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늘의 향기는 - 시간 블렌딩

글 입력 2020.11.02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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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뗄레야 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

 

바로 '커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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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고 카페인을 거르면 소화가 안 되는 듯한 답답함을 느낀다. 나의 경우에도 커피를 굉장히 좋아해서 하루에 한 잔은 꼭 마셔줘야한다. 그것도 '맛있는' 커피로.

 

커피를 로스팅카페에서 처음 배운 탓에 쓸데없이 입맛이 고급이 되었다. 그래서 새로 생긴 카페를 갈 때 아메리카노 한 잔을 반드시 마셔준다. 매장이 어떤 원두를 쓰는지,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꼼꼼하게 둘러보고 최근엔 머신의 청결 상태까지 살펴본다.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커피의 기본은 원두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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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마시는 맛있는 커피 한 잔이 그 날의 기분을 좌우한다고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는 하루를 힘차게 살아갈 에너지를 불어넣어주고, 오후에 마시는 커피는 피곤함을 덜어주며 오전을 무사히 마치고 오후를 시작한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저녁에 마시는 커피는 하루의 마무리를 여유있게 회상하는 매개가 되어준다. 이처럼 커피 한 잔은 각성효과를 주는 음료로서의 역할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하루를 의미있게 하는 그 자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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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매일의 커피를 말하고 있다.

 

에스프레소부터 커피는 아니지만 패션후르츠와 같은 음료까지 그 날의 감성과 일과를 기록해두었다. 사진을 업으로 하는 점도 한 몫 했을까, 페이지마다 고해상도의 사진으로 작가의 시선을 대변한다.

 

사실 책을 덮고나서, 이 책은 리뷰를 작성하기에 적합한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까놓고 말하면 2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에서 차지하는 텍스트의 분량은 100페이지 언저리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사진으로 채워져있다. 어느 한 페이지도 하얀 백지로 처리된 페이지는 없다.

 

글과 함께 사진을 배치하고 스토리텔링을 한다. 텍스트만 단편적으로 봤을 때는 sns 한 두줄 작성한 글귀로 보였다. 하지만 사진을 보고 글을 다시 읽으면 마치 작가와 같은 곳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진으로 작가의 시선을 체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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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그날의 감성이 있다. 어떤 날은 씁쓸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달달하기도 하다. 이태원 클라스에 이런 대사가 나온 적이 있다.


'술맛이 달다는건 하루가 인상깊었다는 뜻이다'


커피도 음료도 마찬가지. 그 날의 감성을 음료에 녹여내 목구멍으로 넘기면 인상깊었던 하루가 마무리 되는 것이다.

 

그렇게 믿고 하루를 블렌딩하자.

 

 


 


20년 전, 그 당시 친구에게 이런 말 했던 게 기억납니다.
 
"창밖을 보면, 햇빛을 보게 될 테고, 햇빛을 보게 되면, 대충 몇 시인지 짐작이 되지. 모른 채로 있다가 수업 마치고 하교하면, 시간이 참 빨리 갔다고 느껴지는데…. 계속 시간을 인지하고 있으면 뒤뚱거리며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지거든…. 특히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의 햇빛이 가장 싫어. 일요일 오후 2시에서 3시는 더 죽을 맛이야. 다음날 학교 갈 생각 하면…. 햇빛의 변화가 선명한날도 싫고…. 구름 껴서 하루가 계속 우중충한 날, 창밖을 봐도 시간을 짐작할 수 없는 그런 날이 좋아."
 
지금은 현직에서 100년 이상 된 유물을 촬영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루 8시간을 앉은 자리에서 100년 이상 된 고서들, 시간들을 만지다 보니 문득 시간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충분히 시간을 두고 생각했습니다. 한 달 후 갑자기 죽으면 무엇을 할까? 가치 있고, 소중한 것들을 하자로 귀결되더군요. 그렇다고 당장 생계를 내려놓고 하고 싶은 것도 할 순 없겠지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일까. 이런 생각들을 해오며, 행복한 시간을 발견했어요. 이른 오전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면 만족하는 저를 찾았지요.
 
펼쳐질 내용들은 커피를 마시며 쓴 기록이자 이야기입니다. 부끄럽습니다만 천천히 부드럽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셈해보니 20년이 걸렸거든요. 반갑고 감사해 햇빛!
 
- 저자 영진
 

*
 
시간 블렌딩
- 화요일 점심과 에스프레소 -
 

지은이 : 영진

출판사 : 메이드인

분야
그림/사진 에세이

규격
152*225

쪽 수 : 192쪽

발행일
2020년 10월 01일

정가 : 13,000원

ISBN
979-11-90545-06-8 (03810)

 
 

컬쳐리스트 명함.jpg

 

 

[김상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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