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은 관찰하며 살고 있나요? [문화 전반]

관찰은 나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일
글 입력 2020.11.0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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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인스타그램을 오래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이유는 좋은 영향력을 받는 소통 창구를 찾고 싶어서였다. 나에게 있어 좋은 영향력이라 하면 깔깔 웃는 재미요소보다는 “어떤 삶을 추구하며 살아야 할까?“라는 의문점을 던져 주는 콘텐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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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컨셉진’은 <우리와 함께하는 동안 당신의 일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집니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다. 일상생활을 보다 따뜻하게 채워줄 수 있는 모든 순간들을 직접 취재하며 구독자분들의 사연을 가득 담아 일상의 소중함을 한층 더 가꾸어준다.

 

컨셉진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당신의 삶을 들려달라며, 요새 당신이 관심과 사랑을 쏟는 일은 무엇인지 궁금하니 글의 형태와 상관없이 사연을 보내달라고 했다. 누군가에게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서슴없이 쏟는 일을 워낙 부끄러워하는 성격이라, 모르는 사람에게라도 ‘나는 요새 이것에 관심이 있어요!’라며 내 이야기를 들려주길 굉장히 원했다. 그렇게, 나는 집 앞 공원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 동안 생각했던 일을 꾸밈없이 적어 내려갔다.

 

요즘은 저녁 8시만 기다린다. 양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검은색 러닝화를 질끈 묶어 선선한 밖으로 나선다. 공원에서는 다양한 동네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한 아저씨가 돗자리를 펴고 앉아 흐르는 시냇물을 바라보고 계셨다. 그렇게 무작정 걷다 보면 평온하고 여유로운 사람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난 모르지만, 이분들도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냈겠지. 바쁜 시간들을 뒤로하고 잠깐이나마 자신을 위해 건전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들이 멋있다고 생각하며 얼른 사진에 담았다. 이렇게 공원에서 잔잔한 행복을 배운다. 내일도 소소한 행복을 배우기 위해 공원에 갈 예정이다.

 

7줄의 소중한 글이 잡지 구독자 칸 안에 실렸고, 에디터 분에게 잡지를 선물해드리겠다는 메일을 받았다. 누군가에게 하루의 일상을 잘 보내고 있냐고 물으면 맘에 드는 색깔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보다, 무채색으로 같은 그림을 반복해서 그리고 있다는 사람들의 말을 자주 들었을 것이다. 나 또한 후자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컨셉진>을 만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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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5cm의 작은 수첩 같은 특색 있는 잡지 안에 매번 새로운 일상의 영감을 줄 수 있는 주제를 포함하여 삶의 행복이 중요한 가치임을 알려주는 <컨셉진>은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주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먼 미래의 목표만을 위해 달려가는 것만큼이나 하루하루 선물처럼 내려오는 일상에서의 모든 순간의 ‘촉’을 늘 머금고 살아가야 한다는 중요한 가치관을 한 번 더 심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그래서 <컨셉진> 덕분에 나는 일상에서 ‘관찰’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반복되는 나의 일상의 영상 프레임 안에서 다 보지 못하고 넘겼던 장면들이 뭐가 있었을까, 하며 곱씹어 본다. 분명히 지나친 순간이 있었을 텐데 그 순간들을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요새는 기록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친구와의 의미 있는 대화를, 날씨에 따른 나의 기분을, 상대방한테 하지 못했던 말들을, 다양하게 찾아오는 나의 감정들을 적어 내려간다.

 

이 기록은 하나의 도구에만 적용되지 않고, 판을 굉장히 넓게 가지고 있다.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기, 수첩, tumbler, 휴대폰 메모, 인스타그램 스토리, 피드 등등. 특정 한 군데에만 구애받지 않고, 틀을 만들어 놓지 않고 자유롭게 나의 기록을 차곡차곡 올려 나간다.

 

적재적소한 타이밍에, 이번 <컨셉진>의 84호는 당신은 관찰하며 살고 있나요?라는 주제로 첫 장을 넘기자마자 관찰의 대상을 추천해 준다. 얼굴을 관찰하는 사람, 공기를 관찰하는 사람, 부모님이 좋아하는 반찬을 관찰하는 사람, 소리에 집중하는 사람, 일몰을 관찰해보는 사람, 사랑받는 사람의 말투를 관찰해보는 사람 등 예상하지 못하고 가뿐히 스쳐 지나갈 수 있는 관찰의 대상들을 하나씩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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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년부터 해바라기를 좋아하게 되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은 대가로 “왜 해바라기를 좋아해?”라는 질문이 들어왔을 때, 단순히 “예뻐서”라는 말로 밖에 표현하지 못했다. 누구나 좋아하는 대상과 이유는 “예뻐서”이고, 타당한 다른 이유가 있어야 그 대상을 오래 좋아하고 꾸준히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 요새는 해바라기만 보면 사진을 찍는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자주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식물이든, 사람이든, 사물이든 그 무엇이 되었든 모든 것에 좋아하는 이유와 그에 대한 의미를 내 것으로 만들어나가야 된다는 생각이 더욱 가득 찬다. 해바라기를 나만의 관찰을 통해, 나만의 스토리로 풀어나갈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들뜬다. 그렇게 관심 갖는 모든 대상을 단면적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심층적으로 들여다봐야 그 대상을 알고, ‘나’라는 사람을 알게 된다고 믿는다. 누군가 또다시 “해바라기를 좋아하는 이유가 뭐야?”라고 물어볼 때, 나만이 내릴 수 있는 답을 찾기 위해 꾸준히 관찰해봐야겠다.

 

이런 미세한 관찰 대상의 점들이 모여, 연결되며 선을 만들고, 선들이 가지런히 붙어 면을 이룰 때에 우리는 우리 삶에 색다른 형태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오늘 내가 꾸준히 관찰할 대상을 하나 정해보는 건 어떨까? 관찰을 한다는 건, 한 마리의 새가 된다는 것과도 같은 것 같다. 갓 태어난 새가 알을 깨고 처음 보는 세상처럼 드라마틱한 순간이 연출되지는 않지만, 오늘보다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순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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