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프랑스판 '기생충' - 글로리아를 위하여 [영화]

다가오는 글로리아들을 위하여
글 입력 2020.11.04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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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크레디트가 오르고 영화관을 빠져나오며, 한동안은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벙 찔지도 모른다. 포스터만 보고 모성애에 관한 따뜻한 영화이겠거니 했던 예상이 프랑스 판 ‘사랑과 전쟁’인가? 싶은 파격적인 내용으로 완전히 산산조각 나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단순히 프랑스판 ‘사랑과 전쟁’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프랑스판 ‘기생충’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사회비판적인 성격이 강하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사운드 트랙 사이로 부부 ‘니코’와 ‘마틸다’ 사이에 아이 ‘글로리아’가 태어나며 영화는 시작된다. 글로리아의 탄생을 축복하기 위해 마틸다의 엄마이자 글로리아의 할머니인 ‘실비’와 그녀의 두 번째 남편 ‘르샤르’, 그리고 마틸다의 의붓동생 부부 ‘오로라’와 ‘브루노’가 한 자리에 모인다.
 
이 자리에는 오지 못했지만 살인죄로 복역을 마치고 출소하는 마틸다의 친아버지 ‘다니엘’ 역시 글로리아의 출생 소식을 듣고 그녀를 축복한다. 영화는 이들 모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각각의 사회의 단면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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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의 아빠 니코는 우버 운전자로 하루하루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려는 가장이다. 하지만 어느 날 닥쳐온 괴한의 습격으로 오른팔을 다치게 되고 더 이상 우버 운전자 일을 못하게 되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졸지에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게 되어버린 마틸다는 육아는 복역한 아빠 다니엘에게 맡긴다 치더라도 당장의 살 길이 막막하다.
 
어디서도 자신을 안정적으로 고용해주지 않자, 동생 부부 오로라와 브루노의 가게 2호점 점장이 되고자 자신의 제부와 적절치 못한 관계를 맺는다. 설상가상으로 일을 못하게 된 니코는 자신의 진단서를 작성한 의사를 해치게 된다. 이 사건을 수습하러 다니엘과 함께 의사의 집으로 찾아 간 실비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자신의 비밀을 말하게 되는데….
 
 
아래부터는 영화의 스포일러 및
해석이 담겨있습니다.
 
 
왜 이 영화를 보며 염상섭의 ‘삼대’가 떠올랐는지 모를 일이다. ‘삼대’와 ‘글로리아를 위하여’의 캐릭터 성격은 전혀 다르지만 주인공들이 각 계층을 대표하고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충돌하는 구조가 비슷하다고 생각됐기 때문일까.
 
우선 글로리아의 할머니 할아버지인 실비와 르샤르, 그리고 다니엘은 소외된 노인 계층, 또 현세대의 부모 계층의 모습을 보인다. 과거에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몸까지 팔아야 했던 아픈 기억을 가진 할머니 실비. 그녀는 노동조합이고 파업이고 길게 볼 여유 없이 당장의 벌이가 중요하다.
 
또 성실한 버스 기사로 살아가지만 작은 실수에도 잘리고 마는 르샤르 그리고 감옥살이로 등록된 거주지가 없어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다니엘 등 그들의 모습은 눈만 돌려도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노인들의 절망을 표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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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니엘의 두 번의 희생 역시 부모세대의 희생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죽이고 수십 년 간 감옥에서 나오지 못한 것은 어쩌면 전쟁을 치른 부모세대의 모습을, 그리고 또 글로리아를 위해 니콜라의 죄를 덮어쓰는 희생은 어쩌면 또다시 손자 손녀를 돌보아야 하는, 혹은 역사의 뒤안길로 조용히 사라져 주어야 하는 부모세대의 희생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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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의 부모인 니코와 마틸다, 그리고 동생 부부 오로라와 브루노는 현세대의 모습을 표방한다. 특히 전자는 노동자 계층을 후자는 자본가 계층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겠다.
 
자본의 이름으로 노인이나 난민 등 약자들을 등쳐먹고 노동의 현장에서 마틸다와 부적절한 관계까지 맺은 후 철저히 외면해버리는 브루노의 모습은 자본가들의 부정적인 행태를 요약해서 보여준다. 그에 분노한 니코가 삽으로 그의 머리를 갈겨버린 것은 노동자의 분노를 함축적으로 보여주었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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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모든 갈등의 서사는 ‘글로리아를 위하여’라는 이유로 귀결된다. 자본가 '브루노' 역시 자신이 저지르는 악행들이 '글로리아를 위한 것'이라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기도 한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흔히 하는 변명처럼 말이다. 사실은 글로리아를 위한다는 것은 곧 다가오는 세대의 수많은 '글로리아들'을 위한 것들로 볼 수 있겠다. 즉 '글로리아'는 다가오는 미래세대를 상징하는 것이다.
 
저물어가는 세대와 다가오는 세대를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은 영화 <글로리아를 위하여>. 11월 현재 극장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
 
글로리아를 위하여
- Gloria Mundi -
  
 
감독 : 로베르 게디기앙
 

출연

아리안 아스카리드

제라드 메이란

장 피에르 다루생

아나이스 드무스티에

 

장르 : 드라마

개봉
2020년 10월 29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107분
 
 
[이강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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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ㅇㅇ
    • 저도 이 영화 참 재밌게 봤어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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