2달 넘도록 매일 글을 쓰면서,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 다양한 소재에 관하여 내가 느낀 생각과 감정을 글에 담으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를 더욱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나도 몰랐던 내 삶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만약 내가 꾸준히 글쓰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깨닫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나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하여, 삶의 뿌리와 중심을 더욱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내 마음을 돌볼 겨를도 없고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이 없다.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우리는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관성으로 살아가게 된다. 학교에서는 오늘 해야 할 공부를 하고, 회사에서는 상사가 시키는 업무를 한다. 주어진 틀에 맞춰서 하루하루 반복되는 기계적인 시간을 살아가다 보면, 어느샌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렇기에, 잠시 멈춰서 호흡을 가다듬고, 나의 생각과 감정에 집중해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나는 글쓰기가 바로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매일 글을 쓰는 시간은 바쁜 일상으로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해 줄 것이다. 글쓰기는 자기 자신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글을 보게 된다면, 그때의 나를 다시 만날 수 있다. 2017년의 나를 만나 과거를 추억하기도 하고, 2018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조언을 건네며, 2019년의 나에게 위로를 받는다. 과거의 내가 그 글에 살아 숨 쉬며, 현재의 나에게 말을 건넨다. 위로를, 희망을, 기쁨을 이야기한다. 종종 내가 쓴 과거의 글이 다른 사람이 쓴 책을 읽는 것보다 훨씬 더 도움이 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사소한 글쓰기가 내 삶의 튼튼한 버팀목이었음을 실감한다.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부지런한 사랑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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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강연 1,211회에서 처음으로 이슬아 작가님을 보았다. 그때 작가님께서 하신 말씀이 잊혀지지 않았다. "글쓰기는 부지런한 사랑입니다." 글쓰기라는 행위를 이보다 더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 강연을 인상 깊게 보고서, 작가님에 대해서 이것저것 찾아보았다. 나보다 한 살 더 많은 29살의 나이에, 참 많은 글을 쓰고 계셨다. 매일 글 한 편을 메일로 발송하는 <일간 이슬아>를 연재하고, 어느덧 쓰신 책이 5권을 넘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글을 쓸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을 이번에 꾸준한 글쓰기를 하면서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많은 글을 쓸 수 있었던 작가님의 비결은 '부지런한 사랑'에 있었다.

 

처음에는 글쓰기의 소재가 넘쳐났다. 열심히 내 안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서 글에 담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한 달이 넘어가자, 내 안의 이야기가 슬슬 고갈되기 시작했다. 오늘은 글을 다 썼는데, 내일은 또 뭐 쓰지? 스물여덟이 되도록 나는 뭐 하고 살았지? 왜 이렇게 쓸 게 없을까? 답답함과 회의감이 들었다. 온종일 소재를 찾기 위해 몸과 마음이 분주하다. 좋은 아이디어와 글감을 발견해도 끝이 아니다. 그다음 날 또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라도 더 흥미로운 소재와 재미있는 글감을 수집하기 위해서 온 신경이 곤두서있다. 마치 금광을 찾기 위해 얼굴을 바닥에 들이밀고, 모래알을 하나하나 주의 깊게 살피는 금속탐지기가 된 것만 같다. 이걸 두고 '힘들다, 스트레스 받는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슬아 작가님은 '부지런한 사랑'이라 말씀하셨다.

 

더 많은 글감을 발견하려면,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것들도 유심히 관찰해야만 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더 많은 책을 읽어야만 했다. 평소라면 쉽게 흘려버릴 생각도, 메모장을 펼쳐 기록해야만 했다. 멍-하게 보던 유튜브도, 조금 더 신경을 곤두세우고 집중해야만 했다. 꽤 힘들었지만, 인생이 훨씬 풍부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 전과 다를 것이 없었던 하루가, 매일 글을 썼던 두 달은 조금 더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새로운 것을 느끼고 배우기 위해서,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갖고 사소한 것도 유심히 보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모두 글로 기록하다 보니, 꾸준히 글을 썼던 두 달은 훨씬 더 다채롭고 풍부할 수밖에 없었다.

  

내 안에서만 글감을 꺼내다 보면, 언젠가 고갈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점차 '나'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것에서, 시선은 자연스레 바깥으로 이동한다. 내가 만나는 사람,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하나씩 글에 담는다. 글에 담으려면 그 대상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관심을 갖고, 애정을 갖고서, 마음을 써야 한다. 그 과정이 작가님께서 말씀하신 부지런한 사랑이다. 결국,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을 부지런히 사랑하는 것이다.

 

작가님은 나보다 1년 더 일찍 세상에 나오셨을 뿐이다. 그런데 그녀가 쓰는 글의 양은 엄청나다. 이제서야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다. 내가 무심히 지나친 모든 순간을, 그 순간에 담긴 금광들을 하나하나 잡아내셨을 것이다. 그러니 그녀의 삶은 온전히 그녀의 것이 되었고, 나의 삶은 대부분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28년 동안 인생을 살아왔으면서도, 그렇게 쓸 것이 없는 게 아닐까. 특별한 경험이 없어서가 아니라, 관심과 애정을 갖고 바라보지 않았기에. 꾸준한 글쓰기를 하면서 깨달았다. 내게 주어진 수많은 하루하루를, 나를 둘러싼 세상을 부지런히 사랑하지 않았구나.

 


글을 꾸준히 쓰다 보면, 재미있는 변화가 일어납니다. 처음에는 '나'로만 시작했던 글쓰기가, 점차 2인칭, 3인칭으로 확장되어 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나 자신에게만 갇히지 않고, 나를 둘러싼 세상으로 시선을 옮기는 것이죠. 그러면서 입체적인 관찰을 시도합니다. 저는 이것이 글쓰기가 주는 부지런한 사랑이라 이야기합니다.

 

꾸준한 글쓰기는 나에 대한 사랑이, 나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사랑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름다운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 작가, 이슬아

 

 

내가 쓴 글에는 '나'가 정말 많다. 온통 나에 관한 이야기뿐이다. 그래서 때로는 답답하고, 자기 자신 안에 갇혀버린 느낌이 들곤 한다. 가끔 글을 쓸 때는 몰랐다. 그런데 매일매일 글을 쓰다 보니, 온통 '나'에 관한 글쓰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도 계속 쓰다 보니, '나'로 시작하는 글이 언젠가 끝이 있음을 알았다. 2달이 지난 벌써 '나'에 관한 글을 쓰기가 어려워졌다. 그렇게 점차 시선이 나를 둘러싼 세상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매일 만나던 친구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길거리의 흔해 빠진 비둘기를 보면서도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매일 걷던 집 앞 산책로를 천천히 걸으며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 시작했던 소재 찾기 시간이, 내 삶의 풍요로 이어졌다.

 

나에 관한 이야기를 글에 담는 것도 정말 좋다. 하지만 언젠가 나에 관한 이야기가 고갈되었을 때, 이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조금씩 담아보자. 삶의 소중한 순간, 친구와 함께한 추억들,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들, 나를 둘러싼 아름다운 세상에 대해서 글을 쓰자. 그럴수록, 우리의 삶은 훨씬 더 풍요와 다채로움으로 가득할 것이다. 내 안에 갇히지 않고 우리의 이야기에 관하여 글을 쓸 때, 더 많은 걸 배우고 깨닫게 될 것이다. 이것은 꾸준한 글쓰기가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자 가르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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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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